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야한
글우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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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네 살의 마기현은 무척 순수하며, 내게 맹목적인 남자였다. 그저 입술을 맞대고 몸이 살짝 닿는 것만으로도 참지 못하고 깊은 탄성을 뱉어 낼 만큼. “좋아해, 유영아. 좋아해.” 그런 기현을 나는 무참히 버렸다. 6년 만에 다시 마주한 그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나타났다. 얼음처럼 차가운 얼굴로, 아무렇지 않게 내 심장에 비수를 꽂아 넣을 만큼. “차라리 무릎 꿇고 빌라고 하면 빌게.” “아니지. 그딴 무릎이 무슨 값어치가 있다고.” “원하는 걸 말해.” “그때 제대로 못 한 게 하나 있잖아. 그게 계속 아쉽고 미련이 남았거든.” “못 한 거라니…….” 그때, 유영의 뇌리에 떠오르는 것이 하나 있었다. 가장 좋은 곳에 데려가서 하고 싶다며 아껴 주다가, 끝내 헤어지기 전까지 하지 못했던. “혹시…… 그거 말하는 거야?” 그는 대답 없이 입꼬리를 비스듬히 끌어 올렸다. “나 내년 봄엔 식 올릴 거야, 유영아. 그러니 6개월. 그 뒤엔 네가 원하는 대로 귀찮게 굴 일 없어.” “……좋아. 6개월.” 그렇게 다시 시작되었다. 너무도 달라진, 그러나 여전히 야한 우리의 이야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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