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시나르(Fascinar)
작가서정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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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해 봤어요?” 그가 물어오기를 며칠째 기다렸고 이미 대답도 준비해 두었다. 거절하겠습니다. 생각해 봤는데 그런 관계는 서로에게 바람직하지 않을 것 같네요. 태섭은 싫다는 여자에게 억지로 치근덕거릴만한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고 그 대답으로 이 이상한 관계를 종식시킬 수 있을 거였다. 한데 이 남자의 얼굴을 보고 있으니 준비한 대답이 선뜻 나오지 않았다. 제 얼굴을 더듬듯 보고 있는 그의 눈빛이, 야한 상상을 하게 만드는 입술이 생각을 방해하고 있었다. 그가 다시 물었다. “아직 결정 못 했습니까?” 거절하는 게 맞는데, 그래야 더는 이 남자랑 엮이지 않을 것 같은데 이대로 끝내기엔 왠지 아쉬움이 남는다. 잠시 태섭과 눈맞춤을 하던 선주는 결국 하려던 말을 하지 못한 채 체념하듯 중얼거렸다. “일요일 저녁. 다른 날은 곤란해요.” 그러곤 재빨리 덧붙였다. “연락 같은 건 따로 안 할 거고 밖에서 보는 일도 없을 거예요.” 이 말도 안 되는 관계를 시작하기 전 우리의 만남에 다른 목적은 없다는 걸 못 박아 둘 필요가 있었다. 태섭이 그녀를 지나쳐 가며 속삭였다. “장소는 문자로 보낼 테니 일요일에 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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