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위의 대표님
글왕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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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와 함부로 몸을 섞지 말지어다.’ 의사에겐 히포크라테스 선언이, 판사에겐 법관윤리강령이 있듯, 대기업 오너를 모시는 비서에게도 나름의 규율과 금기는 존재했다. 두 달 전 금기를 어기고 상사와 잠자리를 가진 시원은 그래서 딱 혀를 깨물고 싶은 심정이었다. 지난 사 년간 하늘처럼 모셔 온 상사 채준영. 준영은 자신과 침대에서 거친 밤을 보낸 상대가 비서 한시원임을 기억하지 못했다. 한술 더 떠, 시원에게 원나잇 상대를 찾아서 대령하라는 황당한 요구를 몇 달째 해 오고 있었다. 취기에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여자와의 하룻밤으로, 지독했던 불면증이 치유됐다나 뭐라나. 차마 준영이 찾는 여자가 자신임을 털어놓을 수 없던 시원은 모든 상황을 유야무야 덮으려고 하는데. 애석하게도 준영은 그리 호락호락한 인간이 아니었다. 준영의 기민한 시선이 제게 와닿는 순간, 시원은 뭔가가 잘못됐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왜 불길한 예감은 한 번도 비켜 나가는 법이 없는지. “한 비서한테서 그 여자와 똑같은 냄새가 나.” 준영이 육식동물처럼 눈을 번득이며 던진 말은 경악 그 자체였다. 설마 이 인간, 그날 밤 일을 전부 기억하는 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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