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식(부제:위험한남자)
글산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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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작품은 15세이용가로 재편집된 작품입니다.] 검은색 슈트를 입은 여러 명의 남자들 사이에서 유독 키가 말쑥하게 큰 남자가 보였다. 그 남자는 담배를 빨아들이며 분명하게 이쪽을 보고 있었다. 희진과 그의 눈이 마주친 아주 짧은 찰나의 순간, 사는 세계가 다른 남자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그냥 단박에 알 수 있었다. 그에게 시선이 고정되어 있다는 것이 민망했던 희진이 살짝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자, 그가 턱 끝을 잠깐 들어 올렸다. 누군 줄 알고 저렇게 인사를 하는 건지. 희진은 그의 무례함에 고개를 돌려 버릴 법도 하건만 시선은 여전히 그에게 향해 있었다. 그가 다시 담배를 쥔 손을 올리자 소매 곁에서 반짝하고 작게 빛이 나는 뭔가가 있었다. 찰나였지만 막연하고 무익한 호기심을 묶어두기엔 충분했다. 그가 숨을 빨아들이는 동안 훅 붉어지는 담뱃불이 다시 잠잠해질 무렵이 되어서야 소매에서 가까스로 시선을 떼어냈다. 그의 눈빛이 희진의 시선을 끌어당긴 것에 가까웠다. 똑바로 저를 보고 있는 그와 희진의 눈이 마주쳤다. 치밀하게 빛나는 날카로운 눈. 멀리 떨어져 있지만, 희진은 저를 보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었다. 그녀는 황급히 시선을 거두고 고개를 돌렸다. 더는 위험했다. 대기하고 있던 거대한 세단의 뒷좌석에 담배를 피우고 있던 그 남자가 타는 것이 보였다. 희진의 시야에 그 모습이 들어왔지만 시선은 주지 않았다. 그래야 할 것 같았다. 다시는 마주치면 안 될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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