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참혹했다. 수많은 가이드들이 전쟁에 끌려왔고, 제 의사와는 상관없이 에스퍼들을 케어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나를 케어하기 위해 전쟁에 억지로 끌려왔고, 나 때문에 수많은 피를 보아야 했다. 모든 것이 나로 인해 벌어진 일이었다. “몸은, 좀 괜찮으십니까? 저 때문에….” “편하진 않네요. 혼자 자기 무서우니, 이강 씨도 옆에서 같이 주무시죠.” “예, 예?” “제 옆에 누우세요.” 나는 감히 그의 옆에 있을 수 없는 사람인데, 나는 전쟁이 끝나면 외롭게 죽어야만 하는 사람인데. 근데 자꾸 그는 나에게 따스하고 다정한 눈빛을 보낸다. 내가 그의 모든 것을, 이렇게나 망쳤음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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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나에게 푹 빠져 보세요. 내가 없으면 안 될 것 같은 사람처럼. 누구보다도 애틋하고 절절하게.” “…예?” “물론 진짜가 아니라, 남들이 보는 앞에서만 그런 척 연기를 해 주면 됩니다. 당신에게 제안하는 건 계약 결혼이니까요. 계약 조항을 만들고 몇 년 후에 이혼이 보장된 결혼.” 첫 만남부터 혹시 꿈인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어딘가 비현실적이었던 관계. “우리는 13년 전에 헤어진 서로의 첫사랑인 겁니다.” 불과 어제 처음 만난 사이였으나 지금부터는 아니었다. “세기의 로맨스 스토리로 꾸며 보죠.” 누구보다 열렬히 사랑하는 관계로 보여야 하는 그들. 지안은 목적을 이루기 위해. 태성은 돈을 위해. 그렇게 계약 결혼은 성사되었다. 이 결혼,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무사히 끝마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