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로 줍지 마세요
작가박샛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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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하고는 안 잔다. 그럼 나는 어때?” 남자가 느른하게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훅 치고 들어온 말에 준희는 몸을 움찔 떨고는 곧 그를 살짝 흘겼다. “이미 아는 것 두 번, 세 번 되묻는 것도 악취미예요.” 그녀는 미간에 주름을 만들었다. “말했잖아요. 당신 같은 사람이었으면, 친구랑 안 잔다는 철칙 깰지도 모르겠다고.” “그런데 당사자를 앞에 두고 뭘 주저해?” 남자가 약간 웃음을 머금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난 친구도 뭣도 아닌데.” “함부로 먹었다간 탈 날 것 같아서요.” “상했나 한번 찍어 먹어 보든가.” 준희가 그의 말뜻이 뭔지 곰곰이 생각하느라 고개를 갸웃거릴 때였다. 남자가 그녀의 입술을 살짝 훔치고 멀어졌다. 준희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그를 보았다. 그가 한 손으로 턱을 괴곤 입꼬리를 올렸다. “어때?” 피아노를 치듯 그의 긴 손가락이 우아하게 뺨을 두드렸다. “먹을 만해?” 그때까지 눈을 깜박이는 것도 잊고 그를 보던 준희가 조심스럽게 제 입술을 만졌다. 떨리는 숨결이 손가락을 간지럽혔다. 남자는 그녀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입술을 안으로 오므렸다가 입이 건조한 느낌에 혀끝으로 입술을 훑었다. 그의 눈길이 입술의 움직임을 좇는 게 느껴졌다. 준희는 입술을 적시는 사소한 습관까지 새삼스레 의식하게 되었다. 그녀는 슬쩍 남자를 올려다봤다가 다시 시선을 내렸다. 스치듯 닿았던 그의 입술 감촉을 상기했다. 입 밖으로 나오는 말은 거칠고 제멋대로인데 그의 입술은 놀랍도록 부드러웠다. “맛도 제대로 못 봤어.” 충동적으로 내뱉은 직후, 얼굴이 달아올랐다. 열 오른 뺨을 식히려 손등을 대는데 문득 코끝에서 그의 숨결이 느껴졌다. 곧 그녀의 입술 위로 그의 입술이 포개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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