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 하는 나쁜 짓
글홍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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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위험하고 아름다운 짐승이었다. 어둡고 무거운 눈동자에 그녀를 담은 순간 선명한 빛이 감돌았다. 맹수의 눈에 번쩍 스쳐 가는 섬광 같은 것이었다. “나한테 와.” 그가 손을 내밀었을 때 그녀는 조심스레 그의 손을 잡았다. 사랑이 아니라는 이 사랑을 시작해보기로 했다. *** 그의 엄지손가락이 이마에서 눈썹으로 옮겨 갔다. 실크 같이 부드러운 결을 따라가 끝에서 감은 눈두덩을 부드럽게 쓸었다. 그리고 콧날을, 입술을, 볼과 턱 선을 세세히 쓰다듬었다. 그는 낯설고 먼 지금의 그녀에게서 그가 아는 소녀를 찾고 있는 것이다. 그가 매일 사랑을 속삭였던, 매일 그의 손으로 쓸고 어루만졌던 그녀의 부분 부분을. “진짜 윤정원이네.” 어둠 속에서 태하가 자조하듯 독백을 내뱉었다. “그래 나야.” 그녀의 대답이 끝나기 무섭게 그의 코끝이 닿고 이어 부드러운 입술이 내려앉았다. 미친 듯이 가슴이 두근거렸다. 사랑도 아닌 것이, 마치 사랑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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