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이 끝났다, 드디어. 그 시원섭섭하고도 후련한 기분에 부어라 마셔라 하며 신나게 연회를 즐긴 것까지는 좋았다. 분명히 그랬는데…? “나, 책임진다고 했잖아요.” 다디단 목소리로, 물의 요정같이 짙푸른 머리카락의 미남이 사연 있어 보이는 회갈색 눈동자를 그렁거리며 말했다. “대답해 봐요. 나… 혹시 당신한테 먹고 버려지나요?” “서…설마요! 제가 어떻게 감히!” 이런 상황을 바란 적 없었건만 신은 기어이 내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 “세르 님…. 이건 약속이랑 다르잖아요.” “그러게, 누가 사고 치라고 시켰더냐? 이건 전적으로 네 탓이다.” 슬프게도 나는 내가 쓴 소설이 끝난 그 시점에서, 주인공들의 사랑을 훼방 놓는 역할을 하던 남조의 덫에 걸리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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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받을 수 있으리라 기대하지 않았으면서도 어쩔 수 없이 그를 사랑했다. 이 지독한 사랑이 저주 같다고 느껴지던 어느 날... 거짓말처럼 갑자기 그가 나에게 사랑을 속삭이기 시작했다. --------- 본문 中 제니아는 눈물이 가득 찬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저를 사랑해주세요. 전하.” 진심으로 그에게 말하고 싶고, 또 요청하고 싶었지만 절대로 꺼낼 수 없던 말이었다. 그녀의 자존심과 비참함은 둘째치고 이 말을 꺼냈다가 그녀에게 완전히 질려버린 그가 어떤 말을 할지가 두려웠기에 차마 꺼내지 못했던 그 말. 사랑해달라는 구걸. “그대를 사랑해.” 그녀의 말에 당연한 것처럼 돌아온 그의 말은 제니아에게 행복감을 느끼게 해주었다. 그 대답에 용기를 얻은 제니아는 또 한 번 하고 싶었던 말을 내뱉었다. “저를 보며 웃어주세요.” “그대가 원한다면 하루 종일도 웃을 수 있어.” 그리고 또다시 아르시온은 그토록 그녀가 보고 싶어 했던 싱그러운 미소를 지어 보이며 그녀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지워주었다. “사랑해요… 꿈이어도 좋아요. 한 번만이라도… 전하에게 제 진심을 전하고, 전하께서도 그러하다는 말을 되돌려 받고 싶었어요.” 애절한 그녀의 고백에 아르시온이 참지 못하고 제니아의 얼굴을 양손으로 감싸 그녀의 입술을 잡아먹을 듯이 삼켰다. *** “제니아….” “전하께서 그렇게 다정하게 제 이름을 불러주시니 이상하게도….” 제니아가 조곤조곤히 말을 내뱉다가 조금 뜸을 들였다. 아르시온은 긴장된 눈으로 그녀를 보다가 이어진 그녀의 말에 처참하게 눈가를 일그러뜨렸다. “소름이 끼쳐요.” 그렇게 말하며 그녀가 방긋 웃었다. 입은 웃고 있었지만 그녀의 눈은 차갑게 가라앉아 그를 향한 증오와 경멸을 가득 담고 있었다.
“나를 진심으로 믿었다니, 무척 안타깝고 안쓰러워요. 공작님.” 사고 후 눈을 떠 보니 좋아하던 소설 속 악역 조연으로 빙의했다. 무려 남주에게 악독한 술수를 써 억지로 밤을 보내려다 지독한 혐오를 사게 되는 사비나 에뒤아르의 몸으로. 기왕 이렇게 된 거, 내 최애 소설을 가까이서 직관하다가 주인공들이 원작대로 이루어질 때쯤 눈치껏 빠져주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무언가 잘못 흘러가고 있었다. “그대는 나의 인내심을 칭찬해 줘야 합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참고 또 참아요.” 날 혐오해야만 하는 남주인 아드리안은 매 순간 이런 식으로 혼을 쏙 빼놓질 않나. 아드리안의 짝이어야 하는 알렉시스는 원작의 궤도를 일탈하다 못해 새로운 캐릭터로 탈바꿈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영애. 공작과 파혼하고 내 황후가 되겠나?” 심지어 원작에선 제대로 된 등장조차 없었던 황제가 나더러 황후가 되란다. 내 최애 소설…… 이대로 정말 괜찮은 걸까?
사랑받을 수 있으리라 기대하지 않았으면서도 어쩔 수 없이 그를 사랑했다. 이 지독한 사랑이 저주 같다고 느껴지던 어느 날... 거짓말처럼 갑자기 그가 나에게 사랑을 속삭이기 시작했다. --------- 본문 中 제니아는 눈물이 가득 찬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저를 사랑해주세요. 전하.” 진심으로 그에게 말하고 싶고, 또 요청하고 싶었지만 절대로 꺼낼 수 없던 말이었다. 그녀의 자존심과 비참함은 둘째치고 이 말을 꺼냈다가 그녀에게 완전히 질려버린 그가 어떤 말을 할지가 두려웠기에 차마 꺼내지 못했던 그 말. 사랑해달라는 구걸. “그대를 사랑해.” 그녀의 말에 당연한 것처럼 돌아온 그의 말은 제니아에게 행복감을 느끼게 해주었다. 그 대답에 용기를 얻은 제니아는 또 한 번 하고 싶었던 말을 내뱉었다. “저를 보며 웃어주세요.” “그대가 원한다면 하루 종일도 웃을 수 있어.” 그리고 또다시 아르시온은 그토록 그녀가 보고 싶어 했던 싱그러운 미소를 지어 보이며 그녀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지워주었다. “사랑해요… 꿈이어도 좋아요. 한 번만이라도… 전하에게 제 진심을 전하고, 전하께서도 그러하다는 말을 되돌려 받고 싶었어요.” 애절한 그녀의 고백에 아르시온이 참지 못하고 제니아의 얼굴을 양손으로 감싸 그녀의 입술을 잡아먹을 듯이 삼켰다. *** “제니아….” “전하께서 그렇게 다정하게 제 이름을 불러주시니 이상하게도….” 제니아가 조곤조곤히 말을 내뱉다가 조금 뜸을 들였다. 아르시온은 긴장된 눈으로 그녀를 보다가 이어진 그녀의 말에 처참하게 눈가를 일그러뜨렸다. “소름이 끼쳐요.” 그렇게 말하며 그녀가 방긋 웃었다. 입은 웃고 있었지만 그녀의 눈은 차갑게 가라앉아 그를 향한 증오와 경멸을 가득 담고 있었다.
성격파탄자이자 식물에 미친 괴짜라는 소문이 자자한 식물학자이자 아카데미 교수인 애런 라우렌스 벨라시온. 하지만 그럼에도 그의 조수이자 백작 영애인 베르카 오레호프는 절찬 짝사랑 중이다. 그러던 중, 베르카는 애런이 찾아 헤매던 기적의 식물 ‘쉴리아’를 함께 돌보게 되고. 저명한 식물학자인 애런이 아닌 베르카의 손길에서만 자라는 ‘쉴리아’를 전담하게 되면서 음란한 꿈에 시달리게 되는데……. 한편, 애런은 잠이 든 사이 촉수에 의해 지독하게 범해지고 있는 베르카를 발견한 뒤 패닉에 빠진다. 과연, 이 두 사람은 무사히 ‘쉴리아’를 성체로 키워 낼 수 있을까?
빛을 잃은 눈동자, 엉망으로 자란 머리카락, 앙상하게 마른 몸. 움푹 팬 뺨과 시커멓게 어둠이 묻은 눈매까지. 살아 있으나 살아 있는 것 같지 않은 남자. 그를 보며 악마는 차오르는 식욕을 못 이기고 혀를 내어 제 입술을 쓸었다. “음침한 인간아, 너 안식을 얻고 싶은 거지?” 이토록 생에 아무런 미련도, 의지도 가지지 않은 생명체는 처음이었기에 악마는 남자가 참으로 새롭고 흥미로웠다. 그래서일까? 그렇기에 더더욱 이런 냄새가 나나? “어차피 죽을 목숨이라면 내 먹이가 되어 주지 않을래?” *** 그는 참 바람직한 먹이였다. 맛으로 보나, 절륜함과 기술로 보나. “네 먹이는 나 하나야.” 설마 그 누가 알았을까. 목숨을 끊어 안식을 찾고자 했던 먹이가 제 악마를 향한 지독한 집착과 욕정을 품게 될 것이라고. “그리 배고팠다니 어쩔 수가 없네.” 다짜고짜 내던져진 몸 위를 서서히 그녀의 먹이가 점령했다. 안광을 잃은 검은 눈동자를 마주하자 등줄기를 타고 전율이 흘렀다. 저를 향한 뜨거운 욕망과 집착이 악마를 강하게 흥분시켰다. “실컷 먹게 해 줄게. 다른 새끼는 생각도 안 날 정도로 배가 터지도록.” 이래서야 누가 음마이고 먹이인지 알 수 없었다.
※본 작품은 강압적인 관계, 약한 SM, 다인플, 애널플 등 호불호가 나뉠 수 있는 장면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용에 참고 바랍니다. 뻔한 이야기다. 급작스러운 죽음 뒤 낯선 세상과 낯선 몸에서 깨어났다는 뻔하디뻔한 클리셰. 다만 남들은 주인공이나 조연이라든지, 그도 아니면 하찮은 엑스트라 역할인 귀족이 되거나 하다못해 하녀이기라도 한다지만. 나는 사창가의 골목길에 버려진 고아였다. *** “로이테, 부탁이에요. 절 키워주세요.” 그러나 마음씨 좋은 호구를 획득한 뒤, 나의 미래는 너무나도 탄탄대로였다. 한숨이 나올 정도로 아름다운 외모와 완벽한 몸매, 심지어 뛰어난 절도 기술까지! “나 몰랐는데 명령하면 더 느끼나 봐.” “이 미친 변태 새….” “더 명령해 봐. 바이올렛.” 덕분에 틈만 생기면 엉겨 붙는 얼굴 반반한 쌍둥이들 사이에서 혹사당하기도 하고. “네가 오늘 먹고 온 놈들이 싸질러놓은 걸 내가 다 채워서 밀어내기 전까지 못 벗어날 줄 알아.” 섹스 파트너인 소꿉친구에게 질투 섞인 허릿짓에 시달리기도 했으며. “책임져.” “내가?” “내가 져도 좋고.” 여성공포증이 있던 황태자를 날름 감아버리기까지 하다가. “맞습니다.” “흐으… 하….” “저는 아릴을 모실 자격이 없을지도 모르는 음탕하고도 저속한 인간이 되었어요.” 어릴 때부터 애지중지 키워온 신의 종까지 야무지게 잡아먹었다. “잘 보렴. 네 음탕한 모습을.” “죄송하지만 저한테 이런 취향은… 읏….” “없진 않은 거 같구나.” 심지어 신실함과 정결함의 상징인 교황까지! 자, 그럼 지금부터……. 잘 먹겠습니다?
사랑받을 수 있으리라 기대하지 않았으면서도 어쩔 수 없이 그를 사랑했다. 이 지독한 사랑이 저주 같다고 느껴지던 어느 날... 거짓말처럼 갑자기 그가 나에게 사랑을 속삭이기 시작했다. --------- 본문 中 제니아는 눈물이 가득 찬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저를 사랑해주세요. 전하.” 진심으로 그에게 말하고 싶고, 또 요청하고 싶었지만 절대로 꺼낼 수 없던 말이었다. 그녀의 자존심과 비참함은 둘째치고 이 말을 꺼냈다가 그녀에게 완전히 질려버린 그가 어떤 말을 할지가 두려웠기에 차마 꺼내지 못했던 그 말. 사랑해달라는 구걸. “그대를 사랑해.” 그녀의 말에 당연한 것처럼 돌아온 그의 말은 제니아에게 행복감을 느끼게 해주었다. 그 대답에 용기를 얻은 제니아는 또 한 번 하고 싶었던 말을 내뱉었다. “저를 보며 웃어주세요.” “그대가 원한다면 하루 종일도 웃을 수 있어.” 그리고 또다시 아르시온은 그토록 그녀가 보고 싶어 했던 싱그러운 미소를 지어 보이며 그녀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지워주었다. “사랑해요… 꿈이어도 좋아요. 한 번만이라도… 전하에게 제 진심을 전하고, 전하께서도 그러하다는 말을 되돌려 받고 싶었어요.” 애절한 그녀의 고백에 아르시온이 참지 못하고 제니아의 얼굴을 양손으로 감싸 그녀의 입술을 잡아먹을 듯이 삼켰다. *** “제니아….” “전하께서 그렇게 다정하게 제 이름을 불러주시니 이상하게도….” 제니아가 조곤조곤히 말을 내뱉다가 조금 뜸을 들였다. 아르시온은 긴장된 눈으로 그녀를 보다가 이어진 그녀의 말에 처참하게 눈가를 일그러뜨렸다. “소름이 끼쳐요.” 그렇게 말하며 그녀가 방긋 웃었다. 입은 웃고 있었지만 그녀의 눈은 차갑게 가라앉아 그를 향한 증오와 경멸을 가득 담고 있었다.
사랑받을 수 있으리라 기대하지 않았으면서도 어쩔 수 없이 그를 사랑했다. 이 지독한 사랑이 저주 같다고 느껴지던 어느 날... 거짓말처럼 갑자기 그가 나에게 사랑을 속삭이기 시작했다. --------- 본문 中 제니아는 눈물이 가득 찬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저를 사랑해주세요. 전하.” 진심으로 그에게 말하고 싶고, 또 요청하고 싶었지만 절대로 꺼낼 수 없던 말이었다. 그녀의 자존심과 비참함은 둘째치고 이 말을 꺼냈다가 그녀에게 완전히 질려버린 그가 어떤 말을 할지가 두려웠기에 차마 꺼내지 못했던 그 말. 사랑해달라는 구걸. “그대를 사랑해.” 그녀의 말에 당연한 것처럼 돌아온 그의 말은 제니아에게 행복감을 느끼게 해주었다. 그 대답에 용기를 얻은 제니아는 또 한 번 하고 싶었던 말을 내뱉었다. “저를 보며 웃어주세요.” “그대가 원한다면 하루 종일도 웃을 수 있어.” 그리고 또다시 아르시온은 그토록 그녀가 보고 싶어 했던 싱그러운 미소를 지어 보이며 그녀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지워주었다. “사랑해요… 꿈이어도 좋아요. 한 번만이라도… 전하에게 제 진심을 전하고, 전하께서도 그러하다는 말을 되돌려 받고 싶었어요.” 애절한 그녀의 고백에 아르시온이 참지 못하고 제니아의 얼굴을 양손으로 감싸 그녀의 입술을 잡아먹을 듯이 삼켰다. *** “제니아….” “전하께서 그렇게 다정하게 제 이름을 불러주시니 이상하게도….” 제니아가 조곤조곤히 말을 내뱉다가 조금 뜸을 들였다. 아르시온은 긴장된 눈으로 그녀를 보다가 이어진 그녀의 말에 처참하게 눈가를 일그러뜨렸다. “소름이 끼쳐요.” 그렇게 말하며 그녀가 방긋 웃었다. 입은 웃고 있었지만 그녀의 눈은 차갑게 가라앉아 그를 향한 증오와 경멸을 가득 담고 있었다.
사랑받을 수 있으리라 기대하지 않았으면서도 어쩔 수 없이 그를 사랑했다. 이 지독한 사랑이 저주 같다고 느껴지던 어느 날... 거짓말처럼 갑자기 그가 나에게 사랑을 속삭이기 시작했다. --------- 본문 中 제니아는 눈물이 가득 찬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저를 사랑해주세요. 전하.” 진심으로 그에게 말하고 싶고, 또 요청하고 싶었지만 절대로 꺼낼 수 없던 말이었다. 그녀의 자존심과 비참함은 둘째치고 이 말을 꺼냈다가 그녀에게 완전히 질려버린 그가 어떤 말을 할지가 두려웠기에 차마 꺼내지 못했던 그 말. 사랑해달라는 구걸. “그대를 사랑해.” 그녀의 말에 당연한 것처럼 돌아온 그의 말은 제니아에게 행복감을 느끼게 해주었다. 그 대답에 용기를 얻은 제니아는 또 한 번 하고 싶었던 말을 내뱉었다. “저를 보며 웃어주세요.” “그대가 원한다면 하루 종일도 웃을 수 있어.” 그리고 또다시 아르시온은 그토록 그녀가 보고 싶어 했던 싱그러운 미소를 지어 보이며 그녀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지워주었다. “사랑해요… 꿈이어도 좋아요. 한 번만이라도… 전하에게 제 진심을 전하고, 전하께서도 그러하다는 말을 되돌려 받고 싶었어요.” 애절한 그녀의 고백에 아르시온이 참지 못하고 제니아의 얼굴을 양손으로 감싸 그녀의 입술을 잡아먹을 듯이 삼켰다. *** “제니아….” “전하께서 그렇게 다정하게 제 이름을 불러주시니 이상하게도….” 제니아가 조곤조곤히 말을 내뱉다가 조금 뜸을 들였다. 아르시온은 긴장된 눈으로 그녀를 보다가 이어진 그녀의 말에 처참하게 눈가를 일그러뜨렸다. “소름이 끼쳐요.” 그렇게 말하며 그녀가 방긋 웃었다. 입은 웃고 있었지만 그녀의 눈은 차갑게 가라앉아 그를 향한 증오와 경멸을 가득 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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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진심으로 믿었다니, 무척 안타깝고 안쓰러워요. 공작님.” 사고 후 눈을 떠 보니 좋아하던 소설 속 악역 조연으로 빙의했다. 무려 남주에게 악독한 술수를 써 억지로 밤을 보내려다 지독한 혐오를 사게 되는 사비나 에뒤아르의 몸으로. 기왕 이렇게 된 거, 내 최애 소설을 가까이서 직관하다가 주인공들이 원작대로 이루어질 때쯤 눈치껏 빠져주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무언가 잘못 흘러가고 있었다. “그대는 나의 인내심을 칭찬해 줘야 합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참고 또 참아요.” 날 혐오해야만 하는 남주인 아드리안은 매 순간 이런 식으로 혼을 쏙 빼놓질 않나. 아드리안의 짝이어야 하는 알렉시스는 원작의 궤도를 일탈하다 못해 새로운 캐릭터로 탈바꿈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영애. 공작과 파혼하고 내 황후가 되겠나?” 심지어 원작에선 제대로 된 등장조차 없었던 황제가 나더러 황후가 되란다. 내 최애 소설…… 이대로 정말 괜찮은 걸까?