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멜자는 슬픈 추억이 가득한 영국을 떠나 햇살이 내리쬐는 그리스의 섬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려고 찾아왔다. 이사하는 아파트의 집주인 니콜라스는 웃는 얼굴이 멋진 남자라서 줄곧 얼어붙어 있던 마음이 두근거리는 걸 느끼고 희미한 기대를 품었다. 거기다 그는 데멜자가 일하는 클리닉의 의사이자 상사라는 걸 알았다. 그러나 달콤한 기분은 새로운 직장의 바쁜 업무에 날아갔다. 실수를 해서 풀이 죽은 그녀에게 니콜라스는 다정한 말을 건네고….
루시는 런던의 병원을 그만두고 도망치듯 이탈리아로 향했다. 진심으로 사랑했다고 생각한 남자가 지독한 거짓말쟁이였단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몸도 마음도 너덜너덜해진 그녀는 여동생 대신 진찰의 역할을 이어 맡아 일에 몰두하기로 마음먹었다. 로마가 정열의 거리고, 잘생긴 의사 비트리오가 바에서 달콤한 말을 속삭이며 좋아하는 오페라에 초대해도 난 이제 복잡하고 귀찮은 로맨스는 필요 없어. 비록 그의 수수께끼 같은 눈동자에 자신과 같은 슬픔이 엿보인다 해도, 사랑에 빠져 상처받는 짓은 두 번 다시 하지 않아. 분명 그렇게 결심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