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를 애인이라 부르기까지
작가위건
0(0 명 참여)
어느 봄날, 친구가 자살했다. 친구의 장례식장에서 마주친 남자, 권민헌. 친구가 마지막으로 남긴 숫자와 똑같은 번호판의 차량, 친구의 프로필 사진에 찍힌 것과 같은 차종, 친구의 좋아요가 우수수 달린 SNS. 그 남자는 대체 친구와 무슨 관계였을까? 애써 생각을 떨쳤지만 자꾸만 이상한 곳에서 그와 마주치는데. 여전히 의심을 품고 있는 태이에게 계속 다가오는 민헌. 소중한 친구를 잃었음에도 그로 인해 다시 일어선다. “나도 다 알면서 넘어가는 거야. 그냥 네가 좋아서.” “…….” “태이야. 진심이라곤 해 줘. 난 가족한테도 이런 말 안 해.” 그가 속삭이는 다디단 말을 들으면 실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길게 갈 수 없는 관계인데, 인생을 다 열어 달라는 민헌의 손을 잡고 싶다. 그가 제 일상을 끊임없이 뒤엎을 것을 알면서도. *** “우태이, 내가 어디가 좋아?” 태이가 당황한 얼굴로 뒤를 바라보자, 눈썹을 치켜올린 채 당당한 민헌의 낯짝이 보였다. “좋은 구석이 있으니까 사귄다고 한 거 아니야.” 그녀는 곰곰이 생각했다. 잠시 동안 고기를 자르고, 파프리카, 양파, 버섯까지 쏟는 소란 속에서 아무 대답도 못 했다. 마침내 태이가 치익 소리 사이로 중얼거렸다. “귀여워서.” “뭐?” 저렇게 윽박지르는 사람한테 또 얘기하기 싫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녀는 불을 줄이며 목소리를 높였다. “귀여워서 사귀자고 한 거야.” 세속적인 세상에 누구보다 익숙할 텐데도 은근히 겁이 많고, 친절하다가 갑자기 미친 짓을 저지르고, 애교 많은 사람이 순식간에 제 욕심대로 쩨쩨해졌다. 요약하자면 방어적이고, 제멋대로였다. 못된 특징이었다. …그러나 적어도 솔직했다. 그래서 진심을 담아 귀엽다고 말할 수 있었다. “내가 귀여워?” 바보같이 중얼거리는 게, 귀엽잖아. 일러스트: 서나원
이 작품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많이 보고 있는 작품
전체 리뷰0 개
스포일러 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