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독
작가도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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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겨울, 양반집에서 곱게 자란 규수는 공주가 되었다. 그러나 혼기를 앞둔 그녀와 정혼한 이들은 이유 없이 유명을 달리했고, 왕은 더 이상 그녀를 귀애할 수 없었다. 사내를 잡아먹는 년. 더러운 오명이 붙은 공주를 궁에서 치워 버리고 싶었다. 그리하여 왕은 팔도에서 이름난 용한 만신(萬神)과의 대화를 통해 공주의 거취를 정했다. 그러니 이루 말할 수 없이 기이한 혼례였다. 그러나 실상은 혼례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 안개만 자욱하게 깔린 신당에서, 신랑도 하객도 없이 치러진 혼례. 그녀는 신에게 바치는 제물이었다. “금일 밤, 안으로 드는 이가 있을 겁니다. 그분을 받드시면 됩니다, 공주자가.” 밤에 신당으로 드는 이는 인간인가, 귀(鬼)인가, 아니면…그녀를 살려줄 구원자인가. “이게 지금 뭐하는 짓이야.” “혼례를 치를 밤에 낭군이 신부와 함께 무어 있겠나.” “난, 죽여달라고 했소.” “글쎄. 그게 과연 네 진심일까.” 그녀는 죽고 싶었다. 사실은, 누구보다 살고 싶었다. “살려줄까.” 그리하여 그의 손을 잡았다. “삼칠일.” “…….” “그 날들의 밤을 내게 주면 된다.” 제 몸을 대가로 내어주고서. 시린 칼날 같은 사내의 입술을 받아들일 때까지도 그녀는 알지 못했다. 사현. 그 이름이 그녀를 나락으로 이끄는 독이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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