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혼을 꿈꿨던 적이 있다. 그러나 그런 것도 다 옛날 일이다. 지금 나는 사랑 같은 것에는 눈곱만큼도 관심이 없으니까. 세간에서 연애나 결혼, 뭐 그런 걸 당연하게 여긴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러나 지금 내겐 더 중요한 일이 있다. 세계 평화. 마수를 무찌르고 생명을 구하여 우리의 아름다운 제국과 이 세계에 평온을 가져다주는 것. 대의를 위해 힘쓰느라 바쁜 내게 사랑 놀음에 낭비할 시간 따위는 없다. “나랑 같이 돌아가자, 첼시.” 그런데 왜, 전 약혼자이신 7황자께서는 이미 파혼한 내 근처를 자꾸만 알짱거리는가?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이 세계가 소설 속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떠올렸다. 그것도 가문을 위해 정략결혼을 선택한 언니가 끝내는 죽은 연인을 따라 세상을 등지는 배드 엔딩이 예정된 소설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사랑하는 언니에게 그런 말도 안 되는 미래를 줄 순 없지. "원작을 비틀어 언니에게 해피엔딩을 주는 거야!!" 언니의 결혼을 막기 위해 그녀를 설득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 원작의 남자주인공을 만나기 위해 남장까지 하고 그가 속한 기사단에 찾아갔다. 하지만 찾아간 곳에 남자주인공은 없고……. "앞으로 자주 보자?" 웬 미친 대공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