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모어 퍼킹 타임! 2부
작가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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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공인 사랑에 미친 개자식, 레이븐 레드퍼드. 애인을 위해서라면 못 할 게 없는 그 남자가 이번에도 할리우드를 뒤흔들 사고를 치는데! 니콜라스도 자신의 처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 배우로서의 미래는 다음 작의 성패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걸. 그런 의미에서 따지면, 지금 프랜차이즈 계약에 묶여도 손해 볼 건 없다. 앞으로 최소 다섯 편의 블록버스터 주인공 자리를 확보해 놓은 셈이니까. 니콜라스에게만 지나치게 좋은 제안이라서, 사실은 거절하는 게 멍청한 짓이었다. 그런데도 자꾸만 주저하는 마음이 드는 건. 역시 레이븐 때문이었다. 사업적인 측면에 문외한인 니콜라스조차도, 이 기묘한 투자 구조와 자신에게 지명으로 들어온 주연 오퍼가 구린내 난다는 걸 알았다. 엄청나게 개인적이고 편애적인 어떤 보이지 않는 손의 힘이 느껴졌다. 사소하게 넘어갈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이 작품이 자신의 손까지 흘러들어 오게 된 과정을 생각해 보면 정말이지 하나도 사소한 구석이 없었다. 니콜라스는 이 난장판을 도저히 어떻게 하면 좋을지 그저 아연할 따름이었다. 〈버라이어티〉의 특집 기사에 따르면, RBC 네트워크 신규 콘텐츠 제작실에선 이 작품의 영상화 판권을 사들이는 데 몇 년의 노력을 들였다. 그런데 계열사 식구인 레드 픽쳐스 스튜디오가 그 홀랑 가로챘다. 범인은 당연히 레이븐 레드퍼드. 상도덕이란 게 없는 개짓거리였다. 레이븐은 RBC 네트워크를 무참히 짓밟고 스튜디오에 가져가 제 애인에게 줘 버렸다. 아주 개새끼가 따로 없었다. 일단 계열사니 훔친 것까진 아니다. 그래도 절대 일반적인 절차를 거친 건 아니니, 네트워크 입장에선 도둑맞은 꼴이다. 물론 네트워크도 나름의 발악을 했다. 하지만 레이븐이 한 수 위였다. 결국 빡친 네트워크는 자체 제작 콘텐츠 사업 계획을 백지화했다. 곧 RBC 계열사 간 사내 정치처럼 보였던 판권 쟁탈전은 할리우드를 발칵 뒤집었다. FFT를 뺏기고 격렬하게 분노한 네트워크의 신규 콘텐츠 사업부장이 업계지에서 대놓고 레이븐을 저격했다. 독점 인터뷰를 따 간 〈LA 타임스〉에선 이때다 싶어 그 횡포에 맹비난을 퍼부었다. 당시 〈LA 타임스〉에서는 레이븐을 ‘비열하기 짝이 없는 뻐꾸기 새끼’라고 묘사했다. 니콜라스마저 리포터의 표현에 80% 정도 동의했다. 나머지 20%는, 레이븐 레드퍼드가 남의 둥지에서 양분만 쪽쪽 빼앗아 간 건 사실이지만 RBC의 주인이니 다른 새의 둥지는 아니라서였다. 말하자면, 레이븐은 뻐꾸기는 뻐꾸기겠지만. 다른 새 가족을 등쳐 먹은 건 아니고, 제 친척 새를 등쳐 먹은 놈 쯤 되시겠다. 당시 니콜라스는 그 싸움판에 자신이 엮여 있는 줄 꿈에도 몰랐다. 난리가 난 건 작년이고, 주인공 역할은 오늘 자신의 손에 들어왔다. 결국 레이븐이 있는 욕 없는 욕 다 먹으며 염병 떤 이유가 자신이었다는 뜻이다. 할리우드를 들썩이며 그 난리를 쳐 놓고, 정작 자신에게는 에이전트를 통해 슬쩍 지명 오퍼를 넣다니. 애인의 지랄 맞은 사랑이 놀랍다 못해 경악스러울 따름이었다. 레이븐은 밖에서 마피아 대부처럼 남의 배를 가르고 내장을 빼앗았지만, 그렇게 얻은 걸 자신에게 안겨 주는 참사랑을 실현했다. 애인 된 입장에서 무척 사랑스러운 남자였다. 그 외 모든 인간들에게 악마 같은 놈이었지만. * * * “괜찮습니다, 폭삭 망해도.” “……응?” “못해도 된다고요.” “…….” 이건 예상치 못한 전개였다. “뭔가 착각하고 있는 모양인데, 처음부터 당신이 캐릭터를 완벽하게 구현할 것 같아서 뽑은 게 아닙니다. 물론 이 캐스팅에 사심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 되겠지만, 내가 억지로 쑤셔 넣은 건 아닙니다.” “……아니었어?” “아닙니다. 날 뭐로 보고 그런 생각을 다 한 겁니까?” 니콜라스가 얼떨떨한 표정으로 레이븐을 마주 봤다. 그러고 보면 레이븐은 작년 촬영 마지막 날에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작품에 꽂아 주겠다고 하는 대신 오디션을 들먹였다. 물론 그때는 사귀기 전이었으니 지금은 진짜 꽂아 버려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래서 레이븐이 자신 때문에 미친 짓을 하고 있다고 철석같이 믿은 거였는데. “그럼 뭘 어떻게 하다 내가 된 건데?” 니콜라스의 물음에 잠시간 침묵한 레이븐이 삶, 우주, 그리고 모든 것에 대한 궁극적인 해답이라도 되는 양 심각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원작자가 당신 얼굴을 좋아합니다.” “……으응?” “스크립트 읽었다면서요?” “응, 읽긴 했어.” “원작자의 표현에 따르면 천사같이 생겼는데 악마 같기도 하고, 보고 있으면 좀 기가 질릴 정도로 잘생겨야 한다더군요.” “…….” 어째서일까. 니콜라스는 갑자기 오늘 하루 내내 고민하고 속이 뒤집어지도록 걱정한 것들이 죄다 바보 같은 짓이었다고만 느껴져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었다. “네. 평생 그 얼굴로 살아서 잘 모르시는 것 같은데, 당신만큼 생긴 사람 지구상에 몇 없습니다. 최소한 난 한 번도 본 적 없는 것 같고요.” 농담을 하는 기색이라곤 섞여 있지 않은 레이븐의 표정에 니콜라스가 저도 모르게 입을 다물어 버렸다. 다사다난한 영화 촬영장, 다사다난한 연애 전선 거슬렀던 시간을 다시 감으며 앞으로 가고자 하는 니콜라스와 레이븐의 완벽하게 사랑으로 가득 찬 무비 스타 되는 법♡ *알림 : 2부 완결권은 2021년 3월 중 출간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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