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향해 달려들던 눈은 창에 부딪히자마자 녹아 없어졌다. 그 모습이 마치 아무것도 해 보지 못하고 사그라든 내 짝사랑 같아서 괜한 동질감이 들었다.] 누나를 좋아하는 형을 짝사랑하던 시안은 대학 동아리 에서 의정과 재회한다. 그리고 자신의 실수로 인해 짝사랑을 들킬 위험에 처하고 마는데……. “……형. 혹시 제 지갑 안에도 보셨어요?” “왜, 내가 뭐라도 훔쳐 갔을까 봐?” “아, 아뇨. 그게 아니라…… 그냥 궁금해서.” "지갑 안에 뭐 숨겨놓기라도 했어? 안절부절 못해하는 것 같은데." 지갑 속엔 의정 형의 사진이 들어있었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시안과 여유로운 표정의 의정. 대조되는 상황 속에서 형의 입이 드디어 열렸다. “아, 설마 그 사진 말하는 거야?” . . . 형에 대한 내 감정은 그저 무더운 여름날의 잠깐 스쳐 지나가는 소나기와 비슷한 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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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호는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그저 그런 보통의 인생을 살았다. 남들과 다르지 않게 여느 스무 살처럼 진탕 놀다가 용돈벌이를 위해 무난하게 카페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하늘에서 출근을 방해하고 싶다는 듯이 바람이 불어왔다. 불현듯 다가온 돌풍 때문에 영호가 쥐고 있는 우산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번쩍거리는 불빛과 함께 시야가 새하얗게 변했다. 설마 지금 내가 그 벼락을 맞은 거야? “S급 가이드로 발현하셔서 오늘부터 센터에서 지내시면 되거든요.” “제가……가이드요? 왜 제가…… 네?”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에요. 벼락 맞고 가이드 되신 분은요.” 벼락 맞고 S급 가이드 된 사람 본 적 있으세요? 그게 또 저라는데요? *** “벼락아, 안녕.” “벼락아, 악수해 줄 수 있어?” 순식간에 스타가 되어버린 영호. 자연적으로 발현한 가이드가 아니라 은근히 무시당하는 시선에 스트레스를 받지만, 좋은 성격으로 사람들 사이에서 ‘벼락이’로 통하면서 예쁨 받는다. 그런데 매칭 에스퍼는 영…. “내가 매칭 같은 거 붙이지 말라고 했지. 좆같게 그딴 걸 왜 붙여.” 내가 잘 못 들었나? 그런데… 지헌이 형? 이 답답한 센터에서 의지할 사람을 발견했다. “강아지 새끼도 아니고 왜 자꾸 따라붙어.” “강아지는 원래 새끼인데요?” 그 인물은 자신의 소꿉친구의 형인 강지헌.
사고로 다리를 절게 된 A급 가이드 출신 진서. 새로 온 S급 에스퍼 원훈의 일대일 훈련사로 임명받는다. 한 달간, 훈련을 끝내고 현장에 나가려면 시간이 촉박했다. 그런데 어째 훈련받는 원훈의 태도는 불량하기 짝이 없었다. “아, 선배님이지. 원래는 선배님이라는 소리 들었습니다.” “……지금은 훈련사입니다.” “유명하시던데. 그렇게 접촉 가이딩을 잘하셨다고.” 뺀질거리며 진서의 성질을 살살 건드리는 거로 모자라 결국 선을 넘는다. “가이딩에는 섹스가 제일 좋다 하던데 훈련사님도 많이 해 보셨습니까?” 진서는 그를 한 마디로 결론 내렸다. 미친개한테는 매가 약이라고. *** 매일매일 훈련이 아니라 기싸움하던 두 사람. 팽팽한 신경전이 오가던 중, 진서가 비밀 하나를 들키면서 상황이 역전된다. “설마…… 아다이십니까?” “고원훈 에스퍼.” “진짜?” “고원훈 에스퍼, 진짜 저한테 성추행으로 신고당하고 싶습니까?” “와…… 아다 맞네.” 센터에 입소한 뒤, 한 번도 가이딩을 받아본 적 없던 원훈은 진서가 흘린 가이딩에 눈이 돌아가 버리고. “고원훈, 너 지금 뭘…….” “징계는 나중에 알아서 받을 테니까, 닥치고 가이딩이나 더 푸십쇼.” 서로 아래를 맞대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하극상이 시작된다.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올림픽 경기가 한창인 가운데, 여느 자취방 안에서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이가 있었으니……. [ 한보현 선수, 고지가 코앞에 있습니다! 마지막 한 바퀴! ] 한국이 1등으로 들어가길 바라는 사람들과 달리 그는 다른 마음을 품고 있었다. [ 1등! 한보현 선수 또 금메달을 획득했습니다! ] 해설자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모니터를 타고 흘러나오자마자 옆집에서 환호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보현이 1등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확인한 그는 탄식을 내질렀다. 또, 금메달이다. 은메달, 동메달도 아니고 금메달 3연패. 혜성같이 나타난 신인 한보현은 경기를 끝마치고 한 인터뷰에서 감사를 표했다. 「 고세운 선배님, 정말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 인터뷰의 당사자인 세운은 그의 한 마디에 침대 위로 풀썩 쓰러졌다. 이번에도 빠지지 않고 한 언급 때문에 실시간 검색어에 이름이 또 오를 게 분명했다. “아니…… 네가 대체 누군데 날 존경하냐고. 어?” 그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 일면식도 없는 국민 영웅에게 찍혀있었다. 현대물, 스포츠물, 사제관계, 첫사랑, 재회물, 하극상, 오해/착각, 달달물, 일상물, 힐링물, 성장물 미남공, 다정공, 대형견공, 헌신공, 강공, 능글공, 집착공, 개아가공, 복흑/계략공, 연하공, 재벌공, 사랑꾼공, 순정공, 천재공 미인수, 소심수, 허당수, 평범수, 강수, 까칠수, 츤데레수, 외유내강수, 단정수, 연상수, 상처구, 굴림수, 능력수
사진을 어떻게 찍으면 이 정도로 못 생기게 나와? 5등신이나 다름없어 보이는 비율, 눈코입보다도 턱이 더 크게 보이는 이상한 구도의 사진을 보던 하람은 그리고 아래로 달린 비웃는 반응을 제눈으로 확인하고선 휴대폰을 꽉 쥐었다. 하람월드라고 떡하니 적혀있는 계정을 보면서 이를 바득바득 갈던 하람은 팬 사인회에서 그를 마주하게 된다. “와……잘생기셔서 데뷔하셔도 되겠어요.” “진짜 저 잘생겼어요?” “응, 엄청 잘생겼는데? 길거리 캐스팅 받아 본 적 없어요?” 팬 사인회에 찾아온 잘생긴 남팬. 잘생겼다고 칭찬해 주기 무색하게 정체를 드러내는 이는 하람이 찾던 그 사람. “형, 근데 저 이름 옆에 하람월드라고 적어줄 수 있어요?” 내가 찾던 안티팬 하람월드가 너였냐? *** “형이 나 잘생겼다며…… 아니에요?” “잘생겼죠. 잘생겼는데 그렇다고 뭔 데뷔를…….” 데뷔를, 좋아하는 연예인이 가볍게 한 말을 듣고 하는 사람이 어디 있냐고. 어이없어서 차마 끝까지 말하지 못했다. 그러자 주인재가 인상을 찌푸리며 대화를 이어 갔다. “데뷔하래서 데뷔한 거니까 형이 책임져야 해요.” “제가 왜 인재 씨를 책임져요?” “형이 그렇게 말 안 했으면 데뷔도 안 했을 테니까요.” “아니, 애초에 내가 하라고 한 것도 아니고…… 뭘 책임져야 한다는 건지도 모르겠는데요.” 오늘 아예 내 속을 긁어 놓으려 작정했나 싶을 정도로 엉뚱한 발언이었다.
23년 인생 처음으로 스토커가 생겨버린 다정. 반년째 계속되는 괴롭힘에 지쳐갈 때쯤 우연히 체대생들이 운영하는 교내 ‘안전지킴이’ 서비스를 알게 된다. “오늘 지킴이로 오게 된 정해현이라고 합니다.” “정말 오셨구나. 안 오실 줄 알았는데…….” “왜 안 올 거라고 생각했는데요?” “그, 그야…… 남자가 스토킹 당하고 있다는 게 좀 이상하잖아요.” “스토킹하는 새끼가 이상한 거지 당하는 사람이 이상한 건 아니잖아요.” “아…….” “그러니까 어깨 당당히 펴고 다녀요.” 다정은 제 처지를 비웃지 않고 진지하게 들어주고, 집까지 안전하게 데려다준 해현이 그저 고마웠다. 사실은 해현이 대출(대리출석)에 넘어가 대타로 나온 지킴이라는 것도, 저로 인해 안도하는 다정을 보며 처음으로 누군가 지켜주고 싶다는 마음을 가진 것도 모르고.
성인이 되고 지루하기 짝이 없는 반년을 보낸 태영. 좁은 방구석에서 자기위로만 하는 비참한 꼴을 깨닫고 급히 상대를 찾아 나섰다. [ 서울 30살 탑. 깔끔하게 원나잇만 하고 헤어질 사람 구함. ] 충동적으로 들어간 앱에서 태영은 외향적으로 마음에 드는 이상형을 만난다. [ 26살 바텀입니다! ] 이제 막 성인이 된 태영을 상대해 주는 게이들은 별로 없었다. 어쩔 수 없지… 나이 좀 속이면 어때? 들키지만 않으면 되지! [ 어디 언제 몇 시? ] 여섯 글자로 돌아온 답은 이상하게도 태영의 몸을 달아오르게 했다. *** 당찬 마음으로 이상형과 만나게 되었지만 너무 긴장한 탓일까? “정말 여러모로……가지가지 하시네요.” 첫 경험을 맞이하기에 앞서 어색한 행동들이 태영의 발목을 붙잡는다. “그쪽 스물여섯은 맞죠?” 그리고 태영은 끝내, 거짓말을 들키기 직전의 상황까지 도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