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롭게 팔짱을 낀 채 대형 세단 앞에 선 남자. 연의 시선을 고스란히 받아낸 그는, 그제야 만족스럽다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 “연아, 보고 싶었어.” “태주야…….” 교통사고로 그와 멀어지고 이렇게 마주하기까지 자그마치 5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래도 여전히 다정하기만 한 그. 하지만……. 애틋하고 반가운 마음과는 다르게 꼭 숨겨야 할 비밀이 있었는데. “왜 말 안 했어, 너한테 아이가 생겼다고.” 그가 결국 알아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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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이유 때문에 나한테서 도망가려고 했냐고. 이설아가 품은 내 아이 때문에?” 그가 집무실 안을 소름 끼치도록 낮은 저음으로 갈랐다. 그 순간, 뇌리에 꽂는 말에 심장이 밑도 끝도 없는 차가운 지하로 추락하고 말았다. 질 나쁜 소문만 무성한 그와 파트너로 지낸 것도 몇 달. 결혼도, 심지어는 아이란 존재도 불순물이라 여기던 그였다. 그러니, 무조건 이 아이의 존재를 숨겨야 했다. “하, 무슨 말씀이에요. 제가 무슨 아이를, 아이를 가졌다고 그러세요!” 땅이 꺼지고, 참담함이 뼛속까지 파고드는 것 같아 속이 들끓는다. 그러면서도 폐부로 한기가 관통해 달달 떨릴 정도로 불안했다. 자신의 불안함이 어디서부터 오는지 근원을 알게 되면서, 눈이 잘게 흔들렸다. 그가 그녀의 턱을 움켜쥐더니, 엄지로 그녀의 아랫입술을 눌렀다. “아까부터 거슬리게 입만 열면 거짓말은.” 막상 자신이 아이를 품었다니 또 다른 소유욕에 불씨가 커지고 있었다. 그렇게 그는 그녀의 머릿속에 톡톡히 박듯 단언했다. “이 애는 누가 뭐라 해도 내 아이야.” “앞으로는 당신이 내 옆에 있어야 하는 중요한 이유가 될 테고. 명심해, 이설아.” 아이를 핑계로 채우는 맹목적인 그의 족쇄였다.
“무슨 이유 때문에 나한테서 도망가려고 했냐고. 이설아가 품은 내 아이 때문에?” 그가 집무실 안을 소름 끼치도록 낮은 저음으로 갈랐다. 그 순간, 뇌리에 꽂는 말에 심장이 밑도 끝도 없는 차가운 지하로 추락하고 말았다. 질 나쁜 소문만 무성한 그와 파트너로 지낸 것도 몇 달. 결혼도, 심지어는 아이란 존재도 불순물이라 여기던 그였다. 그러니, 무조건 이 아이의 존재를 숨겨야 했다. “하, 무슨 말씀이에요. 제가 무슨 아이를, 아이를 가졌다고 그러세요!” 땅이 꺼지고, 참담함이 뼛속까지 파고드는 것 같아 속이 들끓는다. 그러면서도 폐부로 한기가 관통해 달달 떨릴 정도로 불안했다. 자신의 불안함이 어디서부터 오는지 근원을 알게 되면서, 눈이 잘게 흔들렸다. 그가 그녀의 턱을 움켜쥐더니, 엄지로 그녀의 아랫입술을 눌렀다. “아까부터 거슬리게 입만 열면 거짓말은.” 막상 자신이 아이를 품었다니 또 다른 소유욕에 불씨가 커지고 있었다. 그렇게 그는 그녀의 머릿속에 톡톡히 박듯 단언했다. “이 애는 누가 뭐라 해도 내 아이야.” “앞으로는 당신이 내 옆에 있어야 하는 중요한 이유가 될 테고. 명심해, 이설아.” 아이를 핑계로 채우는 맹목적인 그의 족쇄였다.
“우리, 이혼하자.” 생일 전날, 남편은 냉정하게 이혼 서류를 건넸다. 그동안 결혼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철저히 제 마음을 숨기고 숨죽이고 살아온 게 허무해지는 순간이었다. 그래서 이혼을 받아들이는 대신, 그와의 하루를 요구하는데……. “오늘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에요.” “……후회 안 할 자신 있어?” 구걸하듯 얻어낸 하루. 그렇게 모든 것을 정리했다 여겼는데, “이거 다 생각하고, 나한테 그런 요구한 거 아니었어?” 그날 이후, 그가 미련을 보이기 시작한다. “우리 이렇게 된 이상, 이혼하기 전까지는 기꺼이 진짜 부부가 되어 보는 건 어때. 그게 뭐든.” 서인은 그의 제안이 혼란스러웠다. 나를 사랑하는 것도 아니면서. “몰랐는데. 너는 사람을 환장하게 해. 짜증이 날 만큼 말이지.” 가히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그날을 계기로, 서인에게 엄청난 변화가 찾아오리라는 것을.
“숨바꼭질하자고 도망쳐 놓고, 막상 찾아 주니 떨고 있는 거면 그거대로 별론데.” 도훤이 그녀의 입술을 만지작거리며 어르듯 우아하게 말을 이었다. 언니를 대신해 행했던 대리 결혼. 그는 우아하지만 잔악무도한 남자였다. 그런 그를 사랑하게 됐고, 그의 아이를 가졌다. 아이의 존재를 들키는 순간 저도 아이도 죽은 목숨일 게 빤해, 그를 완벽히 속여 벗어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믿을 수 없게도 그는 제가 도망친 지 열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제 앞에 나타났다. 이제 제가 할 수 있는 건 하나였다. 아이의 존재를, 그게 아니라면 아이가 그의 아이라는 걸 감추는 것. “그래서, 애 아빠가 누구지?” “적어도 도훤 씨 애는 아니에요. 알잖아요?” 그러자 그는 도리어 재밌다는 듯 웃기 시작했다. 싸늘하고 아름답고, 우아하게. 동시에 갈증을 느끼는, 식욕에 부푼 지독한 소유욕으로 광기가 어린 눈이 그녀를 옥죄기 시작한다. 그 시선의 의미를 단번에 알아챈 그녀는 덜컥 두려움이 차올라 얼굴이 창백해지고, 이가 달달 떨린다. 그녀는 감히 도망칠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이제 정말 너를 내 아내처럼 생각하고 옆에다 두고 챙겨야지. 봐서 밥도 먹이고, 몸도 씻기고, 성욕도 채워 주고, 어디 나갔다가 길을 잃어버려 다른 남자한테 안기지 못하도록. 목줄이라도 달아 놓으려고.” 이미 그에게 이유원이 아니라, 이서아라는 것을 들킨 순간부터. 그가 그녀는 달아날 수 없을 거라고 확신한 순간부터. “걱정 마. 아이한테 지금 너의 안에 각인을 새기는 게 나라고 몇 번이고 알려 줄 테니까.” 나른한 바람처럼 풍기는 그의 말은, 제가 만족할 때까지 서아를 제 밑에 붙들어 놓겠다는 지독한 의미였다.
“숨바꼭질하자고 도망쳐 놓고, 막상 찾아 주니 떨고 있는 거면 그거대로 별론데.” 도훤이 그녀의 입술을 만지작거리며 어르듯 우아하게 말을 이었다. 언니를 대신해 행했던 대리 결혼. 그는 우아하지만 잔악무도한 남자였다. 그런 그를 사랑하게 됐고, 그의 아이를 가졌다. 아이의 존재를 들키는 순간 저도 아이도 죽은 목숨일 게 빤해, 그를 완벽히 속여 벗어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믿을 수 없게도 그는 제가 도망친 지 열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제 앞에 나타났다. 이제 제가 할 수 있는 건 하나였다. 아이의 존재를, 그게 아니라면 아이가 그의 아이라는 걸 감추는 것. “그래서, 애 아빠가 누구지?” “적어도 도훤 씨 애는 아니에요. 알잖아요?” 그러자 그는 도리어 재밌다는 듯 웃기 시작했다. 싸늘하고 아름답고, 우아하게. 동시에 갈증을 느끼는, 식욕에 부푼 지독한 소유욕으로 광기가 어린 눈이 그녀를 옥죄기 시작한다. 그 시선의 의미를 단번에 알아챈 그녀는 덜컥 두려움이 차올라 얼굴이 창백해지고, 이가 달달 떨린다. 그녀는 감히 도망칠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이제 정말 너를 내 아내처럼 생각하고 옆에다 두고 챙겨야지. 봐서 밥도 먹이고, 몸도 씻기고, 성욕도 채워 주고, 어디 나갔다가 길을 잃어버려 다른 남자한테 안기지 못하도록. 목줄이라도 달아 놓으려고.” 이미 그에게 이유원이 아니라, 이서아라는 것을 들킨 순간부터. 그가 그녀는 달아날 수 없을 거라고 확신한 순간부터. “걱정 마. 아이한테 지금 너의 안에 각인을 새기는 게 나라고 몇 번이고 알려 줄 테니까.” 나른한 바람처럼 풍기는 그의 말은, 제가 만족할 때까지 서아를 제 밑에 붙들어 놓겠다는 지독한 의미였다.
“한설연이 나한테서 도망가려고 했어?” 보잘것없는 그녀의 남편 가연 그룹 전무, 사이한. 제 구세주라고 믿었던 그는, 결혼 후 저를 여유롭게 옭아매기 시작했다. 사랑만으로 그를 버텨 내던 설연은 모두 바닥나 버렸다. “우리, 이혼해요.” “왜, 이혼하고 싶은데.” 이한은 설연의 진심을 한껏 비웃었다. 그리고 설연은 간과했다. 우아한 그의 가면 뒤에 숨겨진 무자비하고 비틀린 욕정을. “난 그런 모습을 더 좋아해서. 말로는 끔찍하다고 하면서, 밑에선 좋다고 어쩔 줄 모르는 모습.” “그러니, 한번 도망가 봐. 나 없이는 먹지도, 씻지도 아무것도 못 하게 할 테니까.” 그럼에도 설연은 도망쳐야 했다. 그는 아이를 원하지 않으니까. * 그가 우악스럽게 그녀의 턱을 잡고 눈을 맞추었다. 몸이 달달 떨렸다. 그녀에게 다정하게 대해 주던 그가 한순간에 그전보다 더 흉포해졌다. 그가 다시 그녀의 눈을 맞추며 나긋하게 물었다. “……한설연.” 그런 그의 목소리에 흥분이 자욱했다. “그렇게 아이가 갖고 싶어?” 삐걱대는 음성에 비소가 섞여 들었다. 그녀의 눈에 눈물이 왈칵 고여 들었다. 저를 짓궂게 대하고자 이 상황에 이런 말을 던진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그래. 아이 갖자. 종일 몇 번이고 하다 보면 언젠간 생기지 않겠어?” 그런 그의 눈에는 비정상적인 욕정이 감돌고 있었다.
“도망이라도 간 줄 알았잖아.” 재우 그룹 전략 기획팀 전무, 강사헌. 우아한 가면 아래 오만하고 제멋대로인 남자였다. 하연은 그런 그의 비서일 뿐만 아니라 장난감이었다. 그와 시도 때도 없이 몸을 섞어야 하는 장난감. 사헌의 약혼 소식에 관계의 끝을 예감하지만. “키스해 봐, 여기서.” 하연은 간과했다. 그는 결코 그녀를 놓아주지 않을 거란 걸. 그는 장소 불문 남 신경을 쓰지 않는 지독한 나쁜 남자라는 걸. “그러게. 적당히 입고 오지 그랬어. 야해 빠져서는.” “소리 내면 밖에 다 들릴 텐데.” 그를 짝사랑하던 하연에게 그의 행동은 점점 더 버거워졌다. 어서 강사헌에게서 벗어나야 했다. 그러나 설상가상 임신까지 하게 되는데……. “정말 임신이네. 그래서 튀려고 했던 거고.” 산부인과 앞에서 마주한 사람은 다름 아닌, 강사헌 전무였다. 그가 임신을 알아챈 순간, 하연의 눈앞은 새하얘지고, 절망으로 뒤덮였다.
“한설연이 나한테서 도망가려고 했어?” 보잘것없는 그녀의 남편 가연 그룹 전무, 사이한. 제 구세주라고 믿었던 그는, 결혼 후 저를 여유롭게 옭아매기 시작했다. 사랑만으로 그를 버텨 내던 설연은 모두 바닥나 버렸다. “우리, 이혼해요.” “왜, 이혼하고 싶은데.” 이한은 설연의 진심을 한껏 비웃었다. 그리고 설연은 간과했다. 우아한 그의 가면 뒤에 숨겨진 무자비하고 비틀린 욕정을. “난 그런 모습을 더 좋아해서. 말로는 끔찍하다고 하면서, 밑에선 좋다고 어쩔 줄 모르는 모습.” “그러니, 한번 도망가 봐. 나 없이는 먹지도, 씻지도 아무것도 못 하게 할 테니까.” 그럼에도 설연은 도망쳐야 했다. 그는 아이를 원하지 않으니까. * 그가 우악스럽게 그녀의 턱을 잡고 눈을 맞추었다. 몸이 달달 떨렸다. 그녀에게 다정하게 대해 주던 그가 한순간에 그전보다 더 흉포해졌다. 그가 다시 그녀의 눈을 맞추며 나긋하게 물었다. “……한설연.” 그런 그의 목소리에 흥분이 자욱했다. “그렇게 아이가 갖고 싶어?” 삐걱대는 음성에 비소가 섞여 들었다. 그녀의 눈에 눈물이 왈칵 고여 들었다. 저를 짓궂게 대하고자 이 상황에 이런 말을 던진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그래. 아이 갖자. 종일 몇 번이고 하다 보면 언젠간 생기지 않겠어?” 그런 그의 눈에는 비정상적인 욕정이 감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