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맨스 소설 중 상위 4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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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숨은 다방 끝자락 방구석에서 뱉어졌다. 장밋빛 다방이 내 작은 세상이었고, 그게 나에게 주어진 인생인 줄 알았다. “네 옆을 지나갈 때마다 달콤한 냄새가 났어.” 들개가 나의 일상을 뒤흔들기 전까지는. 들개, 그러니까 하도경은 골목 일대를 휘어잡고 있는 이른바 깡패였다. *** 하도경은 깨무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 정확히는 그 통증이 아릿해 오묘한 표정을 짓는 내 얼굴을 보는 게 좋은 듯했다. “밤새 괴롭히고, 괴롭혀서. 네가 나 없이는 살 수도 없게. 그렇게 하고 싶어.” 들개는 주인을 한 번 섬기게 되면 충성하기 마련이다. 나는 어느새 그의 주인이 된 모양이었다.
"사람한테 기대 본 적 없죠?" 외로움을 누구보다 잘 아는 서아가 그에게 건넨 위로였다. 김우진은 벗어나고 싶었을 뿐이었다. 악인도, 영웅도 아닌 '서펜스'의 심복에서 그저 평범하디 평범한 학원 강사로 말이다. 다만, 그 시작에 걸림돌이 하나 있었다. "무슨 생각인지 몰라도, 그 생각 틀렸어요." 서아는 제 생각에 확신이라도 가진 듯, 뻔뻔하기 그지없는 어투였다. "아, 단정 지어서 미안한데. 지금 생각하는 게 완전 오답인 게 보여서." 그게 영, 밉지 않고 신기하기만 한 여자. 임서아는 그런 여자였다. 안달 나고, 애달프게 만드는 개 같은 재주가 있었다. 우진이 가장 잘하는 것은 인내였다. 서아는 그것을 앗아갈 뿐만 아니라 때때론 제 것과 같은 쓰디쓴 숨결의 향을 풍겨 동질감까지 자아냈다. “서아 씨 몰랐는데 되게 예민하시네.” 흥분한 탓인지 평소보다 뜨거운 체온으로 들어온 그의 손가락에 서아가 잘게 떨자, 우진이 키들대며 웃었다 “덤벼든 것도 임서아 씨, 먼저 키스한 것도 임서아 씨. 그리고 내 집으로 순순히 들어온 것도 임서아 씨. 여기서 내가 강제로 하게 한 게 없잖아. 근데 왜 나를 개새끼 취급해요.” 몰랐던 그의 가학성이 고개를 들던 순간이었다.
‘염치도 없이 제 어미를 잡아먹고 태어난 마귀 같은 년.’ 세상으로 내뱉어진 지 이십오 년 동안, 구윤의 귓가에 쉴 새 없이 목소리가 맴돌았다. 어릴 적부터 윤의 시야엔 산 자뿐이 아닌 죽은 자 또한 보였다. 들어서는 안 되는 것을 보고 듣는다는 이유로, 가족에게 버림받은 윤. 무너진 재개발 동네에서 홀로 살아왔다. 그리고 그녀를 내쫓기 위해 용역으로 고용된 서도환을 만난다. “내려와서 얘기 좀 해.” “누가 깡패 새끼 아니랄까 봐. 수틀리면 이부터 악무는 게 다 똑같네.” “뭐, 씨발?” 그에게서는 망자의 향이 났다, 금방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매캐한 향이. “……뭐 하나 알려줄까요?” “뭔데.” “그쪽, 곧 죽어요.” *** “이다음 고비는 제 도움 없이 못 넘길걸요.” “난 미신 안 믿어.” “……싫으면 혼자 뒤지시던가.” 두 번이나 목숨을 빚져 놓고도 천연덕스러운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윤의 입술이 삐죽 나와 있는 게 퍽 귀여웠다. 그런 윤을 바라보던 도환이 몸을 숙여 그녀의 허벅지를 양쪽으로 잡아 벌렸다. “나야 뭐…. 죽는다 해도 큰 미련은 없는데. 윤이 넌 괜찮겠어?” 그가 몸을 숙여 윤의 허벅지를 양쪽으로 잡아 벌렸다. 그리곤 젖어 들기 시작한 그녀의 밑을 향해 손을 뻗은 그가 다정하게 웃으며 물었다. “아래는 혼자 움찔거리고 난리가 났는데? 나 없으면 이제 어쩌려고 그래.” 내가 죽어도 괜찮겠냐는 듯, 물어 오는 도환을 윤은 조용히 바라보았다. 처음 마주한 구원은 그를 닮아 있었다.
*본 작품은 리디북스에서 동일한 작품명으로 19세이용가와 15세이용가로 동시 서비스됩니다. 연령가에 따른 일부 장면 및 스토리 전개가 상이할 수 있으니, 연령가를 선택 후 이용해 주시길 바랍니다. 척락(拓落): 어렵거나 불행한 환경에 빠짐 * * * 불확실한 행복보다 확실한 불행이 좋았다. 초라한 논리지만 성연은 그렇게만 생각했다. 의도적으로 불행을 선택하며 살아온 성연은 그런 제 삶에 만족하고 있었다. 쌍둥이 동생인 성현의 사망 소식이 들려오기 전까지. 소식조차 모르던 제 아버지, 유태건이 사설 살인 청부 업체의 수장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부터 그녀의 삶은 뒤틀리기 시작했다. “얼굴이 왜 그래. 못 볼 사람 본 것처럼.” 몇 년 만에 조우한 권산호는 여전했다. 그는 성연의 첫 남자 친구이자, 처음으로 실패한 타깃이었다. 다시는 얽히고 싶지 않았던 세계에 속절없이 휘말리게 되고, 그 가운데엔 산호가 있었다. “……혼자 유태건을 죽이겠다고?” “혼자 할 생각 없는데?” “…….” “같이 하려고 받아 왔어.” 제 동생의 죽음을 갚기 위해, 지난 삶에 대한 대가를 치르기 위해. 성연은 다시금 방아쇠를 당기게 된다. 그리고 타깃은 엇갈리고 만다. “내가 늘 그랬지.” “아니야, 그만 말해.” “둘 중 하나가 살아야 한다면. 그건 유성연이어야 한다고.” 성연의 손목을 잡아 제 목에 칼날을 드리운 그의 속삭임은 현혹과도 같았다. 무엇을 택해도 오답뿐인 이 삶에서, 정답을 찾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