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님, 감히 거절하지 마세요
글나비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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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게 파혼하고 개운하게 잠든 그날, 어이없게도 전생의 기억이 떠오르고 말았다. 남주가 비운한 과거사를 가지게 된 원흉이……. “난가? 나야?” 죄책감이 쥐똥만 한 양심을 찔렀다. 손목이 아리고 코끝이 시렸다.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지. “있잖아, 미래의 공작님. 아무래도 파혼은 실수였던 거 같은데…….” 지은 죄가 있으니, 책임지고 꽃길 걷게 해주는 수밖에! 겸사겸사 파멸 엔딩도 피하고! 그러니까 겁내지 말고 이리 와 보렴? “일단, 내 말 좀 들어볼래요?” *** “쓸모없는 것 같으니.” 힘껏 웅크린 아르얀의 위로 여인의 검은 그림자가 넘어왔다.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아르얀은 기도하듯 모은 손 위로 입술을 대고 간절히 고했다. ‘제발, 누구라도.’ 하지만, 알고 있다. 그 기도를 들어줄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끼익, 쾅! 커다란 굉음과 함께 빛이 사라져갔다. ‘누군가라니, 아무도 와 주지 않아.’ 모든 감각이 멀게 느껴지기 시작했을 때. 똑똑. 누군가 아르얀을 두드렸다. 힘겹게 손을 뻗자 빛이 그의 손을 맞잡았다. “……찾았다.” 부드러운 초콜릿 향, 손끝에서 밀려오는 따뜻한 온기. 금색의 작은 태양이 소년을 마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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