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연인이 선물해 준 섬유 유연제가 단종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술김에 회사 고객센터에 항의글을 남긴 은호. 그 글을 읽은 수인은 황당해하면서도 남아있는 섬유 유연제 샘플을 모두 전달해 준다. 그렇게 끝인 줄 알았던 두 사람은 어쩌다 보니 가까워졌고,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그러나 수인에게 그의 옛 연인은 너무나도 강력한 존재였다. 그가 슬퍼할 때 그를 꼭 끌어안아 주는 것 말고는 해 줄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러니 이제는 밝혀야 한다. 내가 당신의 추억을 없앤 장본인이라는 사실을.
하늘에서 요정수가 내리던 날, 차디찬 지하 감옥에서 한 송이 꽃이 피어났다. 옅은 분홍빛 꽃은 곧 아기 요정이 되어, 눈 앞의 소년에게 다가갔다. "안녕! 난 요정이야. 널 만나서 기뻐. 난 너와 함께 이곳에서 나갈 거야!" "네, 우리 같이 나가요. 서로를 데리고 여기서 나가요." 자신이 누구인지, 왜 갇혀있는지도 알지 못하던 소년에게 처음으로 욕심이 생겼다. "제가 계속 요정님 곁에 있어도 돼요?" 감정 없는 인간 병기로 커왔던 소년은, 이제 요정님과 함께 감옥 밖으로 나가기를 꿈꾼다. 단 하나의 방법을 통해서. "요정님의 소울러가 될게요. 우리 계약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