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은 이유 없이 울지 않는다
작가해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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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영에게 마재희는 언제나 여동생에 불과했다. 언제까지고 돌봐 줘야 할, 미성숙한 돌봄의 대상. 그런 의미로서 마재희는 이한영의 안에 자리 잡고 있었다. 이한영이 잘못된 수단과 방법을 이용해서라도, 어떻게든 지켜 내야 할 대상으로서. 그러던 어느 날 풍경이 찰랑- 울었다. 그가 창문을 통해 그녀의 방으로 스며들었다. “한번 소중하다 생각하면 넌 그게 뭐든, 얼마나 엉망이든, 손에서 놓지 않았잖아. 다른 사람들이 아무리 말려도.” 재희의 속도 모르고 한영은 무심한 미소와 함께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렇게 몇 번 욕심도 부리지 않는 애 손에 있는 것을, 기어코 빼앗아 간 놈이 나였지, 아마.” “……내가 주고 싶어서 준 거잖아. 빼앗은 거 아냐.” “내가 달라고 하면 네가 줄 거란 걸 알고 있었거든.” “…….” “그걸 알고도 달라고 한 거야, 재희야. 그건 빼앗은 거야.” “……한영아, 나는 그때-.” 재희는 더 말을 이어 나가지 못했다. 흰 살갗을 훑던 손끝이, 어느새 입가에 닿아 있었다. “……아.” 저도 모르게 탄성을 흘렸다. “……재희야, 그래서 묻는 건데.” “……응.” “너도 ‘처음’이 소중해?” “……처음?” “첫 키스 같은 거.” “…….” “다른 사람들이 그러는 것만큼, 너도 소중하게 생각해?” 재희는 떨리는 눈을 들었다. 한영의 눈동자를 몇 번이고 확인한다. 농담이 아니다. 그는 진지했다. “……소중하다면 나한테 줘.” 한영이 조르듯 속삭이고 있었다. 여동생처럼 돌보아 오던 마재희에게. “재희야, 다른 놈한테 주지 말고, 나한테 줘.” 찰랑- 풍경이 울었다. 그렇게 그는 그녀에게 스며들었다. 《풍경은 이유 없이 울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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