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의 완벽한 조건
작가백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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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민현석 씨와… 부사장님과 결혼을 꼭 해야 합니다.” 소희의 결연한 눈빛을 똑바로 받던 현석이 제 앞의 와인 잔과 접시를 밀어내고는 팔을 올려 턱을 괴었다. “나랑 결혼해야 하는 이유가 뭔데?” 지금까지도 그다지 정중하지 않은 말투였으나, 그는 아예 말끝을 잘라 버린 무례한 태도로 물었다. “나한테 뭘 해 줄 수 있는데?” “원하시는 게 뭔지….” “우리가 결혼하면, 문자 그대로 이소희 씨는 몸만 가지고 결혼하는 거야.” 부정할 수 없는 현실에 그녀의 말문이 막혔다. 현석은 눈을 가늘게 뜨고 소희를 살폈다.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순진해 빠진 표정. 남자 하나를 제대로 잡아서 팔자를 뒤집어 보려는 얄팍한 계산이 단아한 외모 뒤에 숨겨져 있었다. “제가 할 수 있는 거라면 뭐든지 할게요.” 그러니까 이런 소리를 하면, 순진한 척하는 가면을 벗겨 보고 싶어진달까. 그는 어딘가 야만적인 충동을 불러일으키는 여자를 가만히 쳐다봤다. 그의 가슴속에서 어두운 감정이 아지랑이처럼 일렁였다. “그렇습니까?” 현석의 말끝이 다시 정중하게 돌아왔다. 턱을 괴고 있던 손을 내린 그가 자세를 바로잡았다. 거만하게 꼬고 있던 다리도 되돌리고 정자세로 그녀를 바라보면서 그가 입을 열었다. “내가 말했죠? 이소희 씨는 몸만 가지고 오는 셈이라고.” “네.” “그럼, 그 몸을 줘 봐요.” “…네?” “나랑 한번 자 보자고.” 그녀의 입술이 사르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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