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감대
작가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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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작품은 블러드 오렌지와 동일한 주인공이 등장하지만, 내용은 다른 별개의 작품입니다. 피곤이 덕지덕지 낀 재연과 달리 그는 목욕물과 함께 지난밤의 흔적을 깔끔하게 털어 냈다. 뭉쳐 고인 성욕을 뽑아내 매끄러워 보이기까지 한 피부가 유독 훤했다. 집으로 돌아오면 제 구멍을 붙잡고 하루 동안 묵은 성욕을 찌꺼기 한 줌 남기지 않고 빼내는 남자였다. 생각해 보면 미련스럽게도 그게 못내 싫지 않기까지 했다. 다른 여자를 찾아가 털어내는 것보다는 백 번, 아니 만 번 낫다고. 바보 같은 안심을 했다. 적어도 그가 자신을 타인에게 욕보이는 짓은 하지 않는다고. 이 얼마나 한심한 일인가. “이제 그만하고 싶어요. 다 끝내고 싶어요. 우리 말이에요.” 최시백은 말이 없었다. 난데없는 소리에 예상치 못한 말을 들은 사람처럼 언뜻 생각에 잠긴 눈이기도 했다. 그러다 삐딱해진 눈꼬리가 그녀의 생각을 읽으려는지 한동안 깊은 수면에 잠기듯 고요하게 일렁거렸다. 물결이 치지 않는 눈동자, 그래서 오히려 더 읽기 어려웠다. “참 좋겠어, 서재연은. 원하는 거 다 할 수 있어서.” “…….” “이혼을 원하는 거야, 별거를 원하는 거야.” 첫사랑이었지만 잊고 지내는 세월 동안 마음에서 흔적도 없이 비워 냈었다. 다시 그를 만나지만 않았어도 최시백을 다시 좋아하게 될 일 역시 없었을 거다. 이미 한 번 해 본 적 있으니 두 번째도 못 할 거 없었다. 그러니 무엇이든 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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