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포 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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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투리공 #자낮공 #이레즈미할것같은데없는공 #의외로성실하고사람잘대하는공 #그런데수한테만까칠한공 #새침수 #깍쟁이수 #도벽있는수 #이기적이라고하지만그래도다정한수 #할말하는수 #사연있는수 “그러니까……. 원하는 거 있으면 말해 줘. 시키는 거 다 할게.” “내가 뭘 시킬 줄 알고 이래 나와요?” 주영은 큰 문제를 일으키고 요양이라는 명목으로 오래간만에 매양으로 돌아온다. 죽어도 감추어야 하는 비밀을 안고서. 도현은 주영이 감춘 비밀이 무엇인지 캐내려 하고 이를 빌미로 주영을 협박한다. [미리보기] “……무슨 오해를 하는 건지 모르겠는데.” 주영은 의자의 팔걸이를 단단히 움켜쥐고 반박했다. “나랑은 관계없는 일이야. 이유를 찾을 거면 걔한테 가서-.” “가스나 대하듯이 하잖아.” 그러나 이어진 말에는 그만 말문이 턱 막혔다. “니를.” 도현이 상체를 살짝 숙인 채 주영을 똑바로 응시했다. 조그만 거짓도 전부 잡아채겠다는 듯한 시선이었다. 순간 목이 졸린 것처럼 호흡이 엉켰다. 여자 대하듯이 한다고? 한결이 자신을? “…….” 주영은 당혹스러웠다. 그저 살가운 성격이라고 여겼을 뿐이지 결코 자신을 여자처럼 대한다고 느낀 적은 없었다. “여자처럼……. 그런 적 없어.” 주영은 고개까지 저어 가며 부정했다. 그러나 도현의 태도는 확고했다. “그건 니 생각이고요.” 팽팽하게 당겨진 공기가 서서히 숨통을 조여 왔다. 혀 아래 계속 신 침이 고였다. 주영은 침착하려 노력했다. 도현이 무언가를 알고 이러는 건 아닐 것이다. 괜히 찔려서 바보같이 굴 필요 없다. “……한결이 걔가 왜 그러는지는 걔한테 물어봐. 나랑은 상관없으니까. 그리고 여자처럼 하아, 그것도 네 오해야.” 어쩌면 도현은 친구인 한결이 주영에게 친절한 게 불만인지도 모른다. 그것 말고는 당장 떠오르는 이유가 없었다. “오해는 무슨요.” “…….” “니가 그렇게 행동하니까 금마가 그러지.” 도현은 걸터앉아 있던 몸을 세웠다. “니 좋아하잖아.” “…….” “여자처럼 챙겨 주는 거.” 주영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아무 말도 못 했다. 정곡이라도 찔린 것처럼 말이다. “짐 들어 줄 놈 생겨서 좋겠네요?” 어제 그는 창문으로 우연히 한결과 주영이 걸어오는 걸 목격했다. 평소 휴대폰 외에는 아무것도 들고 다니지 않는 한결이 손에 웬 짐을 들고 있었다. 그리고 고시텔 앞에서 둘의 대화를 들으며 알아차렸다. 그 짐이 주영의 짐이라는 걸. “하긴 정한결 그거 니한테는 별로 어렵지도 않을 텐데.” 주영은 어렸을 때도 그랬다. 힘들고 번거로운 일은 남에게 시키는 게 당연한 사람이었다. 그와 가장 가까운 사이였던 도현이 잘 알았다. “하…….” 내내 듣고만 있던 주영이 별안간 조소에 가까운 한숨을 흘렸다. “여자처럼 챙겨 주는 걸 좋아한다고…….” “…….” “도현아, 말은 똑바로 해.” 치켜뜬 눈매가 고양이처럼 사납다. “네가 나를 그렇게 대했지.” 주영은 틀린 퍼즐을 맞추듯 원인과 결과를 재조립했다. 내내 태연하던 도현의 낯에 처음으로 금이 갔다. “씨발, 무슨 개소리를-.” “너 나 좋아했잖아.” 곧장 받아치려던 도현은 딱딱하게 굳었다. 깨지기 직전의 유리처럼 금이 간 그의 얼굴이 마침내 와장창 깨져 버렸다. 판도가 뒤집히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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