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친 대가는 황제의 집착이었다
글다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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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를 위해 ‘에시 아힐’이라는 이름으로 전쟁에 참여한 이레인. 황제 킬리안을 구하고 전쟁영웅이 된 그녀는, 도망치기 위해 그에게 기한 없는 숨바꼭질을 제안했다. “자정부터 절 찾아주십시오. 만약 저를 찾으신다면 뭐든 폐하께서 원하시는 대로 하겠습니다.” 킬리안은 결코 에시를 놓아줄 생각이 없었기에 그녀의 제안은 그에게도 기회였다. “제안을 받아들이지. 한 번 도망쳐 봐.” 그리고 에시가 떠난 지 10분 후인 자정부터, 그 누구도 그녀를 다시 볼 수 없었다. * * * 4년 후, 이레인은 체인트 후작으로서 킬리안을 마주하는데……. “나는 원하는 걸 얻지 못한 적이 없어.” 킬리안이 이레인의 옷소매에 손을 뻗었다. 새하얀 옷소매에는 방금 그의 얼굴을 닦으며 밴 듯한 핏자국이 있었다. “그게 황좌든 사람이든. 원하는 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가지고 말 성격이지.” 그렇게 말하며 엄지손가락으로 핏자국을 쓸자, 오히려 붉은색이 더 크게 번지고 있었다. “내가 만약 그대를 죽을 때까지 곁에 잡아두길 원한다면…… 그때는 겁을 먹을 텐가.” 붉은 점 하나가 하얀 옷소매에서 점점 영역을 넓혀갔다. 머리칼도 눈동자도, 온통 붉은 남자가 남긴 흔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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