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우주의보
글임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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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날들이었다. 운명 같던 결혼도, 풍족한 부도, 더할 나위 없는 시댁도, 다정한 남편 역시도. 그리고 믿었었다. 언제까지나 이런 날이 계속될 거라고, 자신의 낙원은 절대로 훼손되지 않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 일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제가 다 잘못했어요. 처음엔 납치된 아기인 줄 몰랐어요.” TV 속 엄마의 모습이 낯설었다. 잘못했다며 비는 모습을 보자, 희주의 피부 위로 소름이 돋아났다. 그리고……. “그 아이가 누군지 알고 있었단 말이네요. 누굽니까?” “…궈, 권도영 사장입니다.” 엄마의 입에서 남편의 이름이 나오는 순간, 희주의 낙원은 종말을 맞이했다. 희주가 권도영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듯. *** “환영해. 이제야 지옥에 온 걸.” 이미 모든 걸 알고 있었다는 듯 남편은 다정한 목소리로 희주를 지옥으로 초대했고. 그녀의 사랑에 값어치를 매겼다. 그러나 그를 원망하지는 않았다. 이렇게 될 줄 알았던 덫이었고, 알면서도 발을 내민 건 희주였으니까. 모두 희주를 경멸했다. 그의 옆에 머물길 자처하는 희주를 향해 그 엄마에 그 딸, 더러운 핏줄이라며 손가락질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놓고 싶지 않았다. 그가 없는 세상을 살아갈 자신이 없었다. 그를 향한 이 기이한 집착의 이유를 알아야만 했다. 마침내 모든 이유를 알게 되었을 때, 희주는 웃으며 그를 보내주기로 결심했다. “당신을 사랑했어요. 그러니까 우리 이혼해요.” 비록 이 지옥에 홀로 남을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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