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이 좋게 첫눈에 반한 남자와 결혼했다. 그에게는 강제된 결혼이라는 걸 너무나 잘 알았기에 나 혼자라도 노력하면 괜찮아질 줄 알았다. 그러나 내가 죽을 때까지도 남편은 변함없이 차가웠다. 마음의 병을 이기지 못하고 눈을 감는 순간에는 차라리 잘 되었다며 기쁘게 세상을 떴다. 아니, 뜬 줄 알았는데. "좋은 아침." 내내 갈망했던 다정한 눈빛으로 그가 인사를 건넸다. "내가 아직도 꿈을 꾸나 보죠?" "그건 모르겠지만 우리가 오늘 신혼 이틀째라는 사실은 알지." 사후 세계가 이렇게 생생한 게 맞나. * 겨우 그를 따돌리고 도망쳐 온 곳에서 나는 다시 삶을 일구기로 했다. 신이 날 어여삐 여겨 기회를 주신 거라면 고작 사랑 따위에 목매다가 우울한 끝을 맞이하고 싶진 않았다. “도망을 참 멀리도 왔군.” 대체 어떻게 여기까지 쫓아온 걸까. 게다가 항상 나보다 우선이었던 그 많은 할일들은 어디다 내팽개치고. “사랑은 이제 안 한다고 했잖아요.” “그래. 당신은 하지 마. 내가 하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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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의 기억을 잊지 못하는 건 신의 배려일까, 저주일까. “클로니에 데멜스. 이만 눈을 감으시오. 모두 다 끝났으니까.” “……르안, 어떻…… 게, 당신, 이……, 뱃속에…… 우리…… 아, 아이가, 있, 는데…….” 믿었던 남편으로부터 끔찍한 죽음을 맞이하고 난 뒤, 벌써 다섯 번째 환생이었다. 지긋지긋하게 반복되는 죽음의 순간, 매번 선명히 되살아나는 도륙의 고통. 그러나 그 어떤 삶에서도 날 망가뜨린 너에게 되갚아 주지 못했다. 그랬는데, 눈앞에 다시 한번 네가 나타났다. 마치 이번엔 반드시 복수에 성공하라는 듯. “……이름, 없어요.” “잘됐다. 널 보니 생각나는 이름이 있었거든. 티르안 카실. ……어때? 마음에 드니?” 모든 주의를 기울여 내 손으로 죽여야만 해. 당신이 내게 그랬듯 가장 행복한 순간에, 기필코. 클로니에는 시리도록 푸른 눈을 마주 보며 있는 힘껏 웃어 보였다. 멋진 기사가 되어 날 지켜줘. 그리고 목숨을 다해 날 사랑하길 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