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가 없어도 이렇게 없을 수가.’ 아버지 사업이 망해 파혼을 당하질 않나,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가정교사로 일하게 되질 않나. 이제는 반란에 휘말려 죽을 위기라니! ‘왜 내가 죽어야 해. 철없고 멍청한 후작 때문에, 저지르지도 않은 반역에 휘말려서!’ 나였다면. ‘내가 진작 저 철없는 후작의 버르장머리와 어긋난 인성을 고쳐줄 수 있었다면.’ 그럴 기회가 있었다면! 그렇게 질끈 감았던 눈을 뜨니 스물둘의 과거로 회귀해 있었다. - 어린 시절 부모님을 여의고 공작에게 맡겨졌다는 후작을 찾아가 가정교사로 지원했다. 명불허전 사고뭉치 미래의 후작과 머리채를 잡고 싸우고, “그렇게 살면 후회하실 거예요.” “…….” “제 말을 믿으셔야 할걸요.” 조카 교육에 관심 없는 공작의 뒤를 쫓아다니며 가정 환경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결혼을 추천했다. 끔찍한 미래를 바꾸기 위해서. 그런데, “선생님은 나만 보고 있어.” “응?” “나랑 춤추는 거니까 나한테만 집중하면 된다고.” 사이가 지나치게 좋아진 어린 후작과, “선생. 다른 걸 바라는 게 아니잖아. 파혼한 남자 따위와 애틋한 사이가 아니라 말해달라고 하지도 않았고, 친구와 손잡지 말라고도 하지 않았어.” “…….” “이름만 허락해줘.” 안 어울리게 질척거리기 시작하는 공작. 너희 왜 그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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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왜 스테이턴 공작 가문에서 나에게 청혼을 한 걸까.’ 스테이턴 가문은 제국에 단 넷밖에 없는 공작 가문 중에서도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명문가였다. 광활한 영지와 탄탄한 재력을 가지고 있으며 황가와도 가까이 얽혀 있는 푸른 피. 영지는커녕 이름만 겨우 귀족 나부랭이인 랭커스터 남작 가문으로서는 감히 꿈도 꾸지 못할 가문이었다. 그러나 나디아는 이런 과분한 행운은 한순간도 바라지 않았다. 스테이턴 공작은 사교계에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지만 그를 둘러싸고 흉흉한 소문이 무성했다. 가장 유명한 소문은 그가 피도 눈물도 없는 야수라는 것이다. 키가 2미터가 넘는다느니, 털이 덥수룩한 고릴라라느니, 어린애를 잡아먹는다느니, 살육을 즐긴다느니……. * 딸꾹! 나디아는 빠르게 입을 틀어막았다. 하얀 뺨이 안쓰러울 만큼 붉게 물들었다. 커다란 녹색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딸꾹! 딸, 꾹! “…….” “…….” 남편의 눈길이 따갑게 쏟아졌다. 도망가고 싶다……. 그리고 무서워……. 첫날밤, 나디아는 두려움과 긴장을 이기지 못하고 졸도했다.
“어느 쪽이 좋아, 혜원아. 내가 널 사랑하는 게 좋아, 아니면 사랑하지 않는 게 좋아.” “…뭐가 달라져요?” “내가 널 사랑하면, 너도 날 사랑해 줘야 하고.” “그런 게 어디 있어…. 그게 조건부예요?” 같이 살고 떡 치면 대충 애인 비슷한 게 되는 것처럼? “내가 널 사랑하지 않으면, 씹새끼한테 붙잡혀서 억지로 강간당하고 사는 거니까 날 미워해도 되고. 어느 쪽이든 날 못 떠나는 건 마찬가지지만 네 마음 편한 대로 해 줄게.” 혜원은 진심으로 비웃었다. 이 강압적인 구원자는, 사랑조차 네가 원하는 대로 해 주겠다고 말한다. 그런 건 사랑이 아닌데도.
“어느 쪽이 좋아, 혜원아. 내가 널 사랑하는 게 좋아, 아니면 사랑하지 않는 게 좋아.” “…뭐가 달라져요?” “내가 널 사랑하면, 너도 날 사랑해 줘야 하고.” “그런 게 어디 있어…. 그게 조건부예요?” 같이 살고 뒹굴면 대충 애인 비슷한 게 되는 것처럼? “내가 널 사랑하지 않으면, 나쁜 놈한테 붙잡혀서 억지로 당하고 사는 거니까 날 미워해도 되고. 어느 쪽이든 날 못 떠나는 건 마찬가지지만 네 마음 편한 대로 해 줄게.” 혜원은 진심으로 비웃었다. 이 강압적인 구원자는, 사랑조차 네가 원하는 대로 해 주겠다고 말한다. 그런 건 사랑이 아닌데도.
“우리 사귈까?” 술에 취해 하룻밤을 같이 보낸 오빠 친구, 송윤수. 담은 제 앞에서 생글생글 웃는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래, 다 저 얼굴 때문이다. 쓸데없이 잘생기지만 않았어도 내가 이렇게 평생 짝사랑하진 않았을 텐데……! “오빠, 우리 술을 너무 많이 마셨어. 그래서 둘 다 미쳤던 거야.” “취하든, 취하지 않았든 우리가 섹스한 건 달라지지 않아, 담아.” “……아무튼 싫어. 난 죽어도 싫어.” 어떤 관계는 너무 소중해서 함부로 깰 수가 없다. 담에겐 송윤수와의 관계가 그랬다. “약았네, 최담. 내가 너한테 약한 거 알면서.” 그렇게 윤수가 한발 물러나는 줄 알았으나……. 그러긴커녕 담의 집에 눌러앉아 버렸다. “당분간 나도 여기서 살 거니까.” “뭐?” “사귀는 건 싫다며. 그렇다고 없던 일로 하는 건 내가 싫어.” 멍해진 담이 말을 잇지 못하는 사이, 윤수가 담이 좋아하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먼저 유혹한 건 너잖아. 책임져야지, 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