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생긴 쓰레기
글아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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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작품에는 강압적 관계, 노골적인 언어 표현 등 호불호 강한 소재가 등장합니다. 도서 이용에 참고 부탁드립니다. [충청남도 본주리 1-1번지] 은혁은 시한부 판정을 받은 유일한 혈육, 할아버지 운규의 요청에 따라 그의 첫사랑을 찾아 본주리로 향한다. 차도 진입할 수 없는 오지 산간의 기와집에는 운규의 첫사랑이 아닌 손녀 혜원만 남아 있었다. 소득 없이 돌아가려던 중 태풍으로 발이 묶이게 된 은혁은 기와집에서 혜원과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야.” “강혜원이요.” 기억하고 싶지 않아도 외워 버릴 수밖에 없는 이름. “그래, 혜원아.” 제아무리 육감적인 몸매를 지닌 여자들에게도 동하지 않던 몸이다. 은혁은 스물여섯 평생 여자를 품어 본 적 없던 순결한 제 몸이, 이 흔해 빠진 얼굴에 반응하는 걸 느꼈다. 오지 산간에 사는 주제에 묻어나는 체향이 꽤 짙었다. 묵직한 단 향이 코끝을 스치고 지나가는데, 그게 몹시 깊은 여운을 남겼다. 할머니의 죽음으로 영혼을 잃은 듯한 혜원을 위한 은혁의 위로는 결국 선을 넘어 버렸다. “네가 오해할까 봐 미리 말해 두겠는데, 내가 아무 데서나 좆대가리 세우고 다니는 인간은 아니거든.” “안 했어요……. 오해.” 그렇게 시작한 위로는 불어난 물이 줄어들 때까지 계속되는데……. “서울, 같이 갈래?” 그 말을 마지막으로 서울로 돌아온 은혁은 다시 혜원을 찾아가 그녀를 데려오려 하지만, 어디에도 보이지 않고 홀연히 사라져 버린 사실에 절망한다. * * * 2년 뒤. 출장차 지방 호텔에 묵게 된 은혁은 그곳에서 일하는 혜원과 거짓말처럼 재회한다. 혜원을 도저히 놓을 수 없음을 깨달은 은혁은 다시금 혜원을 끌어안는다. 진실을 뒤로한 채, 내일이 없을 것처럼 그녀와 몸을 섞는다. 가장 저질스럽고 쓰레기 같은 남자의 모습으로. 눈꼬리에 맺혀 있던 눈물을 뚝뚝 흘리며, 벌겋게 부어오른 채 쏘아보는 경멸에 찬 시선이 은혁은 퍽 만족스러웠다. 아아, 이 얼마나 모순인가. 이 돌아 버릴 것 같은 소유욕의 시작점은 과연 언제일까. 여운 짙은 첫 만남이었던가. 그게 아니면, 운명과도 같은 아름다운 재회의 순간이었던가. 아니, 어쩌면 돌고 돌아 사랑해야 할 운명이었는지도 모르지. 인간은 날 때부터 정해진 인연이 있다고들 하니까. 우리는 운명일 것이다. 몹시 지독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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