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바이츠(LOVE BITES)
작가지해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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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피를 탐하는 종족, 밤피르. 그중에서도 고귀하고 유서 깊은 에나체 가문의 장녀, 로잔나. 졸지에 외국까지 와서 조카의 보모 생활을 하며 따분하게 지내던 그녀는 한 남자를 만난다. “로잔나 자매님. 브리트나 생활은 즐거우신가요?” 그 순간 직감한다. 전율이 오를 정도로 맛있게 생긴 신학도, 카일 메이슨. 이 남자가 삶의 권태를 날려줄 존재라고. “글쎄요. 그쪽이 놀아 주면 즐거워질지도.” 로잔나가 욕망하는 모든 건 그녀의 소유가 되어 왔고, 눈앞의 남자도 예외는 아닐 터였다. 안녕, 카일. 사랑스러운 내 애착 인형. *** 꿈에서 깨어나 눈을 떴을 때, 그는 곁에 있는 여자를 보았다. 이유는 모르지만 볼을 타고 눈물이 흘렀다. “제가 누구죠?” 여자는 눈물 자국을 닦아 줄 뿐이었다. 새벽 바람을 휘감은 손가락이 서늘했다. “당신은 누구고….” 날이 밝기 전 나들이를 나온 여신같이 아름다운 자태였다. 고대 신화에 나오는 새벽의 여신이 저런 모습이지 않을까. 이상한 일이었다. 여자를 묘사하는 데 필요한 지식은 샘솟듯 떠오르는데 자신에 대한 기억은 전혀 없었다. 깊이 깊이 가라앉은 것 같았다. 혹은 스스로 묻어 둔 건지. 그조차 기억나지 않았다. “기억, 기억이 안 나요.” “괜찮아. 불안해하지 마.” 눈을 굴려 여자의 입술을 보려던 그때 자장가 같은 음성이 머릿속에 울렸다. 눈꺼풀이 무거웠다. “한숨 푹 자.” 그는 아득함을 느끼며 축 늘어졌다. 의식은 저편으로, 꿈속 저 멀리 날아갔다. 일러스트: SIX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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