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바야흐로 [대 빙의 시대]. 어느 날, 나는 집으로 가던 중 트럭에 치여 죽고 말았다. 그런데, 다시 눈을 떴을 땐…. "아이를 데리고 가까이 와 보거라." 누가 봐도 동양풍 무협, 그것도 화산파 앞에 버려진 아이의 몸에 빙의하였다?! 왜 내가 여태까지 취향인 무협 소설 말고도 힐링 육아물을 읽어왔는데! 심지어 오대세가도 아닌 구파일방 중 화산파라니?! 어른들은 걷지도 못하는 아기한테 검 쥐여 주면서 양산형 전설 만들려고 하고, 자기 집에 데려가겠다고 떼를 쓰는 남궁세가 도련님까지…? 앞으로는 한 번에 한 권씩만 읽을 테니까 저 좀 정통 육아물 로판으로 보내주시면 안 될까요?
내 장례식이 시작되었다. 메르겐의 후계자였던 나, 데보라는 죽음 이후 동생 아이린의 몸에서 깨어났다. 나처럼 살고 싶다던 가엾은 내 동생. "아이린, 넌 나처럼 살면 안 돼." 아이린에게 씌워진 나를 죽였다는 누명을 벗기고 천덕꾸러기 신세였던 그녀의 삶을 바꾸기로 했다. 그런 다짐 앞에 세 남자가 나를 흔들기 시작하는데… 의붓동생 아벨, 전 약혼자인 헨리, 그리고 사사건건 끼어드는 라한 대공까지. 과연 내 죽음의 진상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