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 탈곡기
작가원해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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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짝사랑은 망했다.” 완벽한 형에 비해 한 없이 뒤떨어지는 나 ‘하기연’. 첫사랑도 끝사랑도 전부 형의 친구들이었다. 무한한 애정을 쏟은 그에게 돌아온 것은 폭력과도 같은 싸늘한 거절의 말. 애정을 갈구했던 가족들에겐 친아들이 아니었다는 청천벽력과 같은 말과 함께 집에서 쫓겨났다. 막노동을 뛰고 살아도 산 것 같지 않은 삶을 살던 하기연에게 찾아온 것은 갑작스런 교통사고. 죽기 직전 후회하며 빌었다. 다시 살게 된다면 자신을 무시하고 차별하던 가족들에게도, 애정을 빌미 삼아 괴롭히던 형들에게도 절대 사랑을 쏟지 않을 거라고. 온전한 내 삶을 살거라고. 그리고 거짓말처럼 17살 겨울, 하기연은 돌아왔다. 변하기 시작한 하기연과 그로 인해 가족들과 형들 또한 변하기 시작하는데…. *** 하기연은 에스프레소 머신에 캡슐을 넣고 버튼을 눌렀다. 커피를 내리는 모습을 보며 권종석이 투정 부리듯 말했다. “형은 커피 안 좋아하는데~” “……응?” 알고 있다. 단 걸 좋아해서 핫초코를 먹지 않나. 하기연은 그들이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을 자세히 알고 있었다. 음식은 당연하고 좋아하는 색이나 취향 등등. 짝사랑하는 상대의 모든 걸 알고 싶어 열심히 했는데…… 정작 스스로에 대한 것은 하나도 몰랐다. 전부 형들의 취향에 맞췄으니까. 집을 나와서 알게 된 게 있다면 자신은 쓴 커피를 좋아한다는 것. 하기연은 은은하게 퍼지는 커피 향을 맡았다. 회귀 전 하루에 서너 개씩 타 먹던 커피와 향부터 달랐다. 그럼에도 고된 피로를 풀어 줬던 유일한 스틱 커피가 더 생각났다. “어머니 아까 나가셨는데.” “……응?” 주방에서 뭐 할 거 있나. 왜 여기서 궁금하지도 않은 말을 하지. 쟁반에 타르트와 커피를 올려 두는데, 권종석이 이해가 안 간다는 듯 물었다. “누구 주려고?” “내 건데.” “……네 거라고?” “응.” 당연한 거 아닌가. 에스프레소는 형들이 먹지도 못하는데, 누굴 주려고 하겠는가. 당황한 권종석을 지나쳐 주방을 나가려는데, 누군가가 또 앞을 막아섰다. “뭐냐.” 뾰족한 눈매가 하기연을 내려다봤다. 결 좋은 검은 머리칼이 목까지 내려온, 날카로운 인상의 소년. ‘제일 만나기 거북한데, 하필…….’ 최무진. 하기연의 마지막 고백 상대였다. 피해 다니기는 무슨. 집 자체가 지뢰투성이였다. “뭐야, 커피? 이걸 누구 먹으라고, 너 혼자 다 처먹어.” 날카로운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은 건 기억 그대로였다. “왜 다 몰려 있어.” 무심하게 한 발 뒤에서 바라보는 하도훈조차도. 그런데…… 뭐랄까. 하기연은 셋을 보며 기묘한 기분이 들었다. *본 작품은 동성 연애, 결혼에 대한 편견이 없는 세계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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