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전공의 은한은 같은 전공 학생들과 쉬엄쉬엄하고자 간 벽화 봉사 활동에서 예기치 못하게 또라이 공대생 셋과 한 조가 되어 함께 하게 되는데. 이를 계기로 세 사람과 어울리게 되며 ‘방울’이라는 애칭으로 불리게 된 은한. 하지만 그중에서도 유독 한결의 애정은 남다르다. 스무 살, 서툴고 풋풋한 첫사랑은 그렇게 찾아 왔다. “방울아.” “왜.” “좋아해.” “…….” “진짜로. 많이 좋아해.” “알았어, 알았어.” 괜히 민망해진 은한이 그의 등에다 코를 묻었다. 한결의 냄새가 났다. 흘끔, 뒤돌아본 하얀 길거리엔 내내 네 개던 발자국이 두 개만 찍혀 있다. 은한은 왠지 그 발자국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한결 몰래 부푼 입술을 매만졌다. 스무 살. 첫눈 아래에서의 첫 키스는 적당히 달콤했고, 적당히 알딸딸했으며, 충분히 설렜다.
1906년, 대한 제국의 1% 엘리트로 자라난 위종. 열 살 때부터 미국과 프랑스에서 학교를 다녔고, 영민한 머리로 아버지를 도와 러시아 공사관에서 일하는 위종은 조국을 집어삼키려는 일제의 검은 속셈을 알아차리고 먼 타국에서 분노한다. 한편, 네덜란드에서 개최되는 ‘만국평화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통역을 찾아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이위종을 찾아온 이준과 이상설. 자신의 뛰어난 외국어 실력으로 일본 정치가들의 만행을 고발하기 위해 부푼 마음으로 이 날을 기다려 온 위종은 그들을 맞이한다. “하지만 함께 가진 못할 것 같네.” “네? 어째서죠?” “…이 임무에는 실력보다, 더 중요한 게 있으니 말일세.” 청천벽력같은 이준 대사의 말에 절망하는 위종. 과연 위종은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대한 제국의 운명을 구해낼 수 있을까? ‘헤이그 특사’의 세 번째 인물, 러시아와 유럽을 무대로 활약한 독립운동가 이위종의 삶을 그려낸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