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기
작가이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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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시대, 게이트 발발과 함께 현생 인류의 아종인 에테르가 탄생했다. 인간은 에테르를 기형종 취급하며 혐오하고 학대하였고, 그 결과 세계 곳곳에서는 ‘에테르 혁명’이라고 불리는 군부대 반란이 일어났다. 에테르가 인간을 지배하는 새 시대. 에테르는 인간보다 우월하다는 사상교육을 받으며 자란 아희는 에테르인 태주의 페어 가이드가 되는데……. * * * 아희는 열두 살부터 꼬박 8년을 태주의 새장 안에서 자라났다. 사용인과 선생님은 계절마다 바뀌었고, 어쩌다 아희에게 먼저 말을 거는 사람이 있다면 벌을 받고 쫓겨났다. 태주는 아름다운 저택에 어린 아희를 가두어 놓았다. 자신을 제외한 그 누구에게도 정을 붙이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그러면서도 아희를 종종 무시하고 외면하며 투명 인간 취급을 했다. 태주는 달콤한 말 한마디 건네지 않지만 아희는 열띤 눈으로 그를 애타게 바라보곤 했다. 성인이 된 아희는 드디어 태주를 가이딩해 줄 수 있을 거라 들떴으나, “그따위로 쳐다보지 말랬지. 구멍 다 찢기고 싶어?” 태주는 그저 거친 말로 아희를 밀어낼 뿐이었다. 아희는 감히 반항할 생각이 없음에도 그는 순종적인 아희를 찍어누르지 못해 안달이었다. 마치 제 안의 무언가를 애써 부정하려는 것처럼. “난 널 씹어 삼키는 상상을 해. 조각조각 찢어 배 속에 욱여넣고, 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소화한 뒤 배가 터져 죽을 거야.” 그런 태주의 눈빛은 기꺼이 죽고 싶을 만큼 달콤하고, 당장 달아나고 싶을 만큼 사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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