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 사정
글설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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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준을 모시는 일은 조금도 쉽지 않았다. 그가 원한다면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달려가야 했다. 무엇보다 어려운 건, 그에 대한 마음을 숨기는 것. 그러던 어느 날, 태준이 서윤을 부른다. “신비서, 이달 안에 사표 쓰고 비서 일 정리해.” “갑자기 왜…….” “잘못한 건 없어. 따로 해줄 일이 있어서.” 변덕만으로 서윤의 목줄을 자를 수 있는 남자는 대단히 사무적이고, 가볍게 이야기를 이었다. “나랑 결혼하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무심한 표정. 사람들은 항상 태준을 어려워했다. 어떤 말을 해도 변화가 없으니, 심정을 읽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오랫동안 태준의 곁을 보필한 서윤은 알았다. 지금 그의 눈동자에 짙게 깔린 흥미를. “왜 저랑 부사장님이 결혼을 하나요?” “신 비서라면 날 사랑한다며 귀찮게 굴지 않을 테니까.” 신 비서는 주제를 알잖아? 바들바들 떠는 서윤을 내려다보며 그가 느른하게 명령했다. “결정됐으면 시작해. 포장지보다 안의 내용물을 확인해야겠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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