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켜줄 보호자가 살인마뿐이다
작가참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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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그악스러운 살육의 현장에서 만났다. 사방에 흩뿌려진 사람의 피. 발 디딜 틈 없이 겹쳐 있는 사람의 육체. 모든 것을 끝낸 살육자가 떠나려는 순간, 냄새나는 고깃덩이 사이에서 웅크리고 있던 누군가가 튀어나왔다. “제발 절 데려가 주세요!” 비쩍 마른 몸뚱이와 산발이 된 머리, 꼬질꼬질한 옷차림의 곧 쓰러질 듯한 여자애. 그러나 그녀의 차림새가 어떻고, 사연이 얼마나 기구하든 남자가 상관할 바 아니었다. 마체테를 든 남자가 오른손에 힘을 주었다가 풀기를 반복하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여자는 어색하게 입꼬리를 끌어올리면서 남자의 두건 안 눈동자를 올려다보았다. 넘어와라, 넘어와라. 속으로 간절히 외며, 회심의 대사를 날렸다. “대가는 두둑이 치를 수 있어요.” 여자는 그에게 대가를 두둑이 치르겠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원하는 만큼 두둑하게, 대가를 받아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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