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편없는 메르헨
작가언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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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봄, 유난히 푹 젖어 흥성거리던 거리. 부모의 경멸과 냉대 속에 지치고 메말라 가던 서희는 사생활이 난잡하기로 소문난 탕아와 우연히 엮이게 된다. “아아. 굳이 이렇게까지 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 “오늘 자고 가야겠습니다.” 상냥함과 무례함을 거침없이 넘나드는 남자. 헤프게 사랑을 논하는 남자. 누구나 꿈꾸는 아름다운 동화 따위 한낱 허상일 뿐이라며 비웃는 남자, 주태백. 온갖 선명하고 화려한 것을 두른 그는 거친 파도처럼 서희를 두들기고, 뒤흔든다. “알겠어요. 비밀은 지켜 줄게요.” “…진짜요?” “대신 요란하게 떡 한 번 치게 해주면.” 지저분한 일탈. 일순의 희열. “너무 어렵게 생각할 것 없으니까.” 그에게 동화(同化)되면 거짓된 사랑이라도 나눠 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여, 가벼운 불장난에 기꺼이 몸을 던지기로 했다. *** 정말 미친 건가? 이런 식으로 남자 후리는 법은 대체 누가 알려준 걸까. “저…. 이제 끝난 거죠?” 완전히 넋이 나간 태백을 향해 서희가 살짝 고개를 숙였다. “12시 되기 전에는 가봐야 해서요.” 진짜 불길에 휩쓸린 사람은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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