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 〈원 모어 패밀리 타임! (친형제 IF 외전 1. 희망 편―레드퍼드가)〉에는 근친 엔딩을 암시하는 스토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븐 모어 퍼킹 타임(IF 외전)〉은 21년 11월 출간된 새 외전입니다. *〈하이틴 무비 퍼킹 타임!〉은 장편인 관계로 2024년 8월 독립적인 작품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제목이나 저자명으로 검색하시면 단행본을 확인하실 수 있으니 참고 부탁드립니다. 서로에게 악감정밖에 없었던 사이. 얽히고설킨 두 사람은 사막 한가운데에서 이 악연의 끝을 향해, 파국을 향해 치달아 가고……. “생각을 해 봤습니다.” “……뭐?” 뉘엿뉘엿 해가 져 가는 사막 한가운데에서, 소름 끼치는 미소를 머금은 레이븐이 나지막이 속삭였다. 혼란스러운 눈을 한 채 숨을 죽인 니콜라스에게 그가 가만가만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당신과 내가 단둘이 사막에 왔다는 걸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더군요.” 니콜라스의 눈이 믿을 수 없는 말을 들은 사람처럼 휘둥그레졌다. “몰래 파묻어야 한다는 걸 알고 날 불렀을 정도니, 행선지를 알리지도 않았겠죠.” 그 말대로였다. 니콜라스는 제리에게조차 오늘의 사막 피크닉을 숨겼다. 자신보다 반은 더 큰 데다, 온몸이 근육처럼 단단한 레이븐은 너무 무거웠다. 허리 위에 올라탄 채 무릎으로 허벅지를 찍어 내린 레이븐이 니콜라스의 어깨를 만지작거렸다. 별달리 힘이 들어가지 않은 다정한 손길이었다. 하지만 니콜라스는 그 손이 무슨 짓까지 할 수 있는지 안다. “내가 여기서 약 대신 당신을 파묻어 버려도 영원히 아무도 모를 거라는 뜻 같은데……. 당신은 생각은 어떻습니까?” 레이븐이 더없이 달콤한 목소리로 그렇게 속닥거렸다. 그는 정말 엄청난 유혹을 느끼는 사람 같았다. 핥는 듯한 시선이 니콜라스의 눈을 직시했다. 누군가의 생명줄을 손아귀에 움켜쥔 전능한 악마의 시선. 니콜라스의 얼굴에서 핏기가 싹 가셨다. 파랗게 질린 얼굴로 꿀꺽, 마른침을 삼킨 그가 겨우겨우 입술을 달싹여 되물었다. “갑자기……, 왜……?” 레이븐이 갑자기 돌변해 자신을 공격한 이유를 모르겠다. 물론 몇 번이나 자신의 목숨을 가지고 협박한 전적이 있었지만. 처음 약에 취해 사진을 들고 사무실에 뛰어 들어갔을 때 이후로 정말 죽이려 든 적은 없었다. * * * “대체 내가 뭘 어떻게 해 줬으면 좋겠는데?” 가만히 레이븐을 노려보던 니콜라스의 입에서 불쑥 그런 말이 튀어 나갔다. 어차피 모든 사람에겐 저마다의 사정이 있다. 그걸 타인에게 완전히 이해받는 건 불가능하다. 레이븐도 자신을 이해할 수 없을 거고, 자신도 레이븐을 이해할 수 없다. 그러면 그냥 하고 싶은 말을 하는 수밖에. “정말로 날 죽여야 화가 풀리겠다면 한번 해 봐. 영화 하나 때문에 죽어야 한다는 건 납득이 안 돼. 널 협박해서 주연 자리를 가져간 게 죽어야 할 만큼 큰 죄는 아니잖아? 하지만 잘못한 건 나고, 화내는 건 너니까. 내가 그런 말 할 자격 없다는 것도 알아.” 레이븐이 잠시간 침묵했다. 겁을 잔뜩 집어먹은 눈으로, 한 번 원하는 대로 해 보라는 꼴이 가당찮았다. 마치 적선하는 듯한 태도에는 웃음도 나오지 않았다. 이 약쟁이는 어디가 어떻게 잘못됐길래 뭐 대단한 자비라도 베푸는 것처럼 목숨을 내놓는 걸까? 더 이상 헛소리를 들어 줄 일말의 인내심조차 없었다. 레이븐의 커다란 손이 니콜라스의 목줄을 쥐었다. 우악스런 손아귀에 조금씩 조금씩 힘이 들어갔다. 눈을 부릅뜬 니콜라스가 저도 모르게 레이븐의 팔뚝을 움켜잡았다. 하지만 그의 행동을 저지하진 않았다. 오히려 지지하기라도 하듯, 숨 막히는 고통을 참아 내려 바들거리는 손길이었다. 흐릿한 시야에 잡힌 레이븐의 얼굴에선 완전히 표정이 사라져 있었다. 소름 끼치게 아무것도 담기지 않은 무시무시한 낯. 니콜라스가 힘겹게 눈을 감았다. 정말 끝이라는 게 느껴졌다. 주르륵. 회한인지, 아니면 그저 숨 막히는 고통으로 인한 생리적인 작용인지 알 수 없었다. 눈꼬리를 타고 눈물방울이 굴러 떨어졌다. 목 졸라 죽여 놓고선, 자신이 판 구덩이에 묻어 버릴 생각인 걸까? 그런데 자신을 넣으려면 길이가 모자랄 텐데. 그럼 내 손으로 무덤을 판 꼴이 되는 거겠지? 한 달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세 번이나 죽음을 맞이하고 있는 탓일까. 이젠 꽤 여유롭게 헛생각을 떠올리기까지 했다. 니콜라스는 더 이상 미련을 두지 않기 위해 노력하며, 무자비한 손아귀에 가만히 숨통을 내맡겼다. 어쩐지 자신이 과거로 돌아온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얘 손에 죽으라고 살려 준 건가 보다. 정말 그런 건지 같은 건 알 바 아니었다. 그냥, 그렇게 납득하기로 했다. 더 이상 생각이 이어지지 않았다. 필사적으로 붙잡았던 레이븐의 팔이 손안에서 빠져나갔다. 툭. 힘 빠진 손이 어딘가에 부딪혔다. 마지막 힘을 끌어모은 니콜라스가 가까스로 입술을 달싹였다. “……안녕.” 누굴 향한 작별 인사인진 그도 몰랐다. 서로의 적나라한 밑바닥까지 남김없이 확인한 뒤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오해와 협박, 영화와 할리우드, 전쟁 같은 악연 속에서 싹튼 기막힌 사랑까지! 할리우드의 화려한 장막 뒤에 숨은 외롭고 고독한 사람들의 이야기. *안내 : 〈원 모어 퍼킹 타임 1부 개정판〉은 현재 절판된 초판 1부에서 약 80%가 완전히 새로 쓴 내용입니다. 다만 뼈대가 되는 플롯과 캐릭터성이 바뀐 건 아니므로 초판, 개정판 중 어떤 1부를 읽으시든 2부와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기존 초판을 읽으셨고 개정판을 읽어야 할지 혹은 판본 간 차이점을 알고 싶은 경우, 개정판 1부 미리보기, 혹은 1권만 먼저 읽어 보시길 추천합니다. 같은 뼈대로 다시 쓴 소설이라 읽는 분이 받아들이시는 정도에 따라 차이점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초판을 읽으신 분들께서는 이 부분 참고 부탁드립니다.
🌟 BL 소설 중 상위 13.84%
평균 이용자 수 974 명
* 100명이 선택하면 '명작' 칭호가 활성화 됩니다.
'명작'의 태양을 라이징 해보세요.
※ 이 소설은 실존하는 국가, 단체, 그 외 모든 것과 관련이 없는 픽션입니다. 영국 비밀 정보 보안국, MI6-β. 이스트 런던 지하 깊숙이 위치한 그곳에, 인간 사회에 교묘히 섞여 든 이종족 관리국이 감춰져 있다. [본문 발췌] “인간은…….” 「응?」 “야생 동물과 비교하면 아무래도 신체 능력이 떨어지는 편이죠.” 쨍그랑. 동전이나 그 비슷한 쇳덩이가 콘크리트 바닥에 떨어질 때 특유의 소음이 들렸다. ”그래서 가끔 머리를 써요.” 쑤욱! 벌어져 있던 거구의 입 안에 불쑥 무언가가 쑤셔졌다. 부드럽고 달콤한 냄새가 나는 인간의 피와 살점이었다. 뜬금없는 감각의 연속에 눈을 휘둥그레하게 뜬 순간. 혀 위에 차갑고 딱딱한 감촉이 아프도록 짓눌려왔다. 「이에 우으……!」 이게 뭐냐는 질문이 입 안에서 웅얼대듯 종적을 감췄다. “절 놓치지 않는 편이 좋으실 거예요.” 그가 무척 친절한 어투로 조언했다. “지연 신관식 수류탄을 드셨거든요. 안전핀은 뽑았지만 손잡이를 잡고 있어요. 제가 손을 떼면 곧바로 폭발하는 귀여운 친구죠. 그쪽 입 안에서, 펑.” 케일리의 멱살을 잡고 있던 거구의 손이 움찔했다. 방금 맞은 산탄총알 파편만 해도 끔찍하게 아픈데, 입 안에서 수류탄이 터지면 이번에는 얼마나 더 개같은 고통이 찾아올지 가늠되지 않았다. “이대로 터트리면 제 팔도 같이 날아가겠죠. 하지만 팔 하나를 희생해서 그쪽 머리를 날리면 누가 더 이득일까요? 아무리 멍청해도 그 정도는 계산할 줄 아시죠?” 눈을 가늘게 뜨고 생긋 웃는 표정이 더없이 평온했다. 약해빠진 인간의 몸으로 괴물 같은 힘을 가진 구울을 협박하는 기이한 장면을 넋 놓고 바라보다가, 에드워드는 드디어 새로 들인 파트너의 치명적인 문제를 깨달았다. “씨팔, 진짜 미친 새끼였어……?” ※절판된 초판 버전 영국 비밀 보안국의 비밀과 설정, 스토리, 모티브, 감정선, 전개, 소재 등을 추가 재해석하여 새로 쓴 별개의 작품입니다. 공&수 등장인물의 성격만 동일하니 참고 부탁드립니다.
#현대물 #서양풍 #러브코미디 #코믹/개그물 #3인칭시점 #힐링물 #잔잔물 #할리우드 일상물 #할리킹 #연예계 #원나잇 #다정수 #다정공 #복흑/계략공 #내숭공 할리우드의 오픈된 게이 배우, 벤. 비록 스타는 아니었지만 뛰어난 연기력과 깨끗한 사생활로 알려져 있었다. 4년이나 사귄 애인에게 뒤통수를 맞기 전까지는. 졸지에 애인을 배신하고 스폰서와 놀아난 파렴치한으로 몰린 벤은 속상한 마음에 술을 마신다. 그리고 취한 상태에서 우연히 만난 친절한 남자와 원나잇을 하게 된다. “다음에 진탕 취하고 싶을 때는 매니저라도 데리고 다녀. 아니면 친구라든지. 나쁜 맘 먹은 놈들한테 잘못 걸리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렇게 무방비해?” 대체 뭔데, 너? “좋은 꿈 꿔, 벤.” 벤이 주먹을 꼭 그러쥐었던 손으로 남자의 소맷자락을 움켜쥔 건 의도한 바가 아니었다. “……지 마.” “후회할 텐데. 뭐, 후회해도 괜찮아. 대신 네가 괜찮다고 한 거니까 왜 안 말렸냐고 화내지만 말아 줘.” “화 안 내.” “그리고, 하나만 더 약속하자.” “하나 더?” “응, 하나 더.” 그렇게 말하며 남자는 화려한 외모에 어울리지 않는 온화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벤은 그 얼굴을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부터 모르는 남자를 침대에 끌어들일 때는, 울지 말기.” 다음 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벤을 맞이한 건 어마어마한 양의 부재중 전화와 메시지, 그리고 20년 된 친구의 호통이었다. “캐시?” [야, 이 정신 나간 놈아!] 졸지에 정신 나간 놈이 된 벤이 다소 풀 죽은 목소리로 대답을 돌렸다. “캐시, 나 어제 처음으로 원나잇했어.” [니가 어제 원나잇한 거 모르는 사람, 전 세계를 뒤져도 남극 탐험대 정도밖에 없거든?!]
* 키워드 : 현대물, 동거, 호구공, 츤데레공, 절륜공, 존댓말공, 얼빠공, 게이공, 결벽증공, 짝사랑공, 독설공, 미인수, 쓰레기수, 이성애자였수, 외국인, 코믹/개그물, 3인칭시점 * 본 소설에는 극적인 재미를 위하여 현실과 다르게 설정한 부분이 있으며, 등장하는 이야기 및 기관·인물 등은 실제와 관련이 없는 허구임을 알려 드립니다. * 본 소설의 인트로 이후 본편은 ‘서술 없는 대사’ 형식으로 전개되오니 도서 이용에 참고 부탁드립니다. 적극적으로 아주 나태하게 사는 삶, 그것이 바로 샘포드 베넷의 목표다. 하지만 게을러도 너무 게으른 나머지 삶의 안정을 가져다줄 약혼녀에게 차이고, 간만에 밖으로 나와 그가 한 일은 바로 네드에게 추근거리는 짓! 하지만 샘에겐 크나큰 문제가 있었으니, 말하다 머리에 총 맞아도 전혀 이상치 않을 거지 같은 화법의 소유자라는 점이었다. 그런 그에게 딱 걸려 고통받던 네드는 빌어먹게 잘생긴 샘의 얼굴에 홀랑 넘어가 1주일간 그를 제집에 들이기로 하는데……. “얼굴 좀 생겼다고 으스대지 말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미스터 베넷의 성격은 얼굴로 커버 가능한 정도를 뛰어넘었습니다.” “정말인가요?” “네.” “내 얼굴에 대고 맹세할 수 있어요?” “…….”
※ 이 소설은 실존하는 국가, 단체, 그 외 모든 것과 관련이 없는 픽션입니다. 영국 비밀 정보 보안국, MI6-β. 이스트 런던 지하 깊숙이 위치한 그곳에, 인간 사회에 교묘히 섞여 든 이종족 관리국이 감춰져 있다. [본문 발췌] “인간은…….” 「응?」 “야생 동물과 비교하면 아무래도 신체 능력이 떨어지는 편이죠.” 쨍그랑. 동전이나 그 비슷한 쇳덩이가 콘크리트 바닥에 떨어질 때 특유의 소음이 들렸다. ”그래서 가끔 머리를 써요.” 쑤욱! 벌어져 있던 거구의 입 안에 불쑥 무언가가 쑤셔졌다. 부드럽고 달콤한 냄새가 나는 인간의 피와 살점이었다. 뜬금없는 감각의 연속에 눈을 휘둥그레하게 뜬 순간. 혀 위에 차갑고 딱딱한 감촉이 아프도록 짓눌려왔다. 「이에 우으……!」 이게 뭐냐는 질문이 입 안에서 웅얼대듯 종적을 감췄다. “절 놓치지 않는 편이 좋으실 거예요.” 그가 무척 친절한 어투로 조언했다. “지연 신관식 수류탄을 드셨거든요. 안전핀은 뽑았지만 손잡이를 잡고 있어요. 제가 손을 떼면 곧바로 폭발하는 귀여운 친구죠. 그쪽 입 안에서, 펑.” 케일리의 멱살을 잡고 있던 거구의 손이 움찔했다. 방금 맞은 산탄총알 파편만 해도 끔찍하게 아픈데, 입 안에서 수류탄이 터지면 이번에는 얼마나 더 개같은 고통이 찾아올지 가늠되지 않았다. “이대로 터트리면 제 팔도 같이 날아가겠죠. 하지만 팔 하나를 희생해서 그쪽 머리를 날리면 누가 더 이득일까요? 아무리 멍청해도 그 정도는 계산할 줄 아시죠?” 눈을 가늘게 뜨고 생긋 웃는 표정이 더없이 평온했다. 약해빠진 인간의 몸으로 괴물 같은 힘을 가진 구울을 협박하는 기이한 장면을 넋 놓고 바라보다가, 에드워드는 드디어 새로 들인 파트너의 치명적인 문제를 깨달았다. “씨팔, 진짜 미친 새끼였어……?” ※절판된 초판 버전 영국 비밀 보안국의 비밀과 설정, 스토리, 모티브, 감정선, 전개, 소재 등을 추가 재해석하여 새로 쓴 별개의 작품입니다. 공&수 등장인물의 성격만 동일하니 참고 부탁드립니다.
할리우드 공인 사랑에 미친 개자식, 레이븐 레드퍼드. 애인을 위해서라면 못 할 게 없는 그 남자가 이번에도 할리우드를 뒤흔들 사고를 치는데! 니콜라스도 자신의 처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 배우로서의 미래는 다음 작의 성패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걸. 그런 의미에서 따지면, 지금 프랜차이즈 계약에 묶여도 손해 볼 건 없다. 앞으로 최소 다섯 편의 블록버스터 주인공 자리를 확보해 놓은 셈이니까. 니콜라스에게만 지나치게 좋은 제안이라서, 사실은 거절하는 게 멍청한 짓이었다. 그런데도 자꾸만 주저하는 마음이 드는 건. 역시 레이븐 때문이었다. 사업적인 측면에 문외한인 니콜라스조차도, 이 기묘한 투자 구조와 자신에게 지명으로 들어온 주연 오퍼가 구린내 난다는 걸 알았다. 엄청나게 개인적이고 편애적인 어떤 보이지 않는 손의 힘이 느껴졌다. 사소하게 넘어갈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이 작품이 자신의 손까지 흘러들어 오게 된 과정을 생각해 보면 정말이지 하나도 사소한 구석이 없었다. 니콜라스는 이 난장판을 도저히 어떻게 하면 좋을지 그저 아연할 따름이었다. 〈버라이어티〉의 특집 기사에 따르면, RBC 네트워크 신규 콘텐츠 제작실에선 이 작품의 영상화 판권을 사들이는 데 몇 년의 노력을 들였다. 그런데 계열사 식구인 레드 픽쳐스 스튜디오가 그 홀랑 가로챘다. 범인은 당연히 레이븐 레드퍼드. 상도덕이란 게 없는 개짓거리였다. 레이븐은 RBC 네트워크를 무참히 짓밟고 스튜디오에 가져가 제 애인에게 줘 버렸다. 아주 개새끼가 따로 없었다. 일단 계열사니 훔친 것까진 아니다. 그래도 절대 일반적인 절차를 거친 건 아니니, 네트워크 입장에선 도둑맞은 꼴이다. 물론 네트워크도 나름의 발악을 했다. 하지만 레이븐이 한 수 위였다. 결국 빡친 네트워크는 자체 제작 콘텐츠 사업 계획을 백지화했다. 곧 RBC 계열사 간 사내 정치처럼 보였던 판권 쟁탈전은 할리우드를 발칵 뒤집었다. FFT를 뺏기고 격렬하게 분노한 네트워크의 신규 콘텐츠 사업부장이 업계지에서 대놓고 레이븐을 저격했다. 독점 인터뷰를 따 간 〈LA 타임스〉에선 이때다 싶어 그 횡포에 맹비난을 퍼부었다. 당시 〈LA 타임스〉에서는 레이븐을 ‘비열하기 짝이 없는 뻐꾸기 새끼’라고 묘사했다. 니콜라스마저 리포터의 표현에 80% 정도 동의했다. 나머지 20%는, 레이븐 레드퍼드가 남의 둥지에서 양분만 쪽쪽 빼앗아 간 건 사실이지만 RBC의 주인이니 다른 새의 둥지는 아니라서였다. 말하자면, 레이븐은 뻐꾸기는 뻐꾸기겠지만. 다른 새 가족을 등쳐 먹은 건 아니고, 제 친척 새를 등쳐 먹은 놈 쯤 되시겠다. 당시 니콜라스는 그 싸움판에 자신이 엮여 있는 줄 꿈에도 몰랐다. 난리가 난 건 작년이고, 주인공 역할은 오늘 자신의 손에 들어왔다. 결국 레이븐이 있는 욕 없는 욕 다 먹으며 염병 떤 이유가 자신이었다는 뜻이다. 할리우드를 들썩이며 그 난리를 쳐 놓고, 정작 자신에게는 에이전트를 통해 슬쩍 지명 오퍼를 넣다니. 애인의 지랄 맞은 사랑이 놀랍다 못해 경악스러울 따름이었다. 레이븐은 밖에서 마피아 대부처럼 남의 배를 가르고 내장을 빼앗았지만, 그렇게 얻은 걸 자신에게 안겨 주는 참사랑을 실현했다. 애인 된 입장에서 무척 사랑스러운 남자였다. 그 외 모든 인간들에게 악마 같은 놈이었지만. * * * “괜찮습니다, 폭삭 망해도.” “……응?” “못해도 된다고요.” “…….” 이건 예상치 못한 전개였다. “뭔가 착각하고 있는 모양인데, 처음부터 당신이 캐릭터를 완벽하게 구현할 것 같아서 뽑은 게 아닙니다. 물론 이 캐스팅에 사심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 되겠지만, 내가 억지로 쑤셔 넣은 건 아닙니다.” “……아니었어?” “아닙니다. 날 뭐로 보고 그런 생각을 다 한 겁니까?” 니콜라스가 얼떨떨한 표정으로 레이븐을 마주 봤다. 그러고 보면 레이븐은 작년 촬영 마지막 날에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작품에 꽂아 주겠다고 하는 대신 오디션을 들먹였다. 물론 그때는 사귀기 전이었으니 지금은 진짜 꽂아 버려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래서 레이븐이 자신 때문에 미친 짓을 하고 있다고 철석같이 믿은 거였는데. “그럼 뭘 어떻게 하다 내가 된 건데?” 니콜라스의 물음에 잠시간 침묵한 레이븐이 삶, 우주, 그리고 모든 것에 대한 궁극적인 해답이라도 되는 양 심각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원작자가 당신 얼굴을 좋아합니다.” “……으응?” “스크립트 읽었다면서요?” “응, 읽긴 했어.” “원작자의 표현에 따르면 천사같이 생겼는데 악마 같기도 하고, 보고 있으면 좀 기가 질릴 정도로 잘생겨야 한다더군요.” “…….” 어째서일까. 니콜라스는 갑자기 오늘 하루 내내 고민하고 속이 뒤집어지도록 걱정한 것들이 죄다 바보 같은 짓이었다고만 느껴져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었다. “네. 평생 그 얼굴로 살아서 잘 모르시는 것 같은데, 당신만큼 생긴 사람 지구상에 몇 없습니다. 최소한 난 한 번도 본 적 없는 것 같고요.” 농담을 하는 기색이라곤 섞여 있지 않은 레이븐의 표정에 니콜라스가 저도 모르게 입을 다물어 버렸다. 다사다난한 영화 촬영장, 다사다난한 연애 전선 거슬렀던 시간을 다시 감으며 앞으로 가고자 하는 니콜라스와 레이븐의 완벽하게 사랑으로 가득 찬 무비 스타 되는 법♡ *알림 : 2부 완결권은 2021년 3월 중 출간 예정입니다.
북해빙궁 금지옥엽 백우희. 절맥증 시한부로 죽어가던 아이는, 사파제일검 조부의 내공을 전수받고 가까스로 목숨을 부지한다. 살기 위해 죽도록 수련에 매진한 지 10년. 정신을 차리니 너무 강해져 북해제일 망나니로 거듭난 우희의 손아귀에, 운명처럼 들어온 중원 무협지 한 권. “말도 안 돼.” 정파의 예쁘고 잘생기고 훤칠한 후기지수들이 중원을 구해? 강호의 평화를 위협하는 비열한 북해악당이 어쩌고 저째? 우희는 진심으로 빡이 쳤다. “이건 선 넘은 거 아냐? 우리가 진짜 뭔 짓을 저지르기라도 했으면 억울하지나 않지!” 빙궁이 그녀의 절맥증을 치료하기 위해 문파를 걸어 잠근 지 10년의 세월이 흘러버린 사이. 중원에서 침묵을 틈타 빙궁을 제2의 마교로 뚝딱 몰아가 버린 정황을 발견하고 마는데. “할부지, 싸가지 없는 중원 놈들이 감히 우리를 모욕하고 누명까지 씌워대는 걸 내버려 둘 순 없어. 걔들은 붓 함부로 놀린 대가를 치러야 해.” 유난히 투명한 제비꽃색 눈동자가 희번득, 소름 끼치는 광기로 번들거렸다. “대(大) 북해빙궁(北海氷宮)을 근거 하나 없이 악당 취급하겠다면, 이 백우희님이 직접 출사해 근거를 만들어 주겠어!” 집 나가서 사문의 악명을 드높일 파락호 짓이나 하고 다녀야겠다는 천하제일 꼬마 악당의 가출 선언과 함께. 10년 전, 한 문파를 봉문하게 만든 원흉. 북해빙궁 망나니가 무림을 제패한다! * “사매, 외람된 말씀이지만 앞으로의 중원생활에서 주의해야 할 점에 하나 추가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자나깨나 정면조심 졸음경공 하지말자?” “그건 너무 당연해서 입에 올릴 필요도 없고요.” “그럼 또 뭐가 문제야?” “살인멸구를 논하실 땐 표정 관리부터 할 것. 웬만하면 웃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 너무 신나는 티도 내지 말고요.” “……난 맘대로 신나지도 못해?! 이제 신날 때도 네 허락 받고 신나야 된다는 거야?!” 우희의 헛소리를 듣다 못 한 영호가 어딘지 피곤한 낯으로 가만히 허공을 올려다봤다. 천지신명님은 대체 언제까지 파업을 할 요량이신지. 이 지독한 인간을 안 잡아가고 내버려 두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 이 중원행, 정말 괜찮은 걸까? * 정파들의 학관에 사파의 등장이라……? [무협/로맨스판타지/존나세여주/착각계/오해물/사파여주/악당여주/먼치킨여주/성장물/구원물/가족물]
#현대물 #외국인 #연예계 #전문직물 #할리우드 일상물 #미인공 #능글공 #사랑꾼공 #다정수 #다정공 #복흑/계략공 #내숭공 #단정수 #코믹/개그물 #달달물 #일상물 #잔잔물 #3인칭 시점 #고수위 Q. 누구에게나 다정한 애인을 가지고 있다는 게, 불안하게 느껴지거나 싫을 때는 없나요? ‘음. 그건 이번 작품이랑은 별로 상관없는 질문인데요?’ ‘오프 더 레코드라도 괜찮아요!’ ‘기사에 실을 것도 아닌데 물어보시는 겁니까?’ ‘그야, 셰인 셰리던은 완벽하잖아요. 그런데도 지금껏 단 한 번도, 3개월 이상 버틴 사람이 없었어요. 당신이 처음이라고요. 그 남자와 몇 년이나 만났으면서 미치지 않은 사람은!’ 할리우드에 소문 난 바람둥이, 셰인 셰리던과 공인된 관계가 된 지 어느덧 수년, 벤자민 블랙과 셰인 셰리던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이하 취재 결과는 R등급으로 분류되며, 등급에 맞지 않는 분이 열람 시 책임지지 않습니다. (※주의! R등급으로만 가득 찬 내용입니다. 배우들의 연기 활동을 보고 싶으신 분에게는 열람을 권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네가 원하는 게 정확히 뭔데?” 벤이 포크를 내려놓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벤의 태도에 셰인이 대번에 눈을 반짝이는가 싶더니, 기다렸다는 양 이렇게 대답했다. “다시 그때처럼 해 보는 게 어떨까?” “그때처럼? 뭘 하는데?” “네가 술 왕창 마셔서 나 못 알아보고 섹스하는 거.”
※ 2020년 6월 24일 오후 12시 15분, 일부 이름 서술이 변경 되었습니다. “나 대신 이용할 새로운 알파가 필요했던 거야?” “알파가 아니라, 페로몬이 필요해.” 그 누구보다 알파다운 소년, 애쉬포드 크로울리. 당연히 알파라고 믿었던 자신이 2차 발현 결과에서 오메가로 나오자 심한 충격을 받아 소꿉친구인 극우성 알파인 알레이스터 렉싱턴을 멀리한다. 그 뒤 오메가라는 사실을 감추고 베타로 위장을 하며 지내던 애쉬포드는 인위적으로 억제한 호르몬 때문에 몸이 망가지고 생명의 위협까지 느끼게 되는데,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알파의 페로몬 샤워. 그는 페로몬 샤워를 위해 다른 알파와 계약결혼을 진행하려고 하고, 예전부터 애쉬포드를 짝사랑하며 주변을 돌던 알레이스터 렉싱턴은 불같이 분노하는데…….
#현대물 #서양풍 #코믹/개그물 #3인칭시점 #다정공 #복흑/계략공 #내숭공 # 문란수 #쓰레기수 #다정수 #할리킹 #연예계 #원나잇 독점 할리우드를 뒤흔든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 할리우드에서 이 두 사람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흔치 않다. 망나니, 자유연애주의자로 대표되는 조슈아 제이콥스와 바른 생활 배우, 히어로를 맡기에 제격인 애쉬튼 마이어슨. 몇 년 전까지는 친했다고도 하나 현재는 어떠한 사적 교류도 보이지 않던 두 사람이 남몰래 오픈카에서 뜨거운 한때를 보내는 모습을 본지에서 독점 입수했다. 조슈아 제이콥스 측에서는 아직 어떠한 반응도 하지 않고 있으나, 애쉬튼 마이어슨의 에이전트는 조만간 정식으로 보도 자료를 보낼 테니 기다려 달라는 대답만 되풀이하는 중이다. ― D. N “당신이랑 결혼만 하려고 해도 연간 1,000만 달러 정도는 가볍게 내야 하는 겁니까? 거기서 진짜 사랑이라는 평가를 받으려면 얼마쯤 내야 하는지 궁금하네요.” “……그런 식으로 말하니까 내가 되게 속물처럼 느껴지는데? 난 돈 받으면서 결혼할 만큼 결혼에 관심 있는 사람 아니거든?” “그냥 궁금한 건데요. 얼마면 됩니까? 2,000만? 3,000만?” “어차피 낼 거면 확 질러 봐. 얼마까지 낼 수 있는데?” “저, 이게 연간 지불액이라는 건 알고 하는 말이죠?” “당연하잖아. 너야말로 설마 내가 3,000만 일시불에 넘어갈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겠지?” 무슨 헛소리를 하는 것이냐는 양 자신을 쳐다보는 조슈아의 시선에 애쉬튼이 잠시간 침묵했다. 그는 새삼 조슈아의 자산 규모가 궁금해졌다. 어마어마한 부자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공개된 것이 아니다 보니 추측밖에 할 수 없었는데, 이럴 때마다 도무지 얼마를 가지고 있어야 저런 기준이 생기는 건지 지적 호기심이 생겼다. 조슈아는 갑자기 입을 다문 애쉬튼을 힐끔 쳐다보며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넌 대체 그런 게 왜 궁금해? 내 슈가 대디라도 되고 싶어서?” “설마요. 스스로를 너무 과소평가하는 거 아닙니까? 당신만 한 재산가의 스폰서가 되려면 적어도 포브스에서 선정한 세계 100대 부자 안에는 들어야 할 텐데요.” “저기, 내가 그 포브스 선정 100대 부자 안에 들어가는 사람인데?” “……그러고 보니 그랬죠.” 심지어 포브스 공개 재산 규모는 비공식적 자산까지는 포함하지 않아서 모르긴 몰라도 조슈아에게는 스위스나 케이먼 제도의 비밀 계좌에 더 많은 것들이 숨어 있을 게 틀림없었다. “너무 풀 죽지 마. 그래도 너네 엄마가 나보다 부자잖아.”
*안내 : 〈하이틴 무비 퍼킹 타임!〉은 매달 초 작품 속 학사 일정과 독자님들의 현실 시간이 동기되는 에피소드가 담긴 후속권이 발간되는 실험적 하이틴 작품입니다. 모쪼록 구입 및 독서에 참고 부탁드립니다. (※예를 들면, 9월 초에는 9월 이벤트인 홈커밍과 스피릿 위크 에피소드로 2권 출간, 10월 초에는 10월 이벤트인 시니어의 대학 입시와 할로윈 에피소드로 3권이 출간되는 방식.) * 90년대 말, 캘리포니아. 케이블 TV의 토크 쇼에 출연한 상원 의원이 동성애는 죄악이며 알코올 중독 같은 병이라 비난하던 혼란과 혐오의 시대. 비벌리힐스의 한 사립 학교에서 곧 시니어로 진급할 하이스쿨 풋볼 스타 레이븐 레드퍼드의 완벽할 인생에 끔찍한 악몽이 찾아온다. 그 악몽의 이름은 니콜라스 녹스빌. 레이븐은 피플지가 선정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 할리우드가 사랑하는 아역 스타, 자타공인 발연기 배우, 그러므로 다른 모든 아역 배우들의 전철을 밟아 인생 나락 갈 게 틀림없는 낙제생 후배에게 부두교 저주라도 걸린 것처럼 마음을 빼앗기고 만다. 순진하고 겁 많은 어린애를 사로잡기 위해, 험악한 본성을 숨기고 양의 탈이라도 뒤집어써 보려다 숨막히고 땀띠 나 죽을 것만 같은 레이븐 레드퍼드의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연하 남자 친구 만들기 대작전! * “닉.” 니콜라스는 턱 아래를 짚은 크고 열기 띤 손에 의해 속절없이 머리를 들어 올렸고, 물기 어린 시야 가득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시니어 친구의 모습을 채워 넣었다. “니키, 만약에…….” 레이븐은 원래도 타인을 향한 폭력적이고 잔인한 욕구를 제외한 충동, 요컨대 행동으로 옮겨도 자신을 감옥에 보내지 않는 종류의 충동에는 쉽사리 굴복하는 편이었다. “만약에 말이야, 올리비아가 한 말이 전부 다 맞는 거였으면 어떡할래?” 같은 학교 남자애를 향한 충동적인 마음을 대뜸 입 밖으로 꺼내 버리는 것처럼 말이다. “내가 널 ‘그런’ 의미로 좋아하는 거라면?” 누군가는 손가락질하고 비난하겠지만, 그것마저 기꺼이 감수해도 좋으리란 생각이 들 만큼 온 신경을 잠식하던 그 말이, 더도 덜도 없이 마음이 흘러 버린 대상에게 전달됐다 “너도 날 역겨운 호모 새끼라고 비난할 거야?” * “난…….” 니콜라스가 시무룩한 낯으로 레이븐을 올려다보더니, 맞잡은 제 양손을 꼼지락거렸다. “나 경기 보는 내내 걱정했단 말이야.” “걱정해? 뭘?” “레이 너. 네가 다치기라도 하면 어떡하나 엄청 걱정했어.” “……그딴 쓸데없는 걸 걱정한다고?” 레이븐이 실수로 입에 붙은 거친 말투를 내뱉은 뒤 지레 찔끔했다. 젠장, 이젠 말도 함부로 못 하지. 아니나 다를까, 니콜라스는 왜 말을 그런 식으로 하냐는 것처럼 놀란 눈을 뜬 채 희미한 원망마저 담은 표정으로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닉, 나는 캘리포니아에서 제일 잘하는 쿼터백이니까 그런 걱정 할 필요 없어.” “하지만 아무리 잘하는 사람도 가끔은 실수하는 거잖아?” “내 사전엔 그런 단어 없는데.” “……나 지금 장난칠 기분 아니야, 레이.” 그건 레이븐 역시 마찬가지였다. 장난치는 게 아니라, 정말 그의 인생에 실수나 실패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 건 패배자들의 전유물이었으니까. “아까 전에 경기 할 때 네 위에……, 네 위에 일곱 명이나 올라탔잖아! 내가 다 세어 봤어!” 니콜라스는 그때의 거칠고 흉흉한 모습을 되새기기라도 하는 것처럼 겁먹은 표정이었다. 레이븐은 이 녀석이 뭐 때문에 호들갑을 떠는지 이해했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풋볼이 얼마나 과격한 경기인지 따위가 아니었다. “저기, 닉. 표현 좀 주의해 줄래? 그렇게 말하면 뉘앙스가 이상해지거든? 걔들이 내 위에 올라탄 게 아니라, 날 집중적으로 마크하는 전술적 덮침이었어.” 하지만 재빨리 정정하고 나니 한층 더 이상하게 들렸다. 뭐라고 하면 좋을까, 열 배로 게이 같아졌다. “경기 중에는 온몸에 보호구 차고 있으니까 그 정도론 안 다쳐. 경기 봤으면 너도 알잖아? 저 자식들한테 당한 것보다, 저 자식들을 밟아 놓은 게 훨씬 많았어.” 레이븐이 창백해진 낯으로 재빨리 변명을 덧붙였지만, 문제는 니콜라스가 스포츠에 아무런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아역 배우 나부랭이라는 거였다. “왜 공놀이만 하면 될 걸 그렇게 싸워 대는 거야? 서로서로 사이좋게 풋볼만 하면 안 돼? 착하게 굴 수도 있는 거잖아?” “……닉, 너 풋볼이 어떤 경긴진 알지?” “몰라, 그런 거! 알고 싶지도 않아!” 딱 봐도 그럴 것 같았다. * “할리우드에서 만든 하이틴 무비는 반드시 결말에서 하이스쿨 스윗하트랑 이어져.” 물론 할리우드 하이틴 무비 클리세는 보통 여자애와 남자애가 하이스쿨 스윗하트로 만나서 평생의 사랑을 맹세하는 해피엔딩이지만, 레이븐은 남자애와 남자애 사이에 그걸 대입시켰다. 원래도 할리우드를 개무시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닉, 설마 나 말고 다른 하이스쿨 스윗하트라도 만들 생각이야?” 이쯤 되니 사랑을 고백하는 게 아니라 선전 포고라도 하는 말투였다. “할리우드 배우면서?” 흡사 거국적인 할리우드 배신자라도 쳐다보는 듯한 눈빛에 니콜라스가 울상을 지었다. 우리 연애랑 남의 영화가 대체 무슨 상관인데……? 이래서 영화가 무섭다. 현실과 픽션을 구분 못 하는 사람을 만들어 낸다. * 하이스쿨 풋볼 스타와 할리우드 아역 배우의 우당탕탕 로맨틱 코미디.
* 키워드 : 현대물, 동거, 호구공, 츤데레공, 절륜공, 존댓말공, 얼빠공, 게이공, 결벽증공, 짝사랑공, 독설공, 미인수, 쓰레기수, 이성애자였수, 외국인, 코믹/개그물, 3인칭시점 * 본 소설에는 극적인 재미를 위하여 현실과 다르게 설정한 부분이 있으며, 등장하는 이야기 및 기관·인물 등은 실제와 관련이 없는 허구임을 알려 드립니다. * 본 소설의 인트로 이후 본편은 ‘서술 없는 대사’ 형식으로 전개되오니 도서 이용에 참고 부탁드립니다. 적극적으로 아주 나태하게 사는 삶, 그것이 바로 샘포드 베넷의 목표다. 하지만 게을러도 너무 게으른 나머지 삶의 안정을 가져다줄 약혼녀에게 차이고, 간만에 밖으로 나와 그가 한 일은 바로 네드에게 추근거리는 짓! 하지만 샘에겐 크나큰 문제가 있었으니, 말하다 머리에 총 맞아도 전혀 이상치 않을 거지 같은 화법의 소유자라는 점이었다. 그런 그에게 딱 걸려 고통받던 네드는 빌어먹게 잘생긴 샘의 얼굴에 홀랑 넘어가 1주일간 그를 제집에 들이기로 하는데……. “얼굴 좀 생겼다고 으스대지 말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미스터 베넷의 성격은 얼굴로 커버 가능한 정도를 뛰어넘었습니다.” “정말인가요?” “네.” “내 얼굴에 대고 맹세할 수 있어요?” “…….”
#석유재벌공#수한정다정공#전직군인수#용병수#보디가드수#공한정다정수#쌍방집착#쌍방스토킹#달달한서바이벌물 ※ 이 소설은 실존하는 국가, 단체, 그 외 모든 것과 관련이 없는 픽션입니다. “왕자님이 나한테 대줄 거야?” 새하얀 얼굴, 옅은 레몬색 머리카락, 금빛 속눈썹, 맑은 물색 눈동자. 제레미 로(수)는 외관은 무척이나 아름다웠지만 속은 그렇지 못했다. 그는 뛰어난 전직 특수부대 요원을 모아 창설한 민간 군사 기업 레드 피스에서도 극도로 위험한 제3세계 분쟁 지역 전문 최고급 용병으로, 성질은 더럽고 일하는 방식은 과격하고 폭력적이며 스릴과 서스펜스를 사랑하는 악당으로 유명했다. 그런 제레미에게 어느 날 귀찮고 지루하며 짜증스럽기 짝이 없는 ‘경호’ 의뢰가 들어온다! 경호를 의뢰한 사람은 영화배우 뺨을 치고도 남을 만큼 잘생긴 외모에 금수저도 다이아 수저도 아닌 ‘오일 수저’를 물고 태어난 아르얀 왕국 계승 서열 2위의 왕자님 셰이흐 가브리엘로 빈 알림 아르얀(공). 그는 지난 한 달간 무려 17번이나 암살 위협을 받은 상황이었다. 경호 의뢰를 일언지하에 거절하는 제레미에게 가브리엘은 ‘백지수표’와 ‘유전(油田)’이라는 결코 거절할 수 없는 보수를 제시한다. 자본의 위력에 굴복한 제레미는 왕자님의 연인을 가장한 보디가드로 일하기 시작하는데…….
서로에게 악감정밖에 없었던 사이. 얽히고설킨 두 사람은 사막 한가운데에서 이 악연의 끝을 향해, 파국을 향해 치달아 가고……. “생각을 해 봤습니다.” “……뭐?” 뉘엿뉘엿 해가 져 가는 사막 한가운데에서, 소름 끼치는 미소를 머금은 레이븐이 나지막이 속삭였다. 혼란스러운 눈을 한 채 숨을 죽인 니콜라스에게 그가 가만가만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당신과 내가 단둘이 사막에 왔다는 걸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더군요.” 니콜라스의 눈이 믿을 수 없는 말을 들은 사람처럼 휘둥그레졌다. “몰래 파묻어야 한다는 걸 알고 날 불렀을 정도니, 행선지를 알리지도 않았겠죠.” 그 말대로였다. 니콜라스는 제리에게조차 오늘의 사막 피크닉을 숨겼다. 자신보다 반은 더 큰 데다, 온몸이 근육처럼 단단한 레이븐은 너무 무거웠다. 허리 위에 올라탄 채 무릎으로 허벅지를 찍어 내린 레이븐이 니콜라스의 어깨를 만지작거렸다. 별달리 힘이 들어가지 않은 다정한 손길이었다. 하지만 니콜라스는 그 손이 무슨 짓까지 할 수 있는지 안다. “내가 여기서 약 대신 당신을 파묻어 버려도 영원히 아무도 모를 거라는 뜻 같은데……. 당신은 생각은 어떻습니까?” 레이븐이 더없이 달콤한 목소리로 그렇게 속닥거렸다. 그는 정말 엄청난 유혹을 느끼는 사람 같았다. 핥는 듯한 시선이 니콜라스의 눈을 직시했다. 누군가의 생명줄을 손아귀에 움켜쥔 전능한 악마의 시선. 니콜라스의 얼굴에서 핏기가 싹 가셨다. 파랗게 질린 얼굴로 꿀꺽, 마른침을 삼킨 그가 겨우겨우 입술을 달싹여 되물었다. “갑자기……, 왜……?” 레이븐이 갑자기 돌변해 자신을 공격한 이유를 모르겠다. 물론 몇 번이나 자신의 목숨을 가지고 협박한 전적이 있었지만. 처음 약에 취해 사진을 들고 사무실에 뛰어 들어갔을 때 이후로 정말 죽이려 든 적은 없었다. * * * “대체 내가 뭘 어떻게 해 줬으면 좋겠는데?” 가만히 레이븐을 노려보던 니콜라스의 입에서 불쑥 그런 말이 튀어 나갔다. 어차피 모든 사람에겐 저마다의 사정이 있다. 그걸 타인에게 완전히 이해받는 건 불가능하다. 레이븐도 자신을 이해할 수 없을 거고, 자신도 레이븐을 이해할 수 없다. 그러면 그냥 하고 싶은 말을 하는 수밖에. “정말로 날 죽여야 화가 풀리겠다면 한번 해 봐. 영화 하나 때문에 죽어야 한다는 건 납득이 안 돼. 널 협박해서 주연 자리를 가져간 게 죽어야 할 만큼 큰 죄는 아니잖아? 하지만 잘못한 건 나고, 화내는 건 너니까. 내가 그런 말 할 자격 없다는 것도 알아.” 레이븐이 잠시간 침묵했다. 겁을 잔뜩 집어먹은 눈으로, 한 번 원하는 대로 해 보라는 꼴이 가당찮았다. 마치 적선하는 듯한 태도에는 웃음도 나오지 않았다. 이 약쟁이는 어디가 어떻게 잘못됐길래 뭐 대단한 자비라도 베푸는 것처럼 목숨을 내놓는 걸까? 더 이상 헛소리를 들어 줄 일말의 인내심조차 없었다. 레이븐의 커다란 손이 니콜라스의 목줄을 쥐었다. 우악스런 손아귀에 조금씩 조금씩 힘이 들어갔다. 눈을 부릅뜬 니콜라스가 저도 모르게 레이븐의 팔뚝을 움켜잡았다. 하지만 그의 행동을 저지하진 않았다. 오히려 지지하기라도 하듯, 숨 막히는 고통을 참아 내려 바들거리는 손길이었다. 흐릿한 시야에 잡힌 레이븐의 얼굴에선 완전히 표정이 사라져 있었다. 소름 끼치게 아무것도 담기지 않은 무시무시한 낯. 니콜라스가 힘겹게 눈을 감았다. 정말 끝이라는 게 느껴졌다. 주르륵. 회한인지, 아니면 그저 숨 막히는 고통으로 인한 생리적인 작용인지 알 수 없었다. 눈꼬리를 타고 눈물방울이 굴러 떨어졌다. 목 졸라 죽여 놓고선, 자신이 판 구덩이에 묻어 버릴 생각인 걸까? 그런데 자신을 넣으려면 길이가 모자랄 텐데. 그럼 내 손으로 무덤을 판 꼴이 되는 거겠지? 한 달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세 번이나 죽음을 맞이하고 있는 탓일까. 이젠 꽤 여유롭게 헛생각을 떠올리기까지 했다. 니콜라스는 더 이상 미련을 두지 않기 위해 노력하며, 무자비한 손아귀에 가만히 숨통을 내맡겼다. 어쩐지 자신이 과거로 돌아온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얘 손에 죽으라고 살려 준 건가 보다. 정말 그런 건지 같은 건 알 바 아니었다. 그냥, 그렇게 납득하기로 했다. 더 이상 생각이 이어지지 않았다. 필사적으로 붙잡았던 레이븐의 팔이 손안에서 빠져나갔다. 툭. 힘 빠진 손이 어딘가에 부딪혔다. 마지막 힘을 끌어모은 니콜라스가 가까스로 입술을 달싹였다. “……안녕.” 누굴 향한 작별 인사인진 그도 몰랐다. 서로의 적나라한 밑바닥까지 남김없이 확인한 뒤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오해와 협박, 영화와 할리우드, 전쟁 같은 악연 속에서 싹튼 기막힌 사랑까지! 할리우드의 화려한 장막 뒤에 숨은 외롭고 고독한 사람들의 이야기. *안내 : 〈원 모어 퍼킹 타임 1부 개정판〉은 현재 절판된 초판 1부에서 약 80%가 완전히 새로 쓴 내용입니다. 다만 뼈대가 되는 플롯과 캐릭터성이 바뀐 건 아니므로 초판, 개정판 중 어떤 1부를 읽으시든 2부와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기존 초판을 읽으셨고 개정판을 읽어야 할지 혹은 판본 간 차이점을 알고 싶은 경우, 개정판 1부 미리보기, 혹은 1권만 먼저 읽어 보시길 추천합니다. 같은 뼈대로 다시 쓴 소설이라 읽는 분이 받아들이시는 정도에 따라 차이점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초판을 읽으신 분들께서는 이 부분 참고 부탁드립니다. *15세이용가로 개정한 버전입니다.
Q. 누구에게나 다정한 애인을 가지고 있다는 게, 불안하게 느껴지거나 싫을 때는 없나요? ‘음. 그건 이번 작품이랑은 별로 상관없는 질문인데요?’ ‘오프 더 레코드라도 괜찮아요!’ ‘기사에 실을 것도 아닌데 물어보시는 겁니까?’ ‘그야, 셰인 셰리던은 완벽하잖아요. 그런데도 지금껏 단 한 번도, 3개월 이상 버틴 사람이 없었어요. 당신이 처음이라고요. 그 남자와 몇 년이나 만났으면서 미치지 않은 사람은!’ 할리우드에 소문 난 바람둥이, 셰인 셰리던과 공인된 관계가 된 지 어느덧 3년, 벤자민 블랙과 셰인 셰리던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이하 취재 결과는 R등급으로 분류되며, 등급에 맞지 않는 분이 열람 시 책임지지 않습니다. (※주의! R등급으로만 가득 찬 내용입니다. 배우들의 연기 활동을 보고 싶으신 분에게는 열람을 권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네가 원하는 게 정확히 뭔데?” 벤이 포크를 내려놓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벤의 태도에 셰인이 대번에 눈을 반짝이는가 싶더니, 기다렸다는 양 이렇게 대답했다. “다시 그때처럼 해 보는 게 어떨까?” “그때처럼? 뭘 하는데?” “네가 술 왕창 마셔서 나 못 알아보고 섹스하는 거.”
독점 할리우드에서 이 두 사람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흔치 않다. 망나니, 자유연애주의자로 대표되는 조슈아 제이콥스와 바른 생활 배우, 히어로를 맡기에 제격인 애쉬튼 마이어슨. 몇 년 전까지는 친했다고도 하나 현재는 어떠한 사적 교류도 보이지 않던 두 사람이 남몰래 오픈카에서 뜨거운 한때를 보내는 모습을 본지에서 독점 입수했다. 조슈아 제이콥스 측에서는 아직 어떠한 반응도 하지 않고 있으나, 애쉬튼 마이어슨의 에이전트는 조만간 정식으로 보도 자료를 보낼 테니 기다려 달라는 대답만 되풀이하는 중이다. ― “당신이랑 결혼만 하려고 해도 연간 1,000만 달러 정도는 가볍게 내야 하는 겁니까? 거기서 진짜 사랑이라는 평가를 받으려면 얼마쯤 내야 하는지 궁금하네요.” “……그런 식으로 말하니까 내가 되게 속물처럼 느껴지는데? 난 돈 받으면서 결혼할 만큼 결혼에 관심 있는 사람 아니거든?” “그냥 궁금한 건데요. 얼마면 됩니까? 2,000만? 3,000만?” “어차피 낼 거면 확 질러 봐. 얼마까지 낼 수 있는데?” “저, 이게 연간 지불액이라는 건 알고 하는 말이죠?” “당연하잖아. 너야말로 설마 내가 3,000만 일시불에 넘어갈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겠지?” 무슨 헛소리를 하는 것이냐는 양 자신을 쳐다보는 조슈아의 시선에 애쉬튼이 잠시간 침묵했다. 그는 새삼 조슈아의 자산 규모가 궁금해졌다. 어마어마한 부자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공개된 것이 아니다 보니 추측밖에 할 수 없었는데, 이럴 때마다 도무지 얼마를 가지고 있어야 저런 기준이 생기는 건지 지적 호기심이 생겼다. 조슈아는 갑자기 입을 다문 애쉬튼을 힐끔 쳐다보며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넌 대체 그런 게 왜 궁금해? 내 슈가 대디라도 되고 싶어서?” “설마요. 스스로를 너무 과소평가하는 거 아닙니까? 당신만 한 재산가의 스폰서가 되려면 적어도 포브스에서 선정한 세계 100대 부자 안에는 들어야 할 텐데요.” “저기, 내가 그 포브스 선정 100대 부자 안에 들어가는 사람인데?” “……그러고 보니 그랬죠.” 심지어 포브스 공개 재산 규모는 비공식적 자산까지는 포함하지 않아서 모르긴 몰라도 조슈아에게는 스위스나 케이먼 제도의 비밀 계좌에 더 많은 것들이 숨어 있을 게 틀림없었다. “너무 풀 죽지 마. 그래도 너네 엄마가 나보다 부자잖아.”
독점 할리우드에서 이 두 사람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흔치 않다. 망나니, 자유연애주의자로 대표되는 조슈아 제이콥스와 바른 생활 배우, 히어로를 맡기에 제격인 애쉬튼 마이어슨. 몇 년 전까지는 친했다고도 하나 현재는 어떠한 사적 교류도 보이지 않던 두 사람이 남몰래 오픈카에서 뜨거운 한때를 보내는 모습을 본지에서 독점 입수했다. 조슈아 제이콥스 측에서는 아직 어떠한 반응도 하지 않고 있으나, 애쉬튼 마이어슨의 에이전트는 조만간 정식으로 보도 자료를 보낼 테니 기다려 달라는 대답만 되풀이하는 중이다. ― “당신이랑 결혼만 하려고 해도 연간 1,000만 달러 정도는 가볍게 내야 하는 겁니까? 거기서 진짜 사랑이라는 평가를 받으려면 얼마쯤 내야 하는지 궁금하네요.” “……그런 식으로 말하니까 내가 되게 속물처럼 느껴지는데? 난 돈 받으면서 결혼할 만큼 결혼에 관심 있는 사람 아니거든?” “그냥 궁금한 건데요. 얼마면 됩니까? 2,000만? 3,000만?” “어차피 낼 거면 확 질러 봐. 얼마까지 낼 수 있는데?” “저, 이게 연간 지불액이라는 건 알고 하는 말이죠?” “당연하잖아. 너야말로 설마 내가 3,000만 일시불에 넘어갈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겠지?” 무슨 헛소리를 하는 것이냐는 양 자신을 쳐다보는 조슈아의 시선에 애쉬튼이 잠시간 침묵했다. 그는 새삼 조슈아의 자산 규모가 궁금해졌다. 어마어마한 부자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공개된 것이 아니다 보니 추측밖에 할 수 없었는데, 이럴 때마다 도무지 얼마를 가지고 있어야 저런 기준이 생기는 건지 지적 호기심이 생겼다. 조슈아는 갑자기 입을 다문 애쉬튼을 힐끔 쳐다보며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넌 대체 그런 게 왜 궁금해? 내 슈가 대디라도 되고 싶어서?” “설마요. 스스로를 너무 과소평가하는 거 아닙니까? 당신만 한 재산가의 스폰서가 되려면 적어도 포브스에서 선정한 세계 100대 부자 안에는 들어야 할 텐데요.” “저기, 내가 그 포브스 선정 100대 부자 안에 들어가는 사람인데?” “……그러고 보니 그랬죠.” 심지어 포브스 공개 재산 규모는 비공식적 자산까지는 포함하지 않아서 모르긴 몰라도 조슈아에게는 스위스나 케이먼 제도의 비밀 계좌에 더 많은 것들이 숨어 있을 게 틀림없었다. “너무 풀 죽지 마. 그래도 너네 엄마가 나보다 부자잖아.”
할리우드의 오픈된 게이 배우, 벤. 비록 스타는 아니었지만 뛰어난 연기력과 깨끗한 사생활로 알려져 있었다. 4년이나 사귄 애인에게 뒤통수를 맞기 전까지는. 졸지에 애인을 배신하고 스폰서와 놀아난 파렴치한으로 몰린 벤은 속상한 마음에 술을 마신다. 그리고 취한 상태에서 우연히 만난 친절한 남자와 원나잇을 하게 된다. “다음에 진탕 취하고 싶을 때는 매니저라도 데리고 다녀. 아니면 친구라든지. 나쁜 맘 먹은 놈들한테 잘못 걸리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렇게 무방비해?” 대체 뭔데, 너? “좋은 꿈 꿔, 벤.” 벤이 주먹을 꼭 그러쥐었던 손으로 남자의 소맷자락을 움켜쥔 건 의도한 바가 아니었다. “……지 마.” “후회할 텐데. 뭐, 후회해도 괜찮아. 대신 네가 괜찮다고 한 거니까 왜 안 말렸냐고 화내지만 말아 줘.” “화 안 내.” “그리고, 하나만 더 약속하자.” “하나 더?” “응, 하나 더.” 그렇게 말하며 남자는 화려한 외모에 어울리지 않는 온화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벤은 그 얼굴을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부터 모르는 남자를 침대에 끌어들일 때는, 울지 말기.” 다음 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벤을 맞이한 건 어마어마한 양의 부재중 전화와 메시지, 그리고 20년 된 친구의 호통이었다. “캐시?” [야, 이 정신 나간 놈아!] 졸지에 정신 나간 놈이 된 벤이 다소 풀 죽은 목소리로 대답을 돌렸다. “캐시, 나 어제 처음으로 원나잇했어.” [니가 어제 원나잇한 거 모르는 사람, 전 세계를 뒤져도 남극 탐험대 정도밖에 없거든?!]
독점 할리우드에서 이 두 사람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흔치 않다. 망나니, 자유연애주의자로 대표되는 조슈아 제이콥스와 바른 생활 배우, 히어로를 맡기에 제격인 애쉬튼 마이어슨. 몇 년 전까지는 친했다고도 하나 현재는 어떠한 사적 교류도 보이지 않던 두 사람이 남몰래 오픈카에서 뜨거운 한때를 보내는 모습을 본지에서 독점 입수했다. 조슈아 제이콥스 측에서는 아직 어떠한 반응도 하지 않고 있으나, 애쉬튼 마이어슨의 에이전트는 조만간 정식으로 보도 자료를 보낼 테니 기다려 달라는 대답만 되풀이하는 중이다. ― “당신이랑 결혼만 하려고 해도 연간 1,000만 달러 정도는 가볍게 내야 하는 겁니까? 거기서 진짜 사랑이라는 평가를 받으려면 얼마쯤 내야 하는지 궁금하네요.” “……그런 식으로 말하니까 내가 되게 속물처럼 느껴지는데? 난 돈 받으면서 결혼할 만큼 결혼에 관심 있는 사람 아니거든?” “그냥 궁금한 건데요. 얼마면 됩니까? 2,000만? 3,000만?” “어차피 낼 거면 확 질러 봐. 얼마까지 낼 수 있는데?” “저, 이게 연간 지불액이라는 건 알고 하는 말이죠?” “당연하잖아. 너야말로 설마 내가 3,000만 일시불에 넘어갈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겠지?” 무슨 헛소리를 하는 것이냐는 양 자신을 쳐다보는 조슈아의 시선에 애쉬튼이 잠시간 침묵했다. 그는 새삼 조슈아의 자산 규모가 궁금해졌다. 어마어마한 부자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공개된 것이 아니다 보니 추측밖에 할 수 없었는데, 이럴 때마다 도무지 얼마를 가지고 있어야 저런 기준이 생기는 건지 지적 호기심이 생겼다. 조슈아는 갑자기 입을 다문 애쉬튼을 힐끔 쳐다보며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넌 대체 그런 게 왜 궁금해? 내 슈가 대디라도 되고 싶어서?” “설마요. 스스로를 너무 과소평가하는 거 아닙니까? 당신만 한 재산가의 스폰서가 되려면 적어도 포브스에서 선정한 세계 100대 부자 안에는 들어야 할 텐데요.” “저기, 내가 그 포브스 선정 100대 부자 안에 들어가는 사람인데?” “……그러고 보니 그랬죠.” 심지어 포브스 공개 재산 규모는 비공식적 자산까지는 포함하지 않아서 모르긴 몰라도 조슈아에게는 스위스나 케이먼 제도의 비밀 계좌에 더 많은 것들이 숨어 있을 게 틀림없었다. “너무 풀 죽지 마. 그래도 너네 엄마가 나보다 부자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