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지은 죄를 갚아야지. 내 옆에서 몸으로 갚고 위자료 먹고 떨어지면 돼.” 푸른 새벽녘을 연상시키는 서늘한 남자의 눈이 서아를 향했다. “그러니까 결혼하자고.” 말도 안 되는 말,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 도지헌이 결혼하자고 하다니. “왜. 싫어? 너 나 좋아했잖아.” 지헌이 손을 뻗어 서아의 귓바퀴를 부드럽게 쓸었다. 차가운 표정과 반하는 역설적인 행동에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절대 윤서아를 사랑할 리 없는 남자. 이 남자 옆에 있으면 지독하리 외로울 거란 것도 알고 있었다. 그래도, 그런데도, 그가 좋았다. “네. 결혼해요.” 이용하기 위한 나쁜 계략이란 걸 알았지만 걸려들 수밖에 없었다. 지헌과의 결혼은 서아에겐 꿈이었으니까. *** 윤서아가 떠났다. 겹겹이 쌓인 죄책감은 숨도 쉬지 못하게 심장을 짓눌렀다. 감히 염치도 없지. 그렇게 상처 줘놓고 다시 찾아가면 그건 개새끼지. 나도 아는데. 결론은 하나였다. “내가 어떻게 너를 보내. 아무것도 해준 게 없는데.” 지헌은 서아를 되찾기 위해 마지막으로 나쁜 놈이 되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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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웠으면, 잡아먹는 것도 키운 놈이 해야 하지 않겠어?” 권태일이 13년간 정성을 다해 키운 은인의 딸, 송지우. 태일은 지우의 보호자이자 안식처, 그 애를 지켜줄 가장 안전한 존재였다. “저 대표님 좋아해요. 같이 자고 싶을 정도로요.” 그 애가 제게 난데없이 고백을 하고. “대표님에서 다른 남자로 갈아탄 겁니다.” 다른 놈과 결혼하겠다고 통보하기 전까진, 분명 그랬다. “너 다른 놈으로 못 갈아타. 내가 절대 안 놔줄 거거든.” 이 어린애의 변덕은 다 오냐오냐 키운 제 업보였다. 그러니 제멋대로 구는 아이를 바로 잡을 이도 자신뿐이었다. “대표님은 더 이상 제 결혼을 막을 자격이 없어요.” 같잖은 반항에 태일은 헛웃음을 치며 지우의 목덜미를 잡아당겼다. 목이 타들어 갔다. 참을 수 없는 갈증은 형체 모를 소유욕과 닮아 태일을 점점 옥죄었다. “자격이 왜 없어. 그딴 건 내가 만들면 되는데.” 태일은 동그랗게 벌어진 지우의 입술로 돌진했다. 지금부터 그는 지우에게 가장 위험한 존재가 되기로 했다.
“영아. 내가 겨우 네 몸뚱이 하나 얻자고 이 개짓거리를 했을까.” 우진혁의 시선이 병상에 누운 재민을 향했다. 그는 진혁에게서 벗어나기 위한 도구이자 떠난 아기의 죽음을 밝혀줄 유일한 증거였다. “대체 왜이래? 우리 계약은 끝났잖아.” “혼인신고 안 했던데. 그럼, 저 산송장이나 나랑 별반 다를 게 없다는 뜻 아닌가.” “아니. 너랑은 다르지. 재민 씨와는 미래가 있었어.” 매서운 시선이 이목구비를 지나 서서히 전신을 조여왔다. 압사당할 것 같은 눈길에 점점 숨이 말랐다. 수 개월간의 거짓말을 들키지 않기 위해 애써 담담한 척 물었다. “잘까? 자주면 다신 안 찾아올래?” 머리 위로 높다란 그림자가 생겨났다. 블랙 슈트를 입은 몸이 가까워질수록 버거운 열기가 영에게로 쏟아졌다. “지난 10개월간 어떻게 해야 네 인생을 망칠 수 있을까. 머리에 쥐가 나게 고민을 했거든.” “….” “방법이 딱 하나 있더라고.” 우진혁이 기다란 검지를 뻗어 그의 턱 아래로 가져다 댔다. “나.” 그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정의 내렸다. 언젠가는 친구였던 너를. 어느 날은 죽이고 싶게 미웠던 너를. 미워하는 게 힘들어 기어코 사랑해 버렸던 너를. 나는 뭐라고 정의해야 할까. 멍하니 쳐다만 보자 그가 천천히 한쪽 무릎을 굽히고 앉았다. 혼인신고서와 새빨간 인주를 앞으로 내밀고는 미친 소리를 했다. “영아. 우리의 새로운 계약서야.” 아, 파멸의 끝에 다다라서야 너를 정의할 말이 떠올랐다. 너는 나의 거지같은 첫사랑이었다.
[단독] 인기 싱어송라이터 지호의 뮤즈는 배우 오윤지! “우리 헤어졌잖아. 오보라고 말해.” “난 헤어지겠다고 한 적 없어.” 이별한 날 찍힌 한 장의 사진 때문이었다. 길었던 비밀연애를 끝내고, 두 달간 계약 연애를 시작하게 된 것은. “길거리에서 주저앉지 마. 그럴 때마다 내 손 꽉 잡아.” 커다란 그의 손이 내 손을 감쌌다. 손을 빼내려고 하니 다시 당겨서 꽉 붙잡는다. “7번. 사람들 앞에서 사랑받는 여자인 것처럼 대할 것.” 태연히 그의 입에서 내가 적은 계약조항이 흘러나왔다. “그러게 다시 진짜 연애하고 싶어지면 어쩌려고 그런 걸 적어.” “그럴 리 없어. 다 가짜니까.” 내게 시선을 고정한 그가 입꼬리를 늘어뜨리며 웃었다. “장담하면 안 될 텐데.” 자신감 넘치는 그의 표정에도 그땐 미처 알지 못했다. 두 달짜리 가짜 연애가 5년간의 진짜 연애보다 더 위험할 수도 있다는 것을.
[단독] 인기 싱어송라이터 지호의 뮤즈는 배우 오윤지! “우리 헤어졌잖아. 오보라고 말해.” “난 헤어지겠다고 한 적 없어.” 이별한 날 찍힌 한 장의 사진 때문이었다. 길었던 비밀연애를 끝내고, 두 달간 계약 연애를 시작하게 된 것은. “길거리에서 주저앉지 마. 그럴 때마다 내 손 꽉 잡아.” 커다란 그의 손이 내 손을 감쌌다. 손을 빼내려고 하니 다시 당겨서 꽉 붙잡는다. “7번. 사람들 앞에서 사랑받는 여자인 것처럼 대할 것.” 태연히 그의 입에서 내가 적은 계약조항이 흘러나왔다. “그러게 다시 진짜 연애하고 싶어지면 어쩌려고 그런 걸 적어.” “그럴 리 없어. 다 가짜니까.” 내게 시선을 고정한 그가 입꼬리를 늘어뜨리며 웃었다. “장담하면 안 될 텐데.” 자신감 넘치는 그의 표정에도 그땐 미처 알지 못했다. 두 달짜리 가짜 연애가 5년간의 진짜 연애보다 더 위험할 수도 있다는 것을.
“태유미 같은 하자품이랑 결혼하기 싫으시잖아요. 제가 깨 드릴게요. 아주, 야하게.” 서로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시작한 거래였다. “약혼을 깼으니, 책임을 져야겠지.” “네. 대표님이 원하는 걸 가질 수 있도록 이 몸 바쳐 도와드릴게요.” “그래야 너도 원하는 걸 가질 수 있으니까?” “네. 잘할게요.” 승계를 위한 허울뿐인 아내, 필요에 의한 단기간 파트너. 뭐라고 불리든 상관없었다. 차강일은 엄마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밝혀줄 유일한 등불이었으니까. “사랑하는 척해. 우리 노친네 앞에서.” “사랑하는 척만 하는 건 너무나도 쉬워요.” 이렇게 말하면서도 슬은 간절히 바랐다. 몸은 섞어도 마음은 섞이지 않길. 부디, 이 남자를 5년 전처럼 사랑하지 않길. “그러니까…. 저한테 속지 마세요.” 발칙한 선전포고에 강일이 굶주린 짐승처럼 슬의 허리를 끌어 당겼다. 벌을 주는 것 같은 사나운 마찰에도 슬은 망설이지 않고 그의 목을 그러안았다. “돌겠네.” 비릿한 미소를 짓는 남자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살면서 본 그 어떤 그림보다도.
일자리도 지낼 곳도 없어진 날, 스카웃 제의를 받았다. 자식의 집에 취직시켜 줄 테니 일거수일투족을 보고해 달라는 것. 예쁘지만 까칠하다던 집주인 차재희가 남자인 것도 황당한데. “군대는 갔다 왔나? 안 다녀왔겠지. 백 프로라고 본다, 나는.” 하필, 그는 나를 남자로 알고 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유은오. 나는 지금부터 너를 작정하고 꼬실 거야.” 예? 꼬신다니. 믿을 수 없는 말은 마치 선전 포고였다. “자, 잠깐만요, 대표님! 제가…… 남자애인데도요?” 목덜미 아래로 뜨거운 손이 파고들어 왔다. 힘을 거의 주지 않은 손아귀임에도 전신이 묶인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더 믿기지 않는 말이 들려온 건 그때였다. “키스부터는 허락을 구하고 할게.” “키, 키스요?” “그런데. 이거까지는 멋대로 하려고.” 그러니까, 입 벌리지 마. 경고 같은 말을 끝으로 그의 얼굴이 가까워졌다.
“태유미 같은 하자품이랑 결혼하기 싫으시잖아요. 제가 깨 드릴게요. 아주, 야하게.” 서로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시작한 거래였다. “약혼을 깼으니, 책임을 져야겠지.” “네. 대표님이 원하는 걸 가질 수 있도록 이 몸 바쳐 도와드릴게요.” “그래야 너도 원하는 걸 가질 수 있으니까?” “네. 잘할게요.” 승계를 위한 허울뿐인 아내, 필요에 의한 단기간 파트너. 뭐라고 불리든 상관없었다. 차강일은 엄마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밝혀줄 유일한 등불이었으니까. “사랑하는 척해. 우리 노친네 앞에서.” “사랑하는 척만 하는 건 너무나도 쉬워요.” 이렇게 말하면서도 슬은 간절히 바랐다. 몸은 섞어도 마음은 섞이지 않길. 부디, 이 남자를 5년 전처럼 사랑하지 않길. “그러니까…. 저한테 속지 마세요.” 발칙한 선전포고에 강일이 굶주린 짐승처럼 슬의 허리를 끌어 당겼다. 벌을 주는 것 같은 사나운 마찰에도 슬은 망설이지 않고 그의 목을 그러안았다. “돌겠네.” 비릿한 미소를 짓는 남자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살면서 본 그 어떤 그림보다도.
“영아. 내가 겨우 네 몸뚱이 하나 얻자고 이 개짓거리를 했을까.” 우진혁의 시선이 병상에 누운 재민을 향했다. 그는 진혁에게서 벗어나기 위한 도구이자 떠난 아기의 죽음을 밝혀줄 유일한 증거였다. “대체 왜이래? 우리 계약은 끝났잖아.” “혼인신고 안 했던데. 그럼, 저 산송장이나 나랑 별반 다를 게 없다는 뜻 아닌가.” “아니. 너랑은 다르지. 재민 씨와는 미래가 있었어.” 매서운 시선이 이목구비를 지나 서서히 전신을 조여왔다. 압사당할 것 같은 눈길에 점점 숨이 말랐다. 수 개월간의 거짓말을 들키지 않기 위해 애써 담담한 척 물었다. “잘까? 자주면 다신 안 찾아올래?” 머리 위로 높다란 그림자가 생겨났다. 블랙 슈트를 입은 몸이 가까워질수록 버거운 열기가 영에게로 쏟아졌다. “지난 10개월간 어떻게 해야 네 인생을 망칠 수 있을까. 머리에 쥐가 나게 고민을 했거든.” “….” “방법이 딱 하나 있더라고.” 우진혁이 기다란 검지를 뻗어 그의 턱 아래로 가져다 댔다. “나.” 그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정의 내렸다. 언젠가는 친구였던 너를. 어느 날은 죽이고 싶게 미웠던 너를. 미워하는 게 힘들어 기어코 사랑해 버렸던 너를. 나는 뭐라고 정의해야 할까. 멍하니 쳐다만 보자 그가 천천히 한쪽 무릎을 굽히고 앉았다. 혼인신고서와 새빨간 인주를 앞으로 내밀고는 미친 소리를 했다. “영아. 우리의 새로운 계약서야.” 아, 파멸의 끝에 다다라서야 너를 정의할 말이 떠올랐다. 너는 나의 거지같은 첫사랑이었다.
일자리도 지낼 곳도 없어진 날, 스카웃 제의를 받았다. 자식의 집에 취직시켜 줄 테니 일거수일투족을 보고해 달라는 것. 예쁘지만 까칠하다던 집주인 차재희가 남자인 것도 황당한데. “군대는 갔다 왔나? 안 다녀왔겠지. 백 프로라고 본다, 나는.” 하필, 그는 나를 남자로 알고 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유은오. 나는 지금부터 너를 작정하고 꼬실 거야.” 예? 꼬신다니. 믿을 수 없는 말은 마치 선전 포고였다. “자, 잠깐만요, 대표님! 제가…… 남자애인데도요?” 목덜미 아래로 뜨거운 손이 파고들어 왔다. 힘을 거의 주지 않은 손아귀임에도 전신이 묶인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더 믿기지 않는 말이 들려온 건 그때였다. “키스부터는 허락을 구하고 할게.” “키, 키스요?” “그런데. 이거까지는 멋대로 하려고.” 그러니까, 입 벌리지 마. 경고 같은 말을 끝으로 그의 얼굴이 가까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