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중독
글마호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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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굴 미치게 하려고.” 짙은 빛을 띤 새카만 눈동자가 이설을 직시했다. 마치 벗어날 수 없는 거미줄처럼 그녀를 꽁꽁 옭아맸다. “뭐가 두려운 건데.” 지혁은 비스듬히 입술을 겹치며 낮게 읊조렸다. 커다란 손이 그녀의 뒷머리를 잡고 그대로 끌어당겼다. 저돌적인 그의 행동에 이설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내가 감당이 안 될까 봐 겁이 납니까.” SH 전자 HA 사업본부의 한지혁 본부장. 일 중독자에 까다롭고 엄격한 상사. 그런 그의 옆에서 완벽한 비서로서 6년. ”윤이설 씨, 내 업무 따라오려면 이 정도 수준으론 안 됩니다. 전부 다시 해와요.” 두 사람 사이엔 좁힐 수 없는 커다란 벽이 존재했지만. “남자가 여자한테 입 맞추는 데 다른 이유가 있나.” 이설의 발끝에 아슬하게 걸렸던 하이힐이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엉망으로 흔들리면서도 두려워서, 마음 한구석으로는 지금 이 감정이 혼자만의 착각이길 바랐다. “나랑 제대로 연애해보자는 겁니다.” 낮게 가라앉은 남자의 목소리가 그녀의 심장으로 박혀왔다. 온몸에 전부 퍼져버린다 해도 절대 놓지 못할, 달콤씁쓸한 독(毒)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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