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재킹
작가임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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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환희는 그가 태어나서 처음 좋아한 여자애였다. 하지만 그의 첫사랑은 그의 친구에게 수줍은 얼굴로 편지와 선물을 건넸다. “현준원이랑 잘되게 내가 도와줄게.” “네가 왜 그런 걸 도와줘?” “우리 어릴 때 네가 나 많이 도와줬잖아.” “……내가?” “나 운동한다고 학교도 자주 빠졌는데, 우리 반장 덕분에 졸업식은 무사히 갔으니까 많이 도와준 거지.” 거울 속 권태강은 그때보다 키가 30센티미터는 더 자랐고, 커다란 재킷에 묻혀 다니기는커녕 넓은 어깨에 맞는 옷을 사느라 오히려 고달팠다. 그런데 고백 한번 제대로 하지 못했던 찌질한 속내는 여전히 변함이 없었다. “오늘 안 바쁘면, 우리 집에 놀러 올래?” 바보같이 구는 건 그날로 끝내야지. 다시 찾아온 기회를 놓치는 멍청한 짓은 절대 하지 않을 것이다. * * * 환희의 시야 안에 안전하게 붙잡혀 있는 동안 태강의 가슴팍이 크게 부풀어 올랐다가 가라앉기를 반복했다. 그의 굵은 목울대가 위아래로 움직이는 모양을 따라 환희도 덩달아 마른침을 삼켰다. 손으로 붙들고 있는 두꺼운 팔뚝이 불에 달군 쇠처럼 뜨겁게 느껴졌다. 저와 사귀고 싶다고 말했던 남자가 지금 무얼 하고 싶어 하는지 눈치채지 못할 리 없다. 잡지 인터뷰에서 첫사랑 타령을 하고, 자기를 남자로 봐 달라며 포옹으로 수작을 부리는 사람을 계속 친구로 대하려는 제 태도가 기만적인 것도 안다. 친구는 무슨. 나는 권태강 거기가 어떻게 생긴지도 아는데.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얼굴을 이렇게 가까이 마주 보고 있어도 될 사이도 아니었다. 그러면…… 나랑 권태강은 무슨 사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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