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주들을 포기하겠습니다
글백일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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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금 BL소설 속 미인수에 빙의했다. “널 좋아해.” 하필이면 남주 한 명이 흑화해 세상을 멸망시킬 꿈도 희망도 없는 곳으로. “진심이야.” 그가 미치지 않도록 원작과는 다르게 잘해주려 했다. 그가 미친 건 미인수인 내가 그를 철저하게 무시했기 때문이었으니까. 그래서 선수 쳐서 고백했다. 거절당하려고. “난 좋아하는 사람 따로 있어.” “응, 알아.” 원작에서는 그가 내게 고백하다가 처절하게 짓밟혔기에 흑화했다. “나도 남자야. 너도 남자고.” “그것도 알아. 그냥 말하고 싶었어.” 그가 거절할 걸 알고 있어서 그런지 마음이 놓였다. “그래도 우린 친구지?” 그가 인상을 찌푸리다가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응.” 그렇게 나는 아련한 척 웃으며 안도했다. 거절당한 건 나였으니까. 그렇게 나는 결국 가문에서 소개해준 사람과 약혼했고. “이쪽은 내 약혼자야.” “남자끼리 무슨 약혼이야?” 그가 당황한 듯 추궁하길래 해맑게 말했다. “사실은 내가 여자야.” 그에겐 이미 무수하게 거절당했으니 괜찮을 거라 착각하고는. “뭐?” 내게 반문하는 그의 눈을 보는 순간 깨달았다.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그의 눈에 일렁이는 선명한 광기는 난생처음 보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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