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 속의 피아니스트
작가흰사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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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교 피아노과 학부생 이은건은 우연한 기회로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한유안의 페이지터너로 일하게 된다. 남부러울 것 하나 없는, 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가 따라다니는 남자. 팬으로서 유안에 대해 알 만큼 안다고 생각하던 은건이었지만, 동경하던 피아니스트는 세간의 소문과는 사뭇 다르다. 왜 은건의 눈에는 그가 낭떠러지에 선 사람처럼 위태로워 보일까? “난 피아노 안 좋아해. 증오하는 것에 가깝지.” “좀 증오하면 어때요.” “……뭐?” “세 살 때부터 피아노만 쳤으면 좀 증오해도 돼요. 그때부터 내내 좋기만 했으면 오히려 미친놈 아닌가.” * * * “오늘 공연을 보고 확신했는데요. 저는 피아노에 대한 연주자님의 감정이 증오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세상에는 싫어하는 일을 의무만으로 평생 지속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한유안 역시 충분히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겠지. 하지만 오로지 증오뿐이라기엔, 당신은 꼭 피아노에게 사랑받고 싶은 것처럼 보인다. 왜 사랑받고 싶으냐고 물으면 답은 간단했다. 먼저 사랑해 버렸기 때문이다. 비록 지금은 그 감정이 바랬을지라도. “지겹다가도, 밉다가도, 결국 버리지 못하고 끌어안고 마니까요. 증오하면서도 사랑하는 거죠.” 유안은 아직 잘 모른다. 언젠가 피아노 때문에 죽으리라 믿으면서도 그 안에 파묻히고 싶은 감정을 무엇이라고 불러야 할지. 그럼에도 유안은 대답했다. “네가 사랑이라고 부르면 그렇게 생각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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