왜 나한테 집착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역하렘 세계관의 주인공이던 나. 귀찮게 구는 놈들이 지긋지긋해, 합의하에 이세계의 영혼이라는 여자애와 몸을 바꿔 다른 세계로 왔다. 어쩐지 듣던 것보다 살벌하긴 하지만, 그럭저럭 적응해 가며 적당히 자유롭게 살아가던 중이었건만. 수상쩍은 남자들이 내 주변을 어슬렁거리기 시작했다. “겁 없이 돌아다니지 좀 마. 가둬버리고 싶잖아.” 어디에 있는 마왕님과 비슷한 성질머리를 가진 인간이 나타나더니, “당신에게 세상을 안겨드리고 싶습니다.” 당신은 왜 나한테 청혼하던 왕자랑 같은 말을 하며, “고결하고 아름다우신 분, 다시 만나게 되어 기쁩니다.” 내 손등에 입을 맞추는 이 남자는 내 휘하에 있던 성기사를 떠올리게 하는 데다, “당신은 여전히 싱그럽고 우아하군, 에리티카.” 저기요, 설마 요정왕은 아니시겠죠? [수수께끼의 헌터, <블랙 래빗>은 과연 누구인가!] [예신 길드는 그 헌터의 연락처를 제보하는 이에게 무려 십만 골드, 원화로는 억이 훌쩍 넘어가는 포상금을 내주겠다고 밝혔는데요!] [최소 S급으로 추정되는 인물이죠? 벌써부터 영입 경쟁이 치열한데, 과연 어느 길드가 그를 차지하게 될까요?] 게이트 몇 번 다녀왔다고 이제는 사방에서 나를 찾지 못해 안달인 데다, 심지어 신이란 작자까지도 세계의 균형을 핑계로 내게 간섭하려 들기 시작하는데……. “실례지만, 사람을 잘못 보신 거 같은데요.” 인과율이고 나발이고, 나는 그저 평화롭고 조용하게 살고 싶을 뿐이거든? 제발 날 그만 내버려둬! 일러스트 : G0rin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