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의 흔적(단독선공개)
글자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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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살이 되던 해 하늘을 날았다. 그걸 본 부모님은 기겁하며 나를 끌어안았다. 내게 능력은 절대 숨기라고 신신당부했다. 왜냐하면 나는 노예였으니까. * 침대에 앉으니 창문 밖이 보였다. 하늘에는 날아가는 새떼가 있었다. 무리를 지어 날아가는 모습이 제법 신기했다. “몇 마리만 똑 떨어져서 구워먹을 순 없으려나.” 고기가 먹고 싶다. 입맛을 다시며 가만히 새를 쳐다봤다. “응?” 날아가던 새떼가 공중에서 멈췄다. 날갯짓을 하는 것조차 힘들어 보였다. 신화라고 전해지는 메두사의 눈을 본 인간처럼 말이다. 날갯짓을 할 수 없게 된 새들의 운명은 생각하는 대로였다. 후두두둑. 투둑. 꺄아아아악!! 창밖으로 여러 가지 소리가 텀을 두고 났다. 천천히 눈을 한 번 깜빡였다. 혹시 몰라 손등으로 눈을 비볐다. 날던 새들은 이미 하늘에 없었다. 창밖을 바라보던 시선을 조심스레 돌렸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생각해보니 어제도 일찍 나갔는데 굳이 오늘 늦게 나갈 필요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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