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별장에서 보내던 나날은 평화롭기 그지없었습니다. 봄이 깃들기 전. 황태자비로부터 북부를 호령하는 대공가, 유스벨티어의 가정교사가 되어달라는 편지를 받았습니다. 경험이 없는 저로서는 승낙하기 쉽지 않았죠. 그와 동시에 저 같은 사람에게 아이들의 교육을 맡기려는 점이 참 그녀답다고 생각했습니다. 고심 끝에 승낙했습니다. 마침 북부 여행을 계획하던 참이었거든요. 가벼운 발걸음으로 길을 나섰습니다만…. 대공저에 도착하자마자 사건이 터질 줄은 저도 몰랐습니다. "황태자가 무엇을 알아 오라고 했지?" "당신, 정체가 뭐야." 외부인에게 관심이 없다던 대공가의 주인께서 저를 궁금해하십니다. '고용 계약 조항 제7항, 개인 정보 비공개 및 노출된 비밀 유지'를 강조해야겠습니다. 사실 북부 얼음 산맥에 가는 길목이라 승낙한 건데, 얼음산은 무슨. 북부에는 그냥 여행차 올 걸 그랬나 봐요. 이미 늦은 것 같지만요. [롭의 일기에서 발췌] 표지 일러스트 By 물가의 체리(@NAGISA_n_cherry) 타이틀 디자인 By 타마(@fhxh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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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파멸로 이끈 바다의 마녀에 빙의했다. 희대의 악녀의 최후는 오로지 사형뿐. ‘드디어 이 지옥 같은 세계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겠구나.’ 폭군 아르페하임의 선고에 안도했다. 그랬는데. “너의 사형 집행은 미뤄졌다.” 손바닥 뒤집듯이 볼모로 삼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지하 감옥에 갇혀서 비루하게 연명할 줄 알았더니. “도착했다, 카나리아.” 정신을 차린 곳은 새장을 닮은 새하얀 궁전이었다. ……그런데 볼모의 이명이 카나리아였던가? * * * GPS라도 붙여 놓은 양, 이 남자는 가는 곳마다 나타났다. “분명히 도망치지 않겠다고 했던 것 같은데.” 당시의 그녀는 새장을 벗어난다는 의미를 알 수 없었다. 그의 반경에서 벗어났을 때 닥칠 위험도. “다른 사람들에게도 들켰으니까, 처벌을 피할 수 없다는 거구나.” “그래.” “나, 정말 발목을 잘라야 해……?” 피할 수 없는 처벌도. “딱 한 번, 처벌을 피할 유일한 방법이 있다.” “그게 뭐야?” 되묻는 말에, 그의 눈빛이 진중하게 가라앉았다. 그의 반응을 보자 그녀는 깨달을 수 있었다. 자신이 살아남을 길은, 볼모 카나리아가 아닌 오직 그만의 카나리아가 되는 것밖에 없다는 걸.
국왕 시해자로 몰려 탑에 유폐된 유포리안의 왕녀, 레이시. 혹한의 겨울에 얼어 죽은 줄 알았더니, 낯선 땅, 카니스에서 눈을 떴다. 하녀, 레이시로. 똑같은 얼굴, 똑같은 이름. 그러나 왕녀와 하녀라는, 전혀 다른 신분. 몰아치는 의문을 접어 두고 그녀가 목표로 삼은 것은 오직 하나. 아버지를 죽인 진범을 붙잡아 누명을 벗는 일.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유포리안 왕국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가주님, 계파해 주세요.” “……계약 파기? 그래서 계파?” 종신 계약 해지서가 자꾸만 사라지는 게 아닌가! 이렇게 되면 이판사판이다. “저를 계속 데리고 있으면 카니스 가문에 손실이 막심할 것 같지 않으세요?” “고작 그런 걸로 흠집이 날 만큼 카니스의 금고와 군사력은 형편없지 않아.” 아무리 정떨어지는 말을 해도 애쉬 카니스는 콧방귀조차 뀌지 않았다. 이 남자는 대체 왜 날 데리고 있는 거지? 하, 빨리 계파하고 싶다.
세상을 파멸로 이끈 바다의 마녀에 빙의했다. 희대의 악녀의 최후는 오로지 사형뿐. ‘드디어 이 지옥 같은 세계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겠구나.’ 폭군 아르페하임의 선고에 안도했다. 그랬는데. “너의 사형 집행은 미뤄졌다.” 손바닥 뒤집듯이 볼모로 삼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지하 감옥에 갇혀서 비루하게 연명할 줄 알았더니. “도착했다, 카나리아.” 정신을 차린 곳은 새장을 닮은 새하얀 궁전이었다. ……그런데 볼모의 이명이 카나리아였던가? * * * GPS라도 붙여 놓은 양, 이 남자는 가는 곳마다 나타났다. “분명히 도망치지 않겠다고 했던 것 같은데.” 당시의 그녀는 새장을 벗어난다는 의미를 알 수 없었다. 그의 반경에서 벗어났을 때 닥칠 위험도. “다른 사람들에게도 들켰으니까, 처벌을 피할 수 없다는 거구나.” “그래.” “나, 정말 발목을 잘라야 해……?” 피할 수 없는 처벌도. “딱 한 번, 처벌을 피할 유일한 방법이 있다.” “그게 뭐야?” 되묻는 말에, 그의 눈빛이 진중하게 가라앉았다. 그의 반응을 보자 그녀는 깨달을 수 있었다. 자신이 살아남을 길은, 볼모 카나리아가 아닌 오직 그만의 카나리아가 되는 것밖에 없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