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 그러는 것처럼 밥도 먹고, 술도 마시고, 그 이상 하면 더 좋고.’ 아름의 무심하던 눈빛에 파동이 일었다. 밥은 지난번에 먹었고, 술도 마셨겠다, 이제 그 이상 할 차례일까. 그녀의 입술 사이로 짧은 숨이 흘러나왔다. “해요, 키스." “…….” “왜요, 못하겠어요? 비즈니스잖아요.” 그저 비즈니스여야만 했다, 우리 사이는. “못하겠으면 그만 해요.” 시선을 떨어트린 아름이 어깨를 밀어냈다. 그러나 꿈쩍도 하지 않는 그에게서 웃음기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가 못 한대요.” 헐겁게 쥐었던 그녀의 목과 턱선을 움켜쥔 해준이 고개를 비스듬히 떨어트리자 아름은 그의 입술이 닿기도 전에 눈을 감아버렸다. 따뜻한 온기가 느껴질 만큼의 가까운 거리, 닿을 듯 말 듯 한 그 거리에서 해준의 시선이 아름의 얼굴로 떨어졌다. 미세하게 떨리는 속눈썹을 지그시 바라보던 그가 입꼬리를 올렸다. “참는 거지.” 스치듯 입술 위를 간지럽히던 그가 다시 멀어져갔다. 그저 비즈니스였던 우리 사이가 결코 진심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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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하고 예민한 데다 인성은 별로지만, 일은 또 잘해서 손대는 사업마다 대박을 터트리는 오원물산 호텔리조트부 대표이사 한도원. 유능하고 눈치도 빠르며 야무진 데다 일 처리는 최상급. 누구도 건드릴 수 없던 대표이사 한도원을 컨트롤할 수 있는 유일한 비서 차예리. 돈이 차고 넘치는 도원은 예리의 능력과 시간을 살 수 있어 좋고, 예리는 그런 도원이 자신의 가치를 높게 사며 어마어마한 금액을 아끼지 않는 것에 만족스러웠다. 낯선 곳에서 눈을 뜨기 전까지는. * 당황한 예리가 벗어 던진 옷들을 주워 입은 뒤 조심스럽게 문을 여는데, 바로 코앞에서 나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일어났네요. 못 일어날 줄 알고 오늘 모닝콜은 내가 해야 하나 고민했는데.” “대, 대표님.” “차 비서, 어젯밤 기억은 납니까.” 제 상사가 내뱉은 알 수 없는 말에 예리의 인상이 미세하게 굳었다. “안 나는 얼굴이네요. 그럼 그렇지.” 도원의 느른한 웃음에 예리의 솜털이 바짝 솟았다. 동공은 파르르 떨렸다. 매섭게 내려 보는 도원의 얼굴은 ‘이걸 어떻게 할까.’ 딱 그 표정이었다. “어젠 좀 많은 일이 있긴 했는데.” 도원은 3년 짝사랑의 종지부를 찍을 생각이었다.
“나 동정하지 말아요.” ‘사람 함부로 동정하는 거 아니다. 가끔 어리석은 사람들은 그걸 사랑이라고 곧잘 착각하기도 해.’ 유일 그룹의 촉망받는 후계자, 공해일. 글자 하나 틀리지 않고 내뱉을 수 있을 만큼 숱하게 들어왔다. 착각하지 않을 자신 있었고, 그 누구를 동정도, 연민도 하지 않았다. 그러던 그가 눈이 벌게진 여자를 마주한 순간, 처음으로 흔들렸다. 흔들리자 무너지는 건 금방이었다. ‘부모 잃고 혼자가 된 불쌍한 아이야. 잘해줘라.’ 유일 그룹 공 회장 손에 거둬진 평생 불쌍할 아이, 차희주. 그 사람은 처음부터 동정심이라곤 조금도 모르는 눈빛이었다. 1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의 눈빛이 동정으로 변한 순간 희주는 울컥, 무너졌다. “나 동정하지 말아요.” 울음기가 잔뜩 묻어나는 목소리로 여자가 노려봤다. 입에 물었던 담배에 불을 붙이려다 말고 손에 쥐며 남자는 시선을 느릿하게 올렸다. 원망 섞인 시선을 마주하며 그가 낮게 읊조렸다. “동정이 아니면 괜찮고?” 그게 사랑인 줄 알았을 때는 이미 돌이킬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가 찾아오기 전까지는. 툭. 가는 어깨에서 가방이 힘없이 바닥으로 추락했다. 해일의 시선이 배로 향했고, 희주는 들키고 싶지 않다는 듯 손으로 배를 움켜쥐었다.
까칠하고 예민한 데다 인성은 별로지만, 일은 또 잘해서 손대는 사업마다 대박을 터트리는 오원물산 호텔리조트부 대표이사 한도원. 유능하고 눈치도 빠르며 야무진 데다 일 처리는 최상급. 누구도 건드릴 수 없던 대표이사 한도원을 컨트롤할 수 있는 유일한 비서 차예리. 돈이 차고 넘치는 도원은 예리의 능력과 시간을 살 수 있어 좋고, 예리는 그런 도원이 자신의 가치를 높게 사며 어마어마한 금액을 아끼지 않는 것에 만족스러웠다. 낯선 곳에서 눈을 뜨기 전까지는. * 당황한 예리가 벗어 던진 옷들을 주워 입은 뒤 조심스럽게 문을 여는데, 바로 코앞에서 나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일어났네요. 못 일어날 줄 알고 오늘 모닝콜은 내가 해야 하나 고민했는데.” “대, 대표님.” “차 비서, 어젯밤 기억은 납니까.” 제 상사가 내뱉은 알 수 없는 말에 예리의 인상이 미세하게 굳었다. “안 나는 얼굴이네요. 그럼 그렇지.” 도원의 느른한 웃음에 예리의 솜털이 바짝 솟았다. 동공은 파르르 떨렸다. 매섭게 내려 보는 도원의 얼굴은 ‘이걸 어떻게 할까.’ 딱 그 표정이었다. “어젠 좀 많은 일이 있긴 했는데.” 도원은 3년 짝사랑의 종지부를 찍을 생각이었다.
“벗어.” 나직하게 흘러나오는 음성에 옷자락을 짚었던 손끝이 저려 왔다. “네가 그 결혼을 위해서 어디까지 감수할 수 있는지 볼 테니까.” 덧붙여지는 말에 바들거리던 지수는 이내 마음을 먹었는지 목 뒤의 단추를 풀었다. 못 할 게 뭐가 있어. 이보다 더한 짓도 할 수 있어. 김도윤과 결혼도 하려는 마당에 기해욱이랑 몸 섞는 게 뭐가 어때서. 8년 만에 돌아온 해욱은 지수를 이용해 김도윤을 짓밟고 뭉갠 뒤, 그녀를 처참히 버릴 계획이었다. 그랬는데……. “내가 말했지. 너는 그냥 나한테 오기만 하면 된다고.” 그의 손길에 기어이 지수의 고개가 돌려졌다. 시선이 뒤엉켰다. “뭐든 내가 할 테니까 너는 그냥 가만히 있어, 내 옆에서.” 해욱은 여전히 지수 앞에서는 이성적이지 못했다. 그게 짜증 났다. 8년이 지나도 다를 게 없어서.
“고소장 잘 받았습니까?” “이렇게까지 해야겠어요?” “이렇게까지 하게 만든 건 윤슬아 씨인데.” 슬아가 손에 든 고소장을 구깃하게 쥐었다. “내 아이예요!” 서류를 툭 내려놓던 선우가 피식 웃으며 내뱉었다. “내 아이기도 하고.” “선배!” “선배? 내가 여전히 네 선배긴 한가?” 코웃음을 치는 선우를 보며 슬아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원하는 게 뭐예요? 아이 말고 원하는 게 있으면……!” “있으면.” 선우가 느리게 고개를 들어 시선을 마주쳤다. “들어줄게요.” 숨이 막히도록 고요한 순간, 슬아와 마주하던 선우는 눈매를 느짓하게 접었다. “네가 가진 건 아이뿐이고.” “…….” “줄 수 있는 것도 그것뿐 아닌가.” 아이, 그가 원하는 건 오로지 나의 아이뿐이었다.
“나 동정하지 말아요.” ‘사람 함부로 동정하는 거 아니다. 가끔 어리석은 사람들은 그걸 사랑이라고 곧잘 착각하기도 해.’ 유일 그룹의 촉망받는 후계자, 공해일. 글자 하나 틀리지 않고 내뱉을 수 있을 만큼 숱하게 들어왔다. 착각하지 않을 자신 있었고, 그 누구를 동정도, 연민도 하지 않았다. 그러던 그가 눈이 벌게진 여자를 마주한 순간, 처음으로 흔들렸다. 흔들리자 무너지는 건 금방이었다. ‘부모 잃고 혼자가 된 불쌍한 아이야. 잘해줘라.’ 유일 그룹 공 회장 손에 거둬진 평생 불쌍할 아이, 차희주. 그 사람은 처음부터 동정심이라곤 조금도 모르는 눈빛이었다. 1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의 눈빛이 동정으로 변한 순간 희주는 울컥, 무너졌다. “나 동정하지 말아요.” 울음기가 잔뜩 묻어나는 목소리로 여자가 노려봤다. 입에 물었던 담배에 불을 붙이려다 말고 손에 쥐며 남자는 시선을 느릿하게 올렸다. 원망 섞인 시선을 마주하며 그가 낮게 읊조렸다. “동정이 아니면 괜찮고?” 그게 사랑인 줄 알았을 때는 이미 돌이킬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가 찾아오기 전까지는. 툭. 가는 어깨에서 가방이 힘없이 바닥으로 추락했다. 해일의 시선이 배로 향했고, 희주는 들키고 싶지 않다는 듯 손으로 배를 움켜쥐었다.
“벗어.” 나직하게 흘러나오는 음성에 옷자락을 짚었던 손끝이 저려 왔다. “네가 그 결혼을 위해서 어디까지 감수할 수 있는지 볼 테니까.” 덧붙여지는 말에 바들거리던 지수는 이내 마음을 먹었는지 목 뒤의 단추를 풀었다. 못 할 게 뭐가 있어. 이보다 더한 짓도 할 수 있어. 김도윤과 결혼도 하려는 마당에 기해욱이랑 몸 섞는 게 뭐가 어때서. 8년 만에 돌아온 해욱은 지수를 이용해 김도윤을 짓밟고 뭉갠 뒤, 그녀를 처참히 버릴 계획이었다. 그랬는데……. “내가 말했지. 너는 그냥 나한테 오기만 하면 된다고.” 그의 손길에 기어이 지수의 고개가 돌려졌다. 시선이 뒤엉켰다. “뭐든 내가 할 테니까 너는 그냥 가만히 있어, 내 옆에서.” 해욱은 여전히 지수 앞에서는 이성적이지 못했다. 그게 짜증 났다. 8년이 지나도 다를 게 없어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저 두 사람의 숨소리만 들려올 뿐. 옅게 퍼지던 그녀의 숨이 잦아들었고 이어서 착 가라앉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헤어지자, 우리.” “…그래.” 참고 참았던 말을 끝내 뱉고야 말았다. 그리고 이불에 얼굴을 파묻으며 내뱉던 너의 단 두 글자로 아슬하게 매여있던 관계는 끝났다. 7년 뒤, ‘나르시스 코리아’ 에는 커다란 태풍이 휩쓸었다. 그 태풍이 지나가고 남은 건 새로 온 기획팀 본부장이 잘생긴 미친놈이라는 것. 칠흑 같은 눈동자가 굳은 듯이 서 있는 세하에게 고정했고 성큼성큼 걸어 미세하게 떨려오는 그녀의 손을 낚아채듯 잡았다. 그리고 굳게 다물었던 붉은 입술이 그녀를 향해 움직였다. “이해겸 입니다.” 한없이 낮고도 다정한 그의 목소리가 익숙하게 그녀의 머릿속을 헤집었다. 끝내 시선을 회피한 그녀에게 더 가까이 다가와 속삭이자 숨이 턱 막혔다. “오랜만이네, 김세하. 여전히 이쁘고.” 난 네가 힘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우리의 이별을 후회했으면 했고 그래서 네가 다시 나에게 돌아왔으면 했다. 네가 사라져버린 걸 알고 난 후에도.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이때, 네가 돌아왔다. 그것도 회사 공식 미친놈이 되어서.
‘남들 그러는 것처럼 밥도 먹고, 술도 마시고, 그 이상 하면 더 좋고.’ 아름의 무심하던 눈빛에 파동이 일었다. 밥은 지난번에 먹었고, 술도 마셨겠다, 이제 그 이상 할 차례일까. 그녀의 입술 사이로 짧은 숨이 흘러나왔다. “해요, 키스." “…….” “왜요, 못하겠어요? 비즈니스잖아요.” 그저 비즈니스여야만 했다, 우리 사이는. “못하겠으면 그만 해요.” 시선을 떨어트린 아름이 어깨를 밀어냈다. 그러나 꿈쩍도 하지 않는 그에게서 웃음기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가 못 한대요.” 헐겁게 쥐었던 그녀의 목과 턱선을 움켜쥔 해준이 고개를 비스듬히 떨어트리자 아름은 그의 입술이 닿기도 전에 눈을 감아버렸다. 따뜻한 온기가 느껴질 만큼의 가까운 거리, 닿을 듯 말 듯 한 그 거리에서 해준의 시선이 아름의 얼굴로 떨어졌다. 미세하게 떨리는 속눈썹을 지그시 바라보던 그가 입꼬리를 올렸다. “참는 거지.” 스치듯 입술 위를 간지럽히던 그가 다시 멀어져갔다. 그저 비즈니스였던 우리 사이가 결코 진심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퇴사 없었던 걸로 해.” 뉴스 말고는 그 어떤 것에도 관심 없던 WBC 보도국 대표 앵커, 주해원. “회사에서도 네가 받은 조건보다 더 나은 대우 해줄 거야. 네 몸값 올리기에는 이만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해.” 무감한 목소리에 세이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선배 눈에는 제가 겨우 몸값이나 올리자고 이러는 것처럼 보여요?” 미모면 미모, 지성이면 지성, 능력까지 출중한 WBC 신입 아나운서, 윤세이. “선배가 그랬죠. 데스크에서 가장 중요한 게 파트너 호흡이라고.” “…….” “나 선배랑 이혼하겠다고 했어요. 그런데 파트너 호흡이 좋을 리가 없잖아요.” 자신도 모르게 그에게 기대하고 서운해하던 마음을 알아챈 그 순간, 이 어설픈 연극은 끝을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넌 우리가 고작 결혼 때문에 뉴스에서 호흡이 좋았다고 생각해?” 해원의 눈동자에 점차 선명한 이채가 서렸다.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것 같아 세이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아니잖아. 너, 내 몸 좋아했잖아.” “선배.” “원한다면 언제든 자줄게.” 잠시 뒷머리를 세게 맞은 느낌에 세이는 눈만 깜빡이다 이내 서늘하게 해원을 바라봤다. “선배가 찾는 게 데스크 파트너가 아니라 잠자리 파트너였나 보죠?” 차갑게 내뱉으며 그를 스쳐 지나가는데, 유독 낮은 음성이 그녀의 발목을 잡았다. “이혼해줄게. 그러니까 돌아와.” 누구보다 무심하기만 하던 사람이, 고요한 호수처럼 잔잔하기만 하던 사람이 눈동자에 불안감을 가득 담고 저를 흔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