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인 눈은 엄청나게 무겁다
작가탄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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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윤은 동기인 현재경이 걸핏하면 시비를 걸고 귀찮게 해 피곤하다. “네가 남 열받게 하는 데에 정성 들이는 고상한 양아치인 건 알겠거든? …알겠는데, 나는 좀 빼고 해라. 기분 더러우니까.” “…….” “나는 너 같은 놈이 딱 질색이야. 아마 네가 그대로 성별만 바뀌었어도 난 널 싫어했을 거다.” 쥐새끼 하나 지나가지 않는 침묵 끝에 현재경은 잘생긴 얼굴로 말했다. “나도… 돈 준대도 너랑은 못 하거든?” “어, 고맙다. 드디어 의견이 맞는 게 하나 나오네.” 변명처럼 들리겠지만, 나는 원래 남한테 일부러 못된 말을 하는 인간이 아니다. 그냥 짧은 시간 동안 현재경에게 쌓인 게 많았을 뿐. 좀 드라마틱하게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현재경이 나를 이렇게 만든 거다. “재경이 아프다는데?” 그런데… 내가 너무 심했나? 등 떠밀려 찾아가 보니 녀석은 퉁퉁 불어 터지고 홍조가 올라온 게 꼭 운 것 같은 얼굴이었다. 설마, 숙취겠지. 그러고 보면 그 자식은 꼭 나랑 입씨름한 다음 날에 학교를 빼먹는 것 같다. 사사건건 제멋대로에 열받는 자식이지만, 이상하게 안 보이면 신경 쓰여 미치겠다. “우리 이제 진짜 친구지?” 그 와중에 외모만은 미치도록 취향인 자식. 이런 자식을 진지하게 평생 반려로 데려갈 사람은 나 말고는 없을 게 분명했다. “성격 한번 좆같네.” 그렇게나 싫었는데 어느새 붙어 다니고, 마침내 친해졌나 싶으면 저만치 멀어지고. 이 새끼를 진짜 어떡하면 좋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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