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인드
작가하루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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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호수에 돌을 던지고 싶은 욕망은 단순한 충동이었다.’ 봉인 마법을 연구하러 키르다라에 온 왕도의 어전 마법사 레마는 깊은 부상을 입은 키르다라 소공(小公) 테르스를 비밀리에 치료하게 된다. 이후 테르스는 레마를 마주칠 때마다 커다란 호의를 보이지만, 군주 계승권을 가운데 둔 키르다라 칠각룡들의 뒤틀린 알력 다툼에 발끝도 휘말리기 싫었던 그는 테르스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눈치채고도 흘려 넘긴다. 하지만 장난처럼 테르스를 떠보고 놀리던 와중 듣게 된 솔직한 고백에 그도 변덕처럼 이끌리고 만다. 그러던 어느 날, 상황이 급변하여 키르다라에서 운신하기 곤란한 입장이 된 레마는 테르스의 마음을 이용해 하룻밤 스스로 몸을 던지고 거래를 요구하려 그를 찾아간다. 그러나 테르스는 속내를 알 수 없는 반듯한 얼굴로 유혹을 정중히 거절하고서 돌려보낸다. 다음날 아무런 대가 없이 레마를 돕더니 입맞춤부터 시작하는 관계를 요구하며 이지선다를 제시하는 테르스. 한 줄기 바람 없이 고요하던 용의 호수에 그가 일으킨 파문의 끝은…? [본문 중] 내가 당신을 무서워한다고?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테르스를 바라볼 때의 내 감정은 과거 말로른의 키마이라를 바라보던 느낌과 같았다. 그 우레와도 같던 충격. 어떻게 다른 사람들은 당신을 안 무서워할 수가 있지? 고요한 수면 아래 정체를 모를 것이 피비린내를 풍기면서 얌전히 도사리고 있는데 그것을 어떻게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는가? 공포. 또는 분노. 아니면 무력감. 온갖 감정의 소용돌이가 내 안에서 휘몰아쳤다. 천둥번개 같은 것이 내 귓가에서 메아리치기 시작했다. 그것은 내 심장 박동 소리였다. 테르스의 얼굴은 차분했다. “…화났나요?” 나는 간신히 그 한 마디만을 입 밖으로 꺼낼 수 있었다. “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그는 부드럽게 내 뺨에 손바닥을 댔다. “저는 화내지 않습니다.” 그야 그렇겠지. 화낸 적이 있기라도 할까? “오히려 기쁩니다.” 난 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가 다시 한 번 물었다. “이제 입 맞춰도 됩니까?” 난 고개를 저었다. “싫어요….” “그럼 지금은?” “싫어요.” “아직도, 입니까?” 그의 질문은 계속해서 반복되었다. 결국 내가 대답할 틈을 놓치는 그때까지. 내가 싫다고 미처 대답하기 전에 그의 입술이 다가왔다. 이것 봐. 결국은 맘대로 할 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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