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도 병인 양하여 잠 못 들어 하노라
작가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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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작품은 독자에 따라 거부감을 느낄 수 있는 폭력적 요소(자해 등)가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용에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고을 내, 아니 나라 내에서 가장 고운 아기씨의 몸종인 복향. 어린 몸이 새벽같이 일어나 차가운 공기를 깨고 나서야 한다 해도 복향이 나 깨우러 왔니, 하는 아기씨 얼굴에 걸린 작은 웃음만 보면 심장이 간질간질 따뜻해진다. 다른 몸종들이 평민도 아니고 부모도 없는 천것 고아년이 가엾은 것을 무기로 맘 여린 아기씨 혼을 쏘옥 빼 놓았다 욕을 하여도 마냥 좋았다. 그런데 아기씨, 괴롭힘 당하는 저를 일부러 모른 체하시는 것은 아니지요? * 강제로 붙들려 간 손이 아기씨의 이마에 닿았다. 콧대의 곡선을 타고 내려왔다가 매끄러운 뺨을 쓰다듬었다. 자신이 이끌고 있는 순서임에도 아기씨는 희열에 찬 표정이었다. 연인을 끌어안고 있는 듯 그렇게 달큰했다. 턱선을 지나 내 손에 목을 내어 준 아기씨는 무엇이든 해도 좋다는 낯으로 잠시 멈추었다. 졸라서 죽여 달라는 것인지 보드랍게 쓰다듬어 달라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아, 좋아.” 말을 내뱉을 때마다 진동하는 목울대 아래로 내 손이 미끄러졌다. 빗장뼈를 지나 옷깃 사이로……. 질겁하고 손을 빼내려고 했다. “놔주세요!” “아니야. 조금만, 조금만 더 봐.” 애타는 목소리와 다르게 다시 내 손을 끌어오려는 힘이 거셌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손가락이 뜯긴 저고리 사이를 누볐다. 소리를 지르려고 입을 벌리는데 살갗에 닿는 감각이 너무나 이상했다. 우글거리거나 거칠다는 게 아니고…… 그러니까, 그러니까 말캉거리며 손에 닿는 것이 없었다. 단순히 빈약하다는 것과는 느낌이 달랐다. 이건, 이 몸은……. “나를 좋아하잖아.” 혼곤한 정신을 붙잡고 아기씨를 올려다봤다. 나는 헉헉거리며 숨을 몰아쉬면서 몸을 벌벌 떠는데, 아기씨는 고백하는 청년같이 수줍은 얼굴이었다. 아니, 같이가 아니지. 눈앞에 있는 것은 사내였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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