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뜨니 낯선 천장이라는 건 보았어도 결혼식이란 서술은 읽은 적이 없었다. 터지는 환호 속에서 홀로 남겨진 기분에 식장을 나와 도망쳤다. 내가 누구인지, 여기는 어디인지 알 수 없었다. 그때 미처 정신을 차려보기도 전에 내 앞에는 투명한 창이 떠올랐다. [위대한 업적 달성! 축하합니다! 당신은 완결을 맞이한 세계에 무사히 빙의되셨습니다! ] [특별 보상으로 당신이 원하던 외전이 지급되었습니다.] [당신은 등장인물 중 조연 ‘아실리 오르트’에 빙의하셨습니다.] 그리 좋아하지 않던 머리에 꽃밭이 펼쳐진 엑스트라에 빙의라니…! 심지어 외전이라면 이미 내 최애이자 이곳의 악역은 죽음을 맞이한 상태였다. 결국 이 외전에선 내가 원하던 결말은 바랄 수도 없다는 말이었다. 그래도 마냥 나쁜 것만도 아니었다. 아실리는 돈 많고, 아름다운 백작 영애였기에 할 수 있는 게 무궁무진했다. 그러나 시스템은 내게 편안한 미래를 선물하지 않았다. [메인 퀘스트 로판의 기본 법칙! 등장인물 중 누군가는 납치를 당한다! 바로 당신이 그 행운의 주인공입니다! 납치 후 무사히 살아남으세요. 실패 시 패널티 : 죽음 ] 납치당할 위기에서 납치범에게서 기시감이 들었다. 알고 보니 이 납치범의 정체가 본편에서 죽은 줄 알았던 악역이자 내 최애인 아드리안이란다. 최애에게 당하는 납치? 오히려 좋아! * 순조롭게 아드리안에게 조력자로 인정받고, 계약상 연인까지 되었다. 그런데 별안간 시스템이 내게 너무 과분한 보상을 건넸다. [당신은 제국 유일의 치유사가 되었습니다.] 얼떨떨하게 창을 바라보는데 이게 끝이 아니었다. [(주의) 힘의 일부만 개화하여 자신은 치유할 수 없습니다.] 이거 설마… “사망 플래그는 아니겠지… ?” * 아실리의 몸에 치유력이 발현되어 순식간에 제국의 빛이 되어버렸다. 주위의 이목이 집중된 상황에선 연인이란 관계가 족쇄가 될 게 뻔했다. 계약을 끝낼 때였다. “이제 연인 사이는 그만 둬요, 우리.” 이 말에 아드리안의 눈에서 눈물 한 방울이 툭 떨어졌다. “제가……싫어지셨습니까?” 최애를 울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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