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콜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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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도서에는 강압적 행위, 폭력 등의 트리거 요소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용에 참고 부탁드립니다. 최전방에서 활동하던 S급 가이드였던 장이주가 싸가지 없는 재벌가 사생아라는 꼬리표가 붙은 B급 가이드 고은교의 몸으로 빙의했다. 새로운 삶을 만끽해보려 하지만 고은교의 과거 행실로 빈털터리 신세에 당장 자신을 혐오하는 에스퍼 무리 속으로 제 발로 들어가게 된다. [본문발췌] 돌연 이승우가 이를 드러냈다. 인적 없는 곳에서, 사방이 캄캄한 대학교 부지 안에서 그는 고은교에게 좀 더 허리를 굽혔다. 마치 귓가에 입술이 닿을 것처럼. 그러나 결코 피부와 피부가 맞닿지는 않았다. “말해 봐, 은교야. 뭘 가지고 싶어서 그래? 우시현은 이미 가졌잖아. 남선재? 이번에는 남선재를 가지고 싶어?” “…….” “언제까지 헤프게 굴래?” 눈꺼풀이 떨렸다. 추위 때문일 수도 있었다. 찰방찰방 물이 고여 드는 바닥에서 일어나려 하자 무도한 손이 그대로 어깨를 붙잡고 내려앉혔다. 바닥에 고인 물방울이 튀어 올랐다. 그는 당황해서 이승우의 손을 떼어 내려고 했지만, 그저 손등 위로 맞잡혀질 뿐이다. 고은교는 한순간 이승우의 표정이 일그러졌다고 생각했다. 이대로 한 대 맞거나, 최소한 더러운 것에 손댄 듯 자신의 손을 뿌리칠 것이라 여겼으나 이승우는 그러지 않았다. 행여나 고은교가 자신의 아래에서 벗어날까 봐 그런 듯했다. 아니면 자신이 그를 압제하는 상황이 마음에 들었거나. 언제까지 헤프게 굴 거냐고? 기분이 나쁘다는 말로는 부족했다. 분노가 숨결을 통해 흘러나왔다. 씨근거리는 숨소리를 억누르려 노력하며 고은교가 날을 바짝 세웠다. “이게 무슨 짓이지?” “알 만한 분이, 마음대로 대화를 끊고 가시려고 하면 안 되죠.” 이승우는 그들이 퍽이나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 생각하나 보다. “이게 대화야?” “이렇게 대화하는 게 어울려 보이는데.” 그는 황당함을 감추지 않고 이승우를 올려다보았다. 그럼에도 이승우의 표정을 도저히 읽을 수 없었다. 캄캄한 빗속에서 가끔 우르릉 치는 번개에 우산 아래가 한 번씩 밝아질 뿐이다. 이 안에서 유일한 온기를 가진 건 이승우의 손뿐이었다. 그 사실이 몸서리쳐지게 끔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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